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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성과 좇는 벤처캐피탈 CEO들 [thebell note]

정강훈 기자공개 2018-06-20 08:11:41

이 기사는 2018년 06월 19일 08: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벤처캐피탈 업계에는 제법 굵직한 인사들이 많았다. 업계 상위권 운용사들을 헤아려보니 대략 30%의 회사에서 경영진 변동이 있었다. 특히 그룹 계열사들 사이에서 유독 CEO 교체가 빈번했다.

그룹 계열사에서 벤처캐피탈의 대표 자리는 대부분 한직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탄탄한 실적을 내는 하우스가 하나씩 나타나면서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자 전문성 있는 CEO를 배치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다.

그룹에서 벤처투자에 관심을 갖는 것은 창업생태계 발전의 측면에서 보면 바람직한 변화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가 부작용을 낳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의욕적으로 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성과가 나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올해 수장이 바뀐 A벤처캐피탈은 일선 심사역들이 상당한 업무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신임 CEO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투자를 주문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심의위원회의 벽을 뚫어야 하는 심사역들로선 장기적인 수익률보다 회수 기간에 초점을 두고 투자업체를 발굴해야 한다.

이는 근래 좋지 않았던 실적을 반등시키기 위한 경영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실적으로 이러한 선택이 잘못됐다 말하기는 힘들다. CEO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를 먼저 내고 임기를 연장한 다음에야 장기적인 로드맵을 밟아나갈 수 있다. 처음부터 긴 호흡을 갖고 투자하다가는 임기 내에 죽도 밥도 안될 수 있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것은 분명 장기적으로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여지가 크다. 펀드의 성과는 결국 얼마나 좋은 업체들을 포트폴리오에 담느냐에 따라 갈린다. 회수 기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성장성 있는 업체를 배제하다보면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 구성이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벤처투자는 펀드 결성부터 투자, 회수까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4~5년은 봐야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고작 2~3년의 임기가 주어지는 일반적인 전문 경영진 체제와는 잘 맞지 않는 셈이다. 이 때문에 경영진 및 핵심인력이 자주 바뀌는 벤처캐피탈 중에 성과가 좋은 곳이 드물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처음부터 CEO에게 긴 임기를 보장하거나 영업실적 외에 단기적인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회사와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부터 구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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