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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웅 3기 출범…"국내 맞춤형 상품으로 승부" [thebell interview]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이사

서정은 기자공개 2018-11-08 10:15:3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06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들은 최근 몇년간 혹독한 시기를 보냈다. 실적 저하와 성과 부진이 거듭되면서 운용 조직을 줄이거나, 한국 시장을 떠난 하우스도 있었다. 이처럼 외풍이 컸던 외국계 운용사 가운데 꿋꿋하게 제 갈길을 갔던 곳이 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그 주인공이다.

박천웅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이사(사장, 사진)는 지난 5일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동료(외국계사)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상황에서 버티는 것이 이기는 방법 아니겠느냐"며 "한가지 욕심을 더 내자면 외국계 운용사의 특색을 지키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2012년 10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에 합류한 그는 지난달 임기 연장에 성공했다. 2021년까지 회사를 이끌게 되면서 대표이사 자리에만 9년을 머무르게 됐다. 많은 운용사들이 2~3년 단위로 수장을 교체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지난 6년 중 초반 3년을 적응기, 이후 3년을 도전기에 비유했다. 그는 "회사에 처음 왔을 때에는 PCA자산운용에서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으로 바뀐 직후라 조직 문화를 새로 만들고 이에 적응해가는 단계였다"며 "이후 3년은 PCA생명의 매각을 계기로 캡티브 마켓(계열사 내부 시장)이 아닌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하는 시기였다"고 회상했다.

캡티브 마켓을 잃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집중한 것은 고객이었다.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투(Metoo) 상품이 범람하는 환경에서 차별화를 하려면 국내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먼저 선보이는 것이었다.

그 간절함이 반영된 상품이 바로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 특별자산투자신탁[대출채권]'이었다. 현재는 펀드의 인기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지난해까지만해도 금리 인상을 예견한 고객 자금을 모으며 덩치를 7000억원 이상까지 키우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를 간파하면서도 계열사인 피피엠 아메리카(PPM America)와 협업한 이 상품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지향해야할 바를 드러내는 사례가 됐다.

그는 "한국 시장은 경제를 포함해 전반적인 측면에서 압축성장한 곳인만큼 다른 국가와 같은 전략으로 접근해선 안된다"며 "뱅크론펀드처럼 국내 금융환경에 적합한 상품들을 내놓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의 3년이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을 고객들에게 각인시키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그간의 펀드 성과 악화에도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다. 그는 2016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본 뒤, AI 기술이 금융업에서 생존을 가를 핵심이라고 봤다. 그 일환으로 이스트스프링은 ABL생명과 협업해 뉴스 중 투자에 유용한 정보를 추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카이스트와 손잡고 AI를 활용한 딥러닝 알고리즘 투자 공동연구에 돌입한 상태다.

그는 "당초 예정했던 AI를 활용한 헤지펀드를 출시는 다소 미뤄졌다"면서도 "비정형 데이터(unstructured data)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금융 서비스나 상품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꾸준히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대체투자 분야도 행보를 넓혀갈 계획이다. 그동안에는 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 위주로 선보여왔으나,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가 다양화되는 만큼 발빠르게 움직여야한다는 판단이다.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지난 9월 총 900억원 규모의 선진국 부동산 대출에 투자하는 펀드를 조성한 것도 대체투자 확대의 일환이다. 해당 펀드는 유럽 계열 운용사인 M&G 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부동산 대출 펀드에 투자하는 구조로 기관투자자들에게 첫 선을 보였었다.

그는 "고객들에게 선택지를 넓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체투자 상품도 꾸준히 선보일 생각"이라며 "다만 대체투자 상품은 본류(本流)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사업의 무게중심을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국내 고객들에게 '각 유형마다 꽤 괜찮은 상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남길 소망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에 운용하고 있는 상품의 성과를 끝까지 책임지고, 운용철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리는 단순하지만 이를 체화시키려면 훈련이 필요하듯, 그는 이 말을 몇번이고 반복했다.

그는 "다른 회사가 어떤 사업을 시작한다고 무조건 일을 추진하거나 쫓기듯이 상품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회사의 방향성은 유지하되 앞으로는 고령화 등 한국 시장의 변화에 맞춘 상품을 선보이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천웅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대표이사 프로필>

△ 2000 ~ 2003, 메릴린치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 (MLIM) 자산운용 UK & Singapore 펀드매니저
△2003 ~ 2005, 모건스탠리증권 리서치헤드
△2005 ~ 2010, 우리투자증권 기관/리서치사업부/해외사업부 대표 전무
△2010 ~ 2011.1, 미래에셋자산운용 국제마케팅부문 대표
△2011.2~2012.5,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사장
△2016.6~2018.6,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회 민간위원
△2012.10 ~ 現,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코리아 대표이사/사장
△2018.8~ 現, CFA(국제공인재무분석사) 한국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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