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종금계정 활용, 약정부 CP 부활 단기물 반복 발행, 중장기물로 둔갑…재무 리스크 심화
피혜림 기자공개 2018-12-04 09:51:00
이 기사는 2018년 11월 30일 1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약정부 기업어음(CP)이 조용히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약정부CP는 일정기간(1~3년) 동안 보통 3개월 짜리 만기 CP를 자동 차환 발행할 수 있도록 계약을 맺은 기업어음이다.
지난 29일 오뚜기는 500억원 규모의 약정부CP를 발행했다. 만기는 3개월 단일물이지만 신한은행이 3년간 인수약정하는 조건을 맺어 사실상 장기물로 조달했다. 오뚜기는 마련된 자금으로 30일 만기도래하는 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차환할 예정이다. 남은 100억원은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약정부CP는 발행사 입장에서는 은행 여신과 다를 바가 없다. 은행 대출 한도 내에서 발행이 이뤄지는 데다 매입 금융기관과 만기연장이 약속돼 있어 장기차입금과 같다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유동성 문제가 생길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발행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 매입 금융기관으로부터 조기 상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03년 카드대란 당시 매입 금융기관이었던 투신사들은 유동성 위험에 빠진 카드사에 조기 상환을 요구했다. 이에 카드사 역시 이면약정을 문제삼았으나 사태는 걷잡을 수 없었다.
시장 관계자는 "은행이 재발행한 CP를 인수하지 않을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는 만큼 약정부CP는 발행사 입장에서 상당히 부담이 큰 재무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점은 본질적으로 단기금융상품인 약정부CP가 지표에서는 장기차입금으로 둔갑한다는 점이다. 통상적으로 약정부CP 발행사들은 해당 금액을 재무지표 상 중장기기업어음(CP) 등의 항목에 넣어 장기차입금으로 분류한다. 유가증권에 해당하는 CP 만기를 왜곡해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셈이다.
약정부CP는 종금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권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금 계정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은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두 곳이다.
특히 신한은행은 최근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CP 발행으로 업무 영역을 확장한 바 있다. 오뚜기 계열사인 오뚜기라면과 조흥은 각각 지난 3월과 4월 신한은행의 신용보증을 받아 기업어음을 발행하기도 했다. 신한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등급이 낮았던 오뚜기라면, 조흥과 달리 오뚜기는 'A1' 수준의 최고 단기신용등급을 받고 있어 보증이 아닌 약정부CP 방식을 활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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