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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산업, 패션에서 자산운용으로 중심축 이동 [지배구조분석] 유경PSG자산운용, 강남케이블 매각자금으로 인수...오너 경영 후 체질개선

최은진 기자공개 2018-06-21 14:03:34

이 기사는 2018년 06월 08일 11: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경PSG자산운용은 대중들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업력으로 따지면 20년 된 중견사다. 몇 차례 대주주가 바뀌면서 사명 또한 교체된 탓에 '브랜드 인지도'를 쌓지 못했다. 그러나 10년 전 지금의 최대주주인 유경산업으로 바뀌며 변화는 시작됐다. 가치투자 매니저들을 대거 영입하면서 '가치투자 하우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 패션 OEM 사업으로 성장…신성장 발굴 차원 '운용사' 인수

이 회사의 전신은 1999년 대우경제연구소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다임인베스트먼트였다. 2004년 굿앤리치운용, 2007년 블리스운용으로 사명을 바꾼 이 회사는 2007년 말 유경산업에 인수됐다. 당시 유경산업은 지분 19.9%를 인수하며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유경산업은 블리스운용을 인수한 이후 사명을 드림운용으로 바꿨고, 2014년 지금의 유경PSG운용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유경PSG운용의 최대주주는 지분 81%를 보유한 유경산업이다. 특수관계인으로 묶이는 오너일가 지분(13.3%)까지 합치면 총 94.3%의 지배력을 갖는다. 나머지 5.7%는 반도체 제조사인 ㈜캠시스 등 소액주주 5명이 보유하고 있다.

유경

유경산업은 섬유, 무역업 등을 모태로 지난 1958년 설립된 기업이다. 게스, 푸부, 나프나프 등 유명 의류 브랜드 제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수출하며 성장했다. 자체브랜드로는 여성복 '에스깔리에', 남성복 '엘파파' 등을 론칭하기도 했다. 큰 돈을 벌어들인 것은 지난 1994년 강남구 종합유선방송사업에 뛰어들면서다. 이후 10년 만인 지난 2005년 이를 GS홈쇼핑에 매각하면서 약 1600억원을 챙겼다.

매각 자금은 유경PSG운용의 지분 인수 재원으로 활용됐다. 당시 유경산업은 경영 및 지분 구도가 모두 2세에 넘어간 상태로, 패션사업에서 서서히 손을 떼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찰라였다. 투자에 관심이 많던 오너일가들의 성향에 따라 자연스레 금융업 진출로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유경산업은 유경PSG운용을 인수한 직후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을 경영진으로 앉히며 경영 및 운용을 모두 맡겼고, 오너일가는 거의 관여하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유경산업의 중심축은 패션사업이었다. 자체브랜드 론칭에 한창 힘 쓸 때였다.

하지만 자산운용업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서브프라임 발 금융위기가 터졌고, 유경PSG운용은 수년간 적자를 이어갔다. 이에 유경산업은 지난 2014년 4월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새로운 주주로 파인스트리트그룹(PSG)을 끌어들였다. PSG는 자본금 110억원을 출자하면서 지분 9.1%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등극했다. PSG는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과 조건호 전 리먼브라더스 부회장이 공동 설립한 대체투자 전문 금융회사다. 소유구도 개편 후 회사명을 유경산업과 PSG를 각각 따서 '유경PSG자산운용'으로 바꿨다.

유경PSG운용은 PSG와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인프라 펀드 등 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했다. 그러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결국 2년 만인 지난 2016년 말 결별하게 됐다. PSG운용의 지분은 최대주주인 유경산업이 모두 인수했다. PSG운용과 지분관계를 모두 정리하며 사명을 유경운용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브랜드 인지도, 복잡한 행정절차 등을 고려해 당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 오너 2세 한상철 부회장, 한국밸류운용 출신 매니저 대거 영입

유경PSG운용이 체질개선에 성공한 것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바꾸면서다. 첫 수장은 유경산업 창업주 고 한익하 회장의 막내아들인 한상철 부회장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 전 대표는 1954년 생으로 뉴욕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마쳤다. 유경산업 부회장직을 맡으면서 계열사인 RK캐피탈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한 전 대표가 유경PSG운용에 취임할 당시 유경산업이 론칭한 자체 브랜드가 잇따라 고배를 마신 데 따라 중심축을 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된다. 패션 사업으로는 성장하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본격적으로 금융업을 키우기 위해 오너가 직접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 전 대표는 인재 영입, 펀드 출시 등에 힘을 실었다. 특히 한국밸류운용에서 근무하던 우수인력들을 대거 영입하기 위해 한 대표가 직접 나서 설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대권 매니저, 장동원 매니저 등 소위 '이채원 키즈'로 불리던 인력들이 브랜드 인지도가 없던 유경PSG운용으로 이동한 것에 업계는 큰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들 인력을 영입하며 가치투자를 주력으로 내세운 공모펀드와 헤지펀드를 잇따라 출시, 가치투자 하우스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내부 직원들은 한 대표가 경영학 박사를 마친데다 금융업에 대한 경험과 관심이 많아 직원들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밀어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운용 전권을 매니저들에게 위임하며 간섭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 매니저들의 호평을 사기도 했다.

유경PSG운용이 체질개선에 성공하며 서서히 수익구간으로 돌아선 데 따라 유경산업 내 중심 사업 구도도 금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유경산업은 금융 계열사로 유경PSG운용과 RK캐피탈을, 패션사업 계열사로 RKFN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유경PSG운용이 가장 큰 수익과 자산가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PSG운용 관계자는 "유경산업 오너일가가 비상장 투자 등 예전부터 투자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에 강남케이블 매각 자금을 어떻게 굴릴까 고민하다 자산운용사 인수로 결론을 내며 금융업에 진출했다"며 "가치투자 매니저들을 대거 영입했던 것이 가치투자 하우스로 자리매김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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