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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받는 기술 스타트업

김은 기자공개 2018-11-16 08:35:07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4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기술 스타트업들이 어렵게 개발한 기술이 빛도 보지 못한 채 묻히고 있다. 투자유치 자체가 어려운데다 기술 개발을 완료해도 실제 사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국내 스타트업 100곳 중 기술 스타트업은 10곳이 채 되지 않는다. 국가별 기술 스타트업 엑시트 순위를 비교하면 국내 기술 벤처 생태계는 더욱 취약하다. 1위 미국, 2위 영국, 3위 인도, 11위 중국, 18위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상위권에 포진된 반면 한국은 40위권 내에도 들지 못했다. 혁신 성장을 외치며 창업 생태계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미래먹거리를 책임질 '기술 스타트업'을 등한시 하고 있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벤처1세대로 AI 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 대표 A씨는 "해외와 달리 국내는 당장 매출을 견인할 수 있는 제품과 솔루션 개발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투자받기 굉장히 까다롭다"며 "자금 유치에 성공한다고 해도 보유기술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오래걸려 사업에 어려움이 많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는 정부가 제공하는 벤처 기업에 대한 지원 혜택이 기술 벤처와 조건이 안맞는 경우가 많고, 정부 출자사업이나 과제 등의 규제가 까다로워 초기기업이 따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들이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창업초기 기술기업에 투자를 꺼려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쉽지 않다. 기술 벤처가 개발하고 있는 유망하고 전문성 있는 기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이해도를 갖춘 심사역과 전문 인력 찾기는 더욱 어렵다. 무엇보다 스타트업의 인수·합병이 어려운 한국 사회 제도와 분위기 역시 기술 스타트업의 엑시트를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규제'로 작용하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와 후속 투자지원 프로그램 '포스트팁스'를 방안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팁스를 졸업한 기술 기업들 역시 다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다. 정부 자금을 통해 우수한 기술을 개발했지만, 제품과 서비스를 대규모 양산하고 사업화하는 단계에서 자금이 부족하거나 시행 착오로 좌절해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대책으로 나온 후속 투자지원 역시 조건이 까다롭다.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기술 기업에 과도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지적이다.

기술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는 '초기 기술개발'과 '후속 사업화' 두 측면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간 기술 연구를 완성하는데에만 초점을 맞춰 창업 이후 성장 지원이 미흡했다. 실무 전문가로 구성된 벤처캐피탈과 액셀러레이터가 발굴부터 교육, 창업, 운영 및 회수까지 모든 단계에 대한 계획을 함께 수립하고 자금, 제품화, 수익모델 구축 등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필요가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의 원천 기술 확보는 물론 투자, 성장, 회수, 재투자라는 기술 벤처 생태계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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