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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감원장 신년사서 '독립성' 왜 빠졌나 8개월 전 취임사와 달리 언급 안해…종합검사 집중 전략 관측도

안경주 기자공개 2019-01-04 10:57:13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3일 18: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금감원 독립성'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대해 언급하지 않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과 8개월 전인 지난해 5월 윤 원장의 취임사와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 탓이다. 오히려 올해 시행되는 종합검사에 신년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금감원 안팎에선 윤 원장의 신년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위원회와의 갈등 논란을 잠재우고 종합검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예산권에 발목이 잡히면서 독립성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원장은 2일 '금감원 창립 20주년 기년식 및 2019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금감원 독립성'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는 윤 원장이 지난해 5월 취임할 당시 금감원의 독립성 강화를 강조했던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특히 독립성 문제의 경우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한 금감원의 오랜 숙원이라는 점에서 윤 원장의 이 같은 신년사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창립 20주년이기도 하지만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금감원) 독립성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이번 신년사에서 전혀 언급이 없어 내부적으로 의외라는 반응이 더 많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독립성 확보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원장은 취임사에서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올해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신년사에서 독립성 얘기가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올해부터 시행되는 종합검사에 대해 신년사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윤 원장은 신년사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실시하고자 한다"며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검사부담을 줄여주되, 그렇지 못한 경우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불과 8개월 만에 금감원 독립성 보다 종합검사로 정책의 방점을 바꾼 셈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 안팎에선 이번 신년사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우선 윤 원장이 강조해 온 종합검사를 예정대로 추진하기 위해 '금감원 독립성'에 대해 자제하는 모양새를 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종합검사는 특정 영역만 보는 부문검사와 달리 업무 영역 전체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법규 위반행위 등에 대한 준법검사가 병행되기 때문에 검사 강도가 높다. 금감원은 2015년 이전까지 종합검사를 진행했지만 진웅섭 원장 당시 '금융사의 과도한 부담'을 이유로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문제는 윤 원장이 종합검사를 부활시키자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2년마다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종합검사와 달리 '유인부합적'이란 단서 조항이 붙었지만 금융사에 부담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이유다.

실제로 최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종전에 금율사 부담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금감원이 스스로 (종합검사 폐지를) 결정했는데, 그것을 부활시키는 것에 대해 약간의 우려와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 독립성과 관련해 금융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종합검사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독립성을 강하게 얘기하다보면 종합검사 역시 추진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며 "전략적으로 집중한 부분을 우선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 원장 취임 이후 지속된 금융위와 과도한 불협화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부수적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반면 금감원 일각에선 사실상 예산권과 관련해 금융위의 우세승으로 일단락 되면서 윤 원장이 금감원 독립성 문제에 대해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년사에서 독립성 얘기가 빠졌다는 것은 금융위와의 기세 싸움에서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며 " 금융위가 예산으로 감독권의 독립성을 손상시킨 상황에서 (윤 원장이) 조직을 추스리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도 독립성에 힘을 빼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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