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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운용사의 '시딩쇼핑' [thebell note]

정지연 기자공개 2018-05-10 11:06:08

이 기사는 2018년 05월 08일 08: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의 역할은 다양하다. 대차, 스왑 등 운용지원 업무에서부터 시딩, 마케팅 등 인큐베이팅 역할까지. 헤지펀드의 모든 성장 과정을 아우른다.

하지만 신생 헤지펀드 운용사가 대거 설립되면서 PBS의 역할이 '시딩'에만 국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부 운용사는 PBS를 전전하며 '시딩 쇼핑'을 다닌다는 이야기까지 심심찮게 들리는 상황이다.

"같은 전략의 헤지펀드를 여러개 만들고 PBS들마다 시딩 해달라는 운용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PBS 관계자들은 이런 고충을 기자에게 털어놓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이 동일한 전략의 펀드를 이름만 바꿔 여러개 설정하는 이른바 '시리즈 펀드'를 규제하고 있음에도 소형운용사들은 아랑곳 않는 듯 하다.

이들의 입장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헤지펀드 운용사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으니 시딩을 활용해 최대한 수탁고를 늘려보겠다는 심산이다.

일부 운용사는 대놓고 "시딩 금액을 높게 부르는 PBS와 계약하겠다"며 줄을 세우기도 한다. 대차, 스왑 등 여러 역량을 고려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맺어야 할 PBS와 운용사의 관계가 단지 '시딩'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셈이다.

PBS들에게 시딩은 함께 성장하자는 약속이다. 리스크를 짊어지면서도 역량 있는 운용사와 펀드에 기꺼이 투자해 나중에 창출될 수익을 공유하자는 의지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 운용사들의 '시딩 쇼핑'에 자원만 낭비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것도 당연하다.

시딩에 의존한 헤지펀드의 성장이 과연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도 든다. 이런 식으로 설정액을 키운다고 해도 각 펀드만의 차별점이 없다면 다음 상품을 기약하기 어렵다. 혹여 선량한 투자자들이 겉보기에 그럴싸한 몸집을 갖췄다는 점에 현혹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든다.

PBS의 시딩은 어디까지나 헤지펀드 성장의 밑거름 역할을 할 뿐이다. 시딩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펀드를 만들어가느냐다. 아무리 기름진 땅도 열심히 일구지 않는다면 양질의 곡식을 얻기 힘들다. 이제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시딩 쇼핑'에 대해 한번 곱씹어봐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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