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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오너 2세의 수입차 꿈…'계륵신세' [중견 장비업체 분석]③신호모터스, 9년 간 80억 적자에 M&A 매물로…BMW 화재 탓 '진퇴양난'

이경주 기자공개 2018-09-10 08:02:33

이 기사는 2018년 09월 10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반도체 창업 2세인 곽동신(사진) 부회장은 수입차에 관심이 많았다. 부친으로부터 한미반도체 경영권을 물려받기 전부터 일본 수입차 딜러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한미반도체 주인이 된 후엔 독일차로 영역을 확장했다. BMW 국내 공식딜러로 유명한 신호모터스가 곽 부회장 개인 회사다.

곽동신
하지만 신호모터스는 계륵이 되고 말았다. 신호모터스는 설립 후 9년 간 매출은 한미반도체와 버금갈 규모로 늘었지만 이익이 남지 않는 속빈 강정이었다. 곽 부회장은 결국 올해 신호모터스를 M&A(인수합병) 시장 매물로 내놓았다. 공교롭게 BWM 화재 사태가 발생하며 매각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

곽 부회장은 1974년(만 44세)생으로 한미반도체 창업주 곽노권 회장의 외아들이다. 곽 부회장은 24세 나이였던 1998년 한미반도체에 입사해 일찌감치 경영수업을 받았으며, 이어 9년 만인 2007년(33세) 대표이사가 돼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곽 부회장 한미반도체를 경영하기 전부터 외제차 사업에 관심을 뒀다. 2005년 2월 한미네트웍스를 세워 일본 수입차 브랜드 '닛산(nissan)' 딜러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출자금은 70억원이었으며, 한미반도체가 절반 가량을 지원했다. 한미네트웍스 지분율은 설립초기부터 현재까지 곽 부회장 51%, 한미반도체 49%다. 곽 부회장은 한미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취임해 직접 경영했다.

곽 부회장은 2008년 1월엔 신호모터스를 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역시 한미반도체가 자금을 지원했다. 주주현황이 공개되기 시작한 2010년 신호모터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지분율은 한미반도체 83.46%, 곽 부회장 16.54%다. 그해 말 납입자본금은 185억원으로 한미반도체가 유상증자 등으로 약 154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추정된다. 곽 부회장은 31억원을 담당했다. 곽 부회장은 신호모터스에서도 역시 대표직을 맡았다.

신호모터스는 초기엔 한미네트웍스와 마찬가지로 닛산 제품을 취급했다. 2012년부터 BMW 공식딜러로 지정되면서 매출이 크게 불어났다. 2012년 306억원이던 매출이 2013년엔 784억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었고, 2014년 1285억원, 2015년 1640억원으로 연이어 큰 폭의 성장을 지속했다. 지난해엔 1874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신호모터스는 매출은 한미반도체와 버금가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한미반도체 지난해 매출은 1973억원으로 신호모터스보다 100억원 가량 많은 수준이었다. 2015년엔 신호모터스 매출(1640억원)이 오히려 한미반도체(1177억원)보다 앞섰다.

신호모터스 실적

하지만 매출이 아무리 늘어도 이익이 나지 않았다. 신호모터스는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에도 영업이익은 7억원에 불과했다. 이전에도 이익을 낸 회계연도는 2015년 한번 뿐이었으며 규모도 6억원이었다. 나머지 회계연도는 모두 적자였다.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손익을 모두 합산하면 79억원 적자다. 곽 부회장이 한미반도체와 신호모터스 대표를 겸직하며 딜러사업에 힘을 쏟았지만 실익은 없었다.

곽 부회장은 본업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신호모터스 매각을 결정했다. 올 4월 딜로이트안진을 주관사로 선정해 입찰 작업을 진행했고, 올 6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로 NK물산을 선정했다. 하지만 매각 작업에도 차질이 생기게 됐다. 이 시기 BMW 주요 차종에서 잇따라 화재사건이 발생하고 당국이 대규모 리콜까지 지시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탓이다.

신호모터스는 BWM 브랜드 이미지 추락으로 인해 기업가치를 재평가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호모터스 M&A는 우선협상자가 선정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현재까지 진전이 없다. 일각에선 딜 자체가 무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곽 부회장 입장에선 진퇴양난 상황이 됐다. 곽 부회장은 신호모터스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자동차 전시장)이 많아 일정 수준 이상의 가격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악재 영향으로 희망가격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신호모터스를 헐값에 매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미반도체 투자를 받은 회사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도 있다.

반대로 M&A를 포기하면 신호모터스 실적 악화 타격을 짊어져야 한다. 신호모터스는 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BMW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8월) BMW 판매량은 2383대로 연쇄 화재가 발생하기 전인 올 상반기(1~6월) 월 평균 판매량(5761대)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신호모터스는 올 상반기 매출 1043억원에 당기순이익 2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화재 사태 이전에도 바닥권 이익을 기록하고 있었다.

한미반도체 측은 신호모터스 M&A 과정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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