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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힌 벤처캐피탈

정강훈 기자공개 2018-04-13 07:47:19

이 기사는 2018년 04월 12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창업지원기관이자 신기술금융사인 롯데액셀러레이터가 생긴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삼성, 포스코, 두산, CJ 등 전문 벤처캐피탈을 보유한 대기업이 이미 몇 곳 있지만 그룹 총수가 직접 사재를 출연한 경우는 드물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자본 출자에 나서면서 출범에 힘을 실었다.

사업 방향도 다른 벤처캐피탈과 조금 달랐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이름처럼 처음에는 창업보육기관으로 시작했다. 액셀러레이터 역할에 집중하면서 스타트업에 조금씩 투자하던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지난해 신기술금융사로 전환하면서 벤처투자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벤처캐피탈은 기본적으로 본계정 투자보다 펀드 운용에 집중하는 재무적투자자(FI)다. 롯데액셀러레이터도 펀드 결성을 위해 올해 모태펀드 출자사업 지원을 검토했었다. 다른 벤처캐피탈과 공동 운용을 논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룹 오너인 신 회장의 '공백'으로 계획을 철회했다는 후문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최대주주는 약 20% 지분을 보유한 신 회장이다. 이밖에 그룹 계열사들이 지분 40%를 소유하고 있다. KB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증권사들도 40%를 보유 중이다. 엄밀히 따져 신 회장 개인 회사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신 회장 신변 때문에 본업에 차질이 불거진 셈이 된다.

롯데 외에 수많은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벤처캐피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 중에는 창업 생태계에 기여하겠다는 오너 의지가 반영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 측면에서 바라보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벤처캐피탈은 업종 성격상 내부적으로 오너의 역할이 제한돼야 하는 경우가 많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를 때까지 오너는 본업의 후원자 역할을 맡아야 한다. 반대로 벤처캐피탈이 오너 리스크로 본업에 지장을 받는다면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벤처캐피탈이 제 역할을 하려면 무엇보다 투자를 활발히 해야 한다. 특히 사회적 책무를 자임하는 벤처캐피탈의 경우 적극성이 더욱 요구된다. 그러려면 오너 리스크 등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본업에 전념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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