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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가 버린 부실기업 '글로벌 메이커' 마일스톤 되다 [현대차 기아차 인수 20년]①'MK의 현대차' 자산 16배 급성장, '위에다기아' 中거점확보 마중물

방글아 기자공개 2018-12-03 08:27:46

이 기사는 2018년 11월 3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2월 1일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를 손에 넣은 지 꼭 20년째 되는 날이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차가 훗날 글로벌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 마일스톤이 됐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그룹 왕자의 난을 거치며 그룹 명칭을 동생 정몽헌 회장에게 넘겨줬지만 알짜 현대차 경영권을 확보한 뒤 해외 시장 다변화에 성공해 세계 5위 자동차 그룹으로 키워냈다. 현대차가 보폭을 넓혀가는 과정에는 기아차의 중국 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

현대차

◇포드가 버린 부실기업 '기아 살리기'…1년만에 급속 턴어라운드

1998년 현대그룹 종속회사 현대차는 정부가 국제 경쟁 입찰 매물로 내놓은 기아차를 인수했다. 1998년 12월1일 기아차(아시아자동차공업 포함)가 발행한 총주식의 51%(2억1420만주)에 주금납입을 완료하며 실질적인 지배권을 획득했다.

당시는 범국민 '기아 살리기' 운동이 일던 때다. 현대-대우와 함께 국내 자동차 시장 91%를 점유하고 있던 기아차는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맞기 직전까지 국민차 '프라이드'로 사랑받는 자동차 기업이었다. 하지만 당시 돈으로 1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어, 대주주였던 미국 포드(Ford)마저 인수를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현대차는 과감하게 인수전에 뛰어들어 삼성자동차를 제치고 기아차를 손에 넣는다. 그 무렵 현대그룹 또한 외환위기에 매물로 나온 부실 기업을 여럿 인수하며 쌓인 부채로 인해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 개선 압박을 받고 있었다.

기아차의 지배력을 확보한 현대차는 곧 이어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의 자동차 사업부문 분할·합병 등을 단행해 한해 사이 몸집을 1.5배 가까이로 불렸다. 일련의 조정으로 단숨에 자산 8조7576억원, 기초자본 2조1634억원이 증가하고, 매출액과 연결당기순이익이 각각 9조899억원, 903억원이 늘었다. 내부 조정을 제외하고 1998년 말 자산 11조1845억원에서 16조4559억원의 기업이 됐다.

몸집을 키운 현대차는 동시에 기아차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당시 기아차 라인업 중 크레도스, 아벨라, 포텐샤 등 경쟁력이 낮은 모델을 대거 단종하고 프라이드와 봉고, 카니발, 스포티지 등 소수 인기종만을 남겼다. 생산 효율화에 따라 기아차는 현대차로 인수된지 1년 만에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고 흑자 전환(949억원 적자→1357억원 흑자)에 성공했다.

◇ '왕자의 난' 끝 현대차 독립, 우려 속 중국 시작 글로벌 도약

현차현차
현대차 소그룹 분할 직후 현대그룹 및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현대차가 기아차를 인수한 1998년은 외환위기에 따른 대외상황만큼이나 내부상황이 복잡하던 때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2남 정몽구 회장과 5남 정몽헌 회장이 그룹 후계자가 되기 위해 물밑 경쟁을 벌였다. 당시 정몽구 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각각 자동차, 건설을 도맡고 있었는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인 대북사업에서 우위를 점한 정몽헌 회장이 현대그룹 명칭과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 핵심 기업으로 22개사를 거느리고 있던 현대차는 2000년 현대그룹에서 축소 분리돼 별도 그룹을 이뤘다. 2000년 8월3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강관, 현대캐피탈, 현대우주항공, 오토에버닷컴, 이에치디닷컴, 인천제철, 삼표제작소 등 10개사를 소규모 그룹으로 하는 현대차 계열 분리 안건을 승인했다.

