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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공익재단]금융의 공적역할 강조 VS 정치권력의 팔 비틀기[금융계 비영리법인②]'약탈적 금융' 자성 목소리에 설립 봇물…정권 바뀔 때마다 '동원' 의혹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8-07-19 13:10:00

[편집자주]

국내 금융사들이 이윤을 사회에 돌려주겠다며 공익법인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교육·장학사업부터 사회복지사업, 의료·보건사업 등 분야도 다양하고 기부금(출연금) 규모도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 공익법인이 설립 취지에 맞춰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운영 실태를 발표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더벨에서는 은행·보험·여전사 등이 설립시 출연하거나 최근 3년간 출연한 바 있는 공익법인 37곳(설립 1년 미만 제외)을 대상으로 운영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8년 07월 17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민·저소득층 지원 등의 사회공헌을 목적으로 대기업 뿐만 아니라 은행·보험 등 금융회사들도 공익법인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특히 매년 수억원에서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장학(교육)·사회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달리 금융회사들은 '공적 역할'을 강조한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에 공익법인을 설립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공익법인 설립에 주로 나섰다. 옛 외환은행이 2005년 설립한 외환은행나눔재단(현 하나금융나눔재단)을 시작으로 경남은행사랑나눔재단(2005년), IBK행복나눔재단(2006년), KDB나눔재단(2007년) 등이 대표적이다.

보험업계에서도 메트라이프코리아재단(2005년),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2006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2007년), 라이나전성기재단(2013년) 등이 설립됐다. 최근엔 신협사회공헌재단(2015년),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2017년) 등 상호금융·카드업계 등 제2금융권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금융계 공익법인이 2000년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공익법인이 장학(교육)사업에 국한된 장학재단이나 장학회였다. 대구은행장학문화재단(1990년), 광주은행장학회(1981년) 등이다.

공익법인 설립시기

눈에 띄는 부분은 금융계 공익법인 대다수가 2000년 이후 설립됐다는 점이다. 더벨이 국내 주요 금융회사(은행·보험·여전·상호금융)가 운영 중인 공익법인 37곳을 살펴본 결과, 28곳이 2000년 이후 설립됐다. 국내 주요 63개 기업(집단)이 운영 중인 공익법인 10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52곳이 2000년 이전에 설립된 것과 대조적이다.

한 공익법인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금융의 공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금융회사들이 사회공헌을 위해 공익법인 설립에 나섰다"며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요구도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역대 정부의 캠페인성 공익법인(재단) 설립에 자주 동원됐다는 것이다.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2년 5월 출범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이 대표적이다. 17개 은행과 주택금융공사가 공동 출연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설립 당시 정권 차원의 은행 팔 비틀기라는 논란이 거셌다.

역시 이명박정부 때 주요 은행과 대기업이 설립한 미소금융재단도 마찬가지다. 금융위원회가 주도해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과 대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하도록 했다. 신용등급이 낮아 제도권 금융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저리의 대출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돈을 걷었다.

보험업계도 2006년 정부가 휴면보험금을 재원으로 설립될 공익법인을 통해 금융 소외계층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듬해 업계 공동으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을 설립했다.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20개 생명보험회사들이 공동으로 출연했으며, 2027년까지 1조5000억원의 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개인고객의 이자와 가맹점 수수료 등으로 수천억원의 이익을 내고 있지만 기부에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 온 신용카드사들도 지난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금융회사들이 공익법인 설립에 나선 이면에는 '약탈적 금융'에 대한 비판이 커진 것도 자리잡고 있다. 2011년 뉴욕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반(反) 월가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한국에서도 이윤만을 추구해선 안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금융회사들 역시 공적 역할 강화에 나선다는 것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금융업은 정부 규제의 강도에 수익이 직결되는 구조로 (정부 또는 정치권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캠페인성 공익법인 설립에 자주 동원됐던 것으로 보인다"며 "무조건 이윤을 우선시 하는 문화가 달라진 것도 공익법인 설립에 나선 이유"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계 공익법인들은 대기업 공익법인과 달리 '오너의 지배력 확대'를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 있다.

현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금융계 공익법인은 삼성생명공익재단과 DB김준기문화재단 등 두 곳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2.18%(436만주), 에스코어 0.14%(3만6939주), 미라콤아이앤씨 0.15%(8804주)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DB김준기문화재단은 DB손해보험 5.0%(353만9070주), DB금융투자 1.87%(79만4902주), DB저축은행 19.95%(83만2382주), DB하이텍 0.16%(7만624주), DB아이엔씨 4.65%(864만4280주) 등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그나마 DB김준기문화재단이 보유한 주식의 경우 설립 당시 김준기 DB그룹 회장이 출연해 자산에 편입된 것이란 점에서 그룹 지배력 강화 목적과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앞선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공익법인의 경우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멋대로 사고팔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넓히는데 활용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대부분 금융계 공익법인은 주식을 기본재산으로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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