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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책임지는 신탁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8-12-31 09:51:31

이 기사는 2018년 12월 28일 10:3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게 될까? 절망에 빠져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할것인가,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할 것인가.

올해에는 일본 고령부부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잔잔한 인기를 끌었다. 영화는 바쁘게 사는 우리들에게 '인생은 뭐든지 할 수 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해가면 된다'는 감동을 주고 있다. 재미있는 건 87세 부인과 90세 남편의 대화 내용이다. 부인은 남편에게 죽는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냐고 묻지만, 남편은 무심하게 답한다.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보통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 종신 보험 가입을 권유받게 된다. 필자의 한 지인은 보험을 끝까지 가입하지 않았는데, 이유를 물어보면 '죽고 난 후를 신경쓰지 않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보통 어르신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국가 일본은 우리보다 20여년 이상을 앞서 시니어 산업이 형성돼 있다. 매년 4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배리어프리(Barrier Free)박람회나 10월 동경에서 열리는 국제복지기기박람회(HCR)를 보면 그 현황을 알 수 있다. 우리도 시대 흐름에 따라 이런 박람회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은 많은 격차가 느껴진다.

일본의 노인들은 자신의 마지막 삶을 스스로 준비하는 이른바 '종활(終活)'에 집중하고 있다. 다양한 세미나를 통해 현재의 생활을 정리하는 것이나 사후 유품 정리, 장례정리, 자금관련 준비 등을 배운다. 그들은 이런 준비를 위한 자금을 대부분 신탁을 통해 관리하며 사후 설계를 진행한다. 일본에서도 망자의 금융재산은 지급이 동결되고, 상속예금이 지급되기 위해서는 모든 상속인들의 합의가 이뤄진 지급요청서가 제출돼야한다.

우리도 망자의 상속예금절차는 일본과 동일하다. 상속예금의 지급이 동결되기 때문에 부모의 자금 내역을 확인했더라도 한 상속인만의 요청으로는 지급되지 않는다. 배우자에게 필요한 생활비 마저도 상속협의와 신고절차 등이 마무리 될 때까지는 중단되는 큰 불편함이 있다.

우리에게는 이같은 불편함을 줄이고, 자신이 뜻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신탁을 통해서다.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유언대용신탁, 유언신탁 이라는 용어로 좀 더 우리에게 익숙해지고 있다.

신탁은 계약을 통해 자신의 뜻을 정해 놓음으로써 자신의 장례 문제부터 배우자의 생활비 지급, 손주를 위한 마음을 전할 수 있다. 심지어는 생전에 챙기지 못한 인연들도 챙길 수 있고, 기부도 가능하다.

신탁은 개발사업에서 분양받은 사람을 위해 자산을 관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퇴직금의 경우 신탁이라는 바구니가 안전하게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안전성과 수탁자의 신뢰가 전제되기 때문이다.

돈과 부동산에 대한 상속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소중한 재산이 안전하게 지켜져 본인을 위해 쓰이도록 할 수 있는 것이 신탁의 핵심이다. 사후에도 남은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책임질 수 있게 해준다.

상속 자산이 남은 배우자를 위해 쓰이는 것도 중요하고, 자녀 혹은 공익 목적을 위해 쓰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는 준비를 마치는 것이다. 오늘이 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누구와 함께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신탁을 통해 본인의 뜻을 전달하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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