이로써 당시 35개사의 계열사를 지닌 재계 1위 현대그룹은 △계열사 25개사로 구성된 자산 54조6100억원 규모 현대그룹과 △10개사로 구성된 35조7000억원 규모 현대차그룹 등 2개로 나뉘었다. 현대는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어주고 2위에 자리했으며 현대차는 LG, SK그룹 다음으로 5위가 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현대차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르노와 포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이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었고, 모기업 부재로 직간접적 금융지원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외환위기 여파가 다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글로벌 진출 요구도 높아져 갔다.

하지만 신용시장은 다르게 반응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공정위 발표 직후 현대차 소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상향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 기준 현대차와 현대캐피탈(BBB+→A-) ,현대정공(BBB→BBB+)으로 한계단씩 올랐다. 현대차가 직후 발행한 1200억원의 회사채도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전량 소화됐다. 현대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 비교해 탄탄했던 현대차의 재무적 안정성이 크게 공인된 셈이다.

◇그룹 최대 생산거점 베이징현대 설립에 '위에다기아' 마중물

안정을 찾은 독립 그룹에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정몽구 회장은 전략 사업을 빠르게 추진했다. 이를 위해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 광둥성에 위치한 혼다 공장과 상하이 폭스바겐 공장을 찾았는데, 현대차의 첫 해외 전략 사업지가 중국이 될 수 있도록 한 데 기아차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기아차는 현대차에 인수되기 전 프라이드 반제품(SKD) 수출을 위해 중국 위에다기차와 기술 제휴를 맺고 기술이전료 300만달러를 받은 상태에서 부도를 맞았다. 이에 위에다 측은 기아차를 인수한 현대차에 그 고충을 털어놓는데, 현대차가 이를 받아들고 위에다 측과 공동 경영을 결정했다. 이를 통해 2001년 지분 50%를 출자해 합작법인 '현대기아위에다기차'를 세운 것이 현대차그룹 중국 진출의 물꼬를 텄다.

현대기아위에다기차가가 설립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둥펑기차가 새로운 제안을 했다. 둥펑기차는 현대차 전 차종의 중국 생산을 조건으로 위에다기아에 자본 참여를 제안했다. 이는 기아차의 중국 생산이 전 차종으로 확대된다는 뜻이었다. 현대기아위에다가 이를 받아들이며, 기아 50%, 위에다 30%, 둥펑 20%씩 지분을 나눠 가진 현대기아위에다둥펑(현 둥펑위에다기아)이 2002년 설립됐다.

이후 현대기아위에다둥펑 임직원이 중국 수도인 베이징으로 건너가면서 2003년 베이징현대 설립으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당시 베이징에서 미국 자동차 체로키(Cherokee)의 지프차를 생산하던 베이징기차와 전 차종 생산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고, 2003년 합작법인을 출범시켰다. 이에 현대모비스, 현대하이스코 등 부품 계열사들이 중국으로 따라붙었고, 2004년 현대차그룹의 중국 지주사 격인 현대기차중국투자유한공사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로 연결됐다.

현대차는 1997년 터키, 1998년 인도 등 일찍이 해외 시장에 진출해 있었지만 그 생산규모가 각각 6만대, 28만대로 이 시기 집중 신·증설된 중국에 못 쳤다. 수년만에 베이징현대와 현대기아위에다동풍은 도합 44만대의 생산능력을 지닌 현대차 글로벌 생산거점이 됐다. 이후 베이징현대는 5차례의 증설을 거쳐 현재 연간 165만대 생산이 가능한 현대차그룹 최대 생산거점으로 성장했고, 현대기아위에다둥펑은 3차례 증설 끝 89만대 생산능력을 보유한 기아차 최대 생산거점이 됐다.

2018년 현재 현대차그룹은 국내를 제외 세계 9개국에서 연간 57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가동 중이다. 현재는 이 중 47.4%(270만대)가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기아차가 마중물이 된 중국 사업을 시작으로 한 현대차의 해외 진출이 현대차를 현재 자산 79조7724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국내 재계에서도 현대, LG, SK그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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