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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믿음, '로이힐 프로젝트'를 완성하다 '잠재적 성장가치'에 초첨 추가 수혈, '순손실' 털고 지분법 이익 효자로

로이힐(호주)=심희진 기자공개 2018-11-28 08:39:4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27일 10: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호주 서부 중심도시인 퍼스(Perth)에서 북쪽으로 약 1200km 떨어져 있는 필바라(Pilbara). 그 안으로 들어가자 로이힐(Roy Hill) 광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 토양으로 뒤덮힌 광산의 면적은 가로 7㎞, 세로 27㎞. 단일 광산으론 호주 최대 규모다. 이곳에 매장된 철광석만 23억톤에 달한다.

로이힐 광산은 총 3개의 ROM(Run of Mine)을 보유하고 있다. ROM이란 갓 채굴한 원광석을 쌓아두는 공간이다. 지난 20일 방문한 곳은 그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ROM2였다.

ROM2에 들어서자 마자 품질별로 구분돼있는 원광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로이힐은 드릴링(drilling) 과정에서 원광석의 순도를 파악한 다음 이를 47가지로 분류한다. 순도가 높은 부분과 낮은 부분을 서로 섞어 정해진 규격을 충족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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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과정을 거친 철광석이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야적장으로 운반되고 있는 모습

로이힐에서 생산된 철광석의 순도는 61%다. 이는 고급 제품군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저품위 철광석의 순도는 56~58%, 프리미엄 철광석의 순도는 64~65%다. 로이힐산 철광석은 경쟁업체들에 비해 인(P)의 함유량이 절반가량 낮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인이 많이 들어갈 철광석은 강도가 낮아 쉽게 깨진다.

그렉 호킨스(Greg Hawkins) 로이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호주의 다른 광산들은 인 함유량이 0.1%까지 올라가는 중인데 반해 로이힐 철광석은 여전히 0.04~0.05%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고객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 실리카(SiO2), 알루미나(Al2O3) 등 불순물을 최소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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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힐 광산에서 만들어진 분광(위)과 괴광(아래)
불순물 제거와 파쇄과정까지 거친 철광석은 분광과 괴광으로 분리된다. 분광은 지름이 6.3㎜미만, 괴광은 6.3~30㎜인 완제품을 의미한다. 포스코가 주로 사용하는 철광석은 분광이다.

분광과 괴광은 기차에 실려 포트헤들랜드(Port Hedland)로 향한다. 광산에서 항구까지 거리는 344㎞다. 236개 칸으로 구성된 로이힐의 기차는 3만2000톤의 철광석을 싣고 하루에 5~6번가량 달린다.

한기호 포스코 서호주사무소장은 "고객에 제품을 보내기 전 랜덤으로 품질을 체크하고 있다"며 "매일 800개 철광석을 무작위로 꺼낸 다음 이를 1000도에 녹여 엑스레이를 통해 24가지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이힐은 포트헤들랜드에 2개 선석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찾은 선석에는 18만톤과 20만톤의 벌크선이 각각 대기하고 있었다. 항구에 도착한 철광석은 시간당 1만2000톤씩 선박에 실린다. 가득 채워진 벌크선은 하루에 2번 포트헤들랜드를 떠나 목적지로 향한다.

한 소장은 "포트헤들랜드가 작년에 5억1900만톤의 자원을 수출했는데 이는 세계 최대 실적"이라며 "그중 99%가 철광석"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힐의 철광석을 실은 선박은 밀물 시간과 항만청 스케줄에 맞춰 출항한다"고 덧붙였다.

철광석 채굴부터 파쇄(crushing)·혼합(blending)·불순물 제거·운반·선적까지 모든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포스코의 원료개발 사업이 또 한번의 성공을 거뒀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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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헤들랜드에 위치한 로이힐의 선석

포스코가 로이힐 프로젝트에 착수한 지 올해로 8년째다. 그간 걸어온 길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투자 초기 톤당 130~140달러였던 철광석 가격이 2012년 공급과잉으로 반토막나면서 원료개발 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포스코는 단기적 요인에 휘둘리지 않았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료의 안정적 조달을 최우선으로 삼고 광산 개발, 공사 관리 등에 전념했다. 2013년 11월엔 EPC(설계·조달·시공) 협상이 지연되자 5000만AUD(호주달러)를 추가 수혈키도 했다. 로이힐의 잠재적 성장가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공은 불가능했다.

포스코의 믿음에 보답하듯 로이힐의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2016년 6월(호주 회계기준)만 해도 3500만AUD의 순손실을 냈던 로이힐은 이듬해 6월 3억3100만AUD의 이익을 거뒀다. 올해 6월엔 영업이익 규모가 5억5800만AUD로 확대됐다. 덕분에 포스코의 지분법 이익도 2016년 130억원대에서 지난해 460억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6개월만에 전년 수준을 넘어선 470억원을 기록했다. 포스코는 로이힐 지분 12.5%(1311만7972주)를 들고 있다.

그렉 호킨스 CFO는 "2010년 포스코의 지분 투자로 로이힐 프로젝트가 시작됐다"며 "포스코 덕분에 로이힐 광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로이힐은 철광석 품질 개선작업을 통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윔즈(WHIMS·Wet High Intensity Magnetic Separation) 설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윔즈는 고강도 및 저강도 자기 분리(magnetic separation) 기법을 활용해 초미세 제품의 회수율을 높이는 기기다. 로이힐은 매년 순도가 낮아 버려지는 1400만톤의 철광석 중 400만톤을 재가공하는 데 윔즈를 사용할 방침이다.

한 소장은 "윔즈는 철광석에 함유된 불순물을 마치 세탁기에 돌려 씻어내듯 떨쳐내는 방식"이라며 "중국 정부의 환경제재가 심해질수록 고품위 철광석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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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즈의 작동 원리를 나타낸 그림(출처=로이힐홀딩스)

지난 4월 로이힐 광산은 당초 목표했던 연 5500만톤의 철광석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2020년 윔즈가 본격 가동될 경우 연 생산능력은 6000만톤까지 확대된다.

그렉 호킨스 CFO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 마이닝(smart mining)을 꾸준히 도입할 것"이라며 "빅데이터, IT(정보통신) 기술 등을 활용해 광산에서 철광석을 운반하는 트럭들을 무인화하는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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