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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장의 추상성' 원칙, 경남은행에 면죄부 줬다 북한산 석탄·선철 밀반입 연루..금감원 제재조치 어려울 듯

김선규 기자공개 2018-08-16 10:53:51

이 기사는 2018년 08월 16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남은행이 북한산 석탄·선철의 국내 밀반입 과정에서 수입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북한 석탄 관련 조사 발표에서 신용장 발급 은행에 대해 수업업체의 불법행위를 인지한 정황이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금융감독원도 '신용장의 추상성' 원칙에 따라 서류상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거래은행에 대한 제재 조치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7일 마산항으로 2010t 규모의 북한산 선철을 들여온 수입 업체에게 신용장을 개설해준 은행이 경남은행인 것으로 확인됐다. 유 의원은 금감원과 금융회사간의 직통 자료제출 시스템(CPC)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관세청은 지난 10일 북한산 석탄 및 선철이 국내 반입된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북한산 선철 국내반입 과정에서 은행과의 신용장 거래가 있었음을 밝힌바 있다. 관세청은 국내 반입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 등을 불법으로 들여온 혐의로 수입업자 3명과 이들이 운영하는 3개 법인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다만 신용장을 개설한 국내은행은 처벌대상에서 제외됐다. 거래은행이 피의자들의 불법행위를 인지했다는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배경에서다.

금감원도 거래은행이 경남은행인 것으로 밝혀졌으나, 제재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 관계자는 "북한 자금세탁 혐의로 제재를 받은 방코델타아시아(BDA)와 라트비아 은행인 ABLV와 달리 이번 북한 석탄 관련 신용장은 영속성과 고의성이 없었기 때문에 실제 제재 가능성이 낮았다"며 특히 신용장 개설은 은행의 면책약관이 있어 사실상 처벌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용장거래는 '추상성의 원칙'에 기반을 둔다. 신용장은 실제 물품거래가 아닌 물품을 상징하는 서류에 의한 거래이기 때문에 서류상 문제가 없다면 서류에 관계된 물품, 용역 또는 의무이행 여부에 구속되지 않는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장통일규칙(UCP 600)에 따라 신용장의 추상성이 인정되기 때문에 서류상 정상인지 아닌지만 확인하면 된다"며 "이번 북한 석탄 반입도 신용장의 추상성을 악용한 범죄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선철이 불법 반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은행들이 해당 거래에 신용장을 발급한 사실이 있는지 추가 조사할 예정이다. 국내에 입항한 선박과 수입한 업체의 신용장 거래 여부와 거래일시, 거래규모 등 구체적인 거래 현황 자료를 토대로 각 은행에 신용장 발급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신용장 거래 사기는 은행과의 신뢰관계 구축 및 수출업자와 공모 등이 수반돼야 가능한 지능 범죄다. 과거 모뉴엘 사건도 추상성 원칙을 악용한 대표적인 범죄다. 다만 신용장 개설시 객관적인 물적 증거를 찾아 사기 혐의를 찾기 쉽지 않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은행 관계자는 "추상성 원칙을 고수하면 사기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신용장의 유용성을 잃게 된다"며 "방지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범죄가 점점 지능화되고 있어 사전에 대응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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