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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북풍' 몸사림에 뒷전된 남북경협 [thebell note]

정미형 기자공개 2018-11-16 10:30:18

이 기사는 2018년 11월 15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월에 세미나를 구성하려고 은행 분들에게 제안했더니 못 오겠다고 하는 곳들도 있더라고요. 주제 때문에."

최근 모 연구원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한탄이 쏟아졌다. 도대체 어떤 주제기에 싶겠지만, 주제는 의외로 올해 들어 가장 ‘핫한' 이슈인 북한이었다. 그는 북한 관련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분명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너도 나도 남북경협에 뛰어들었던 은행들이었다.

기류가 바뀐 건 남북 정상이 평양선언을 한 직후부터다. 미국 재무부가 미 현지에 지점을 둔 국내 은행에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소집해 대북 금융제재 준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이제 은행들은 북한과 엮이기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은행들이 추진하던 남북경협 사업들은 잠정 중단된 상태다. 관련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현재는 열기가 식었다. 우리은행의 남북경협 관련 TF(태스크포스)도 신한은행의 남북경협랩(Lab) 등도 모두 큰 진전 없이 멈춰 있다.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조차 남북경협에 소극적이라는 말이 들리는 걸 보니 더 말할 것도 없어 보인다.

은행들의 입장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고작 컨퍼런스콜 하나'에 은행들이 남북경협을 올스톱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라도 적용받으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북한의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 세컨더리 보이콧 제재를 받으며 파산한 방코델타아시아(BDA)의 선례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어쩌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옳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을 바짝 움츠린 은행들의 행보가 어딘지 아쉽다. 북한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북한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은 스마트폰 보급이 급증함에 따라 모바일 뱅킹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개인금융의 경우 법적으로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지만, 국내 금융권의 경우 2005년 북한이 남북경협을 위해 마련한 ‘북남경제협력법'을 적용하면 북한 모바일 뱅킹 시장 진출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상황이 닥쳤을 때 하게 되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법이다. 학계에서는 북한 시장 자체가 정보가 거의 없고 굉장히 불투명한 시장이기 때문에 남북경협에 나서기까지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자본 역시 호시탐탐 북이라는 거대 시장이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다시 차근차근 준비해 은행들이 남북경협 사업을 주도할 기반을 닦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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