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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 키우는 벤처캐피탈들 [thebell note]

류 석 기자공개 2018-07-18 07:50:58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7일 08: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증권사 출신으로 최근 업계에 발을 들인 한 벤처캐피탈리스트는 기대와 다른 시장 상황에 깜짝 놀랐다. 벤처캐피탈에 오면 기업들의 투자 요청이 쇄도할 줄 알았지만 생각과는 영 딴판이었다. 나름 괜찮은 실적을 내는 회사들 위주로 투자를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기 일쑤였다. 이미 투자를 받았거나 투자금이 필요 없다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 한 벤처캐피탈 대표펀드매니저는 요즘 펀드 소진 문제로 고민이 많다. 몇 년 전 500억원 규모 벤처조합을 결성했지만 아직 소진률이 목표치보다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른 벤처캐피탈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유망 벤처기업 투자에 번번이 실패했던 탓이다. 지금은 비교적 경쟁이 덜한 지방으로 눈을 돌려 투자처 발굴을 진행하고 있다.

# 시간이 지날수록 벤처캐피탈들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업 아이템이 미래 유망 산업에 해당하고 어느 정도 실적이 괜찮은 기업이면 벤처캐피탈들의 투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벤처기업이 투자하려는 벤처캐피탈들의 줄을 세우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좋은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벤처캐피탈들이 직접 회사를 홍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시장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벤처캐피탈들은 갈수록 투자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벤처기업들은 벤처캐피탈 중에서도 창업·보육에 경쟁력이 높고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은 곳을 골라가며 투자를 받으려고 하고 있다.

이처럼 벤처캐피탈과 벤처기업 간 굳어졌던 역학 관계가 바뀌고 있다. 이제 더는 벤처기업들이 벤처캐피탈 눈치를 보며 투자받을 필요가 없어졌다. 시장에 자금은 많아졌지만 좋은 벤처기업의 수는 크게 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처투자 자금이 대거 풀리면서 너도나도 대형 벤처조합 결성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벤처캐피탈들은 투자처 발굴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C사는 카이스트에 발전 기금을 내고 창업자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D사는 초기기업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창업 단계에서부터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A사 대표는 자주 대학을 찾아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예비 창업자 중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새싹'을 사전에 발굴하려는 목적이 크다. 투자할만한 벤처기업 육성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향후 투자를 염두에 두고 유망 예비 창업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어 놓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이러한 벤처캐피탈들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벤처캐피탈들 간 유망 투자처 선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제 투자 조건을 갖고 벤처기업을 휘두르던 시대는 지났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적응하려는 벤처캐피탈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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