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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C인베, '임창욱·김훈식' 20년 동행, 초장기 CEO 배출 ①오너·경영진 탄탄한 신뢰, '수익률 1위 하우스' 결실

정강훈 기자공개 2019-01-09 08:32:40

이 기사는 2019년 01월 07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알려진 것처럼 대상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벤처캐피탈이다. 많은 대기업이 직간접적으로 벤처캐피탈을 소유하고 있지만 대상그룹처럼 오너 일가가 직접 거느린 경우는 흔치 않다. 30년 역사를 가진 UTC인베스트먼트가 대상그룹에서 새출발한 것도 만 20년이 지났다.

대기업 그룹의 벤처캐피탈에서 장수 CEO가 나왔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그룹 계열의 벤처캐피탈은 전문 경영인들이 짧은 임기를 소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UTC인베스트먼트는 출범 당시 주역인 김훈식 대표가 최근까지 자리를 지켰다. 2000년대 초반에 있었던 공백을 감안해도 약 15년 연속으로 경영을 맡았다.

벤처캐피탈 업계 전체로 시야를 넓혀도 김 대표만큼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수장 역할을 한 인물은 찾기 쉽지 않다. 김 대표에 대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신뢰가 남달랐다는 증거다. 또 UTC인베스트먼트가 오너의 개인회사로서 그룹과 독립적으로 운영돼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임창욱_김훈식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김훈식 대상홀딩스 대표이사>

UTC인베스트먼트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기록이 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전체 벤처캐피탈 중 조합해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바이아웃 투자의 성공이 원동력이었다. 벤처펀드 외에 기업구조조정(CRC) 조합과 기업재무안정(NPL) 펀드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UTC인베스트먼트가 20년간 매번 성공했던 것은 아니다. 선이 굵은 투자를 하던 UTC인베스트먼트는 2000년대 후반 일부 포트폴리오의 회수에 차질이 생기면서 성장 가도에 제동이 걸렸다. 각고의 노력 끝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한 김 대표는 회사를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려놓았다. UTC인베스트먼트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대표는 현재 대상홀딩스로 자리를 옮겨 임창욱 회장과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 임 회장, 사재 출연해 VC 출범…단기간에 10배 수익 달성

임 회장과 김 대표의 인연은 약 2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 회장은 LG투자자문 출신의 투자 전문가인 김 대표를 영입했다. 처음에는 김 대표를 대상그룹에 불러들여 투자 및 M&A를 맡기려고 했다. 하지만 상의 끝에 그룹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낫다고 판단해 별도의 전문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임 회장은 사재로 삼승투자자문(당시 국제투자자문)을 인수해 김 대표에게 총괄을 맡겼다. 새출발한 UTC인베스트먼트(당시 UTC벤처)는 창업투자회사 라이선스를 획득하고 벤처캐피탈 시장에 진출했다. 자본금 100억원이던 UTC인베스트먼트는 벤처 활황기를 맞아 수년만에 자본금 10배가량의 이익을 냈다.

당시는 펀드가 아니라 본계정으로 벤처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수익성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던 시기였다. 회사를 직접 소유하고 있던 임 회장도 자연스레 막대한 배당 수익을 거뒀다. 벤처 활황기를 맞아 시장에 뛰어든 임 회장의 결단력과 김 대표의 투자 역량이 합작한 결과였다.

임 회장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한 김훈식 대표는 투자사를 세우며 독립을 시도했다. 지금의 윤종효 UTC인베스트먼트 상무와 김정현 케이런벤처스 파트너 등이 당시 김 대표와 함께 했던 주요 멤버였다. 약 3년간 홀로서기에 나섰던 김 대표는 2003년에 다시 UTC인베스트먼트로 복귀하며 임 회장과의 인연을 이어 나갔다.

◇ 바이아웃 투자로 잇단 잭팟…20년 장기집권 체제 구축

2000년대 초반은 벤처투자 시장이 큰 변화를 맞았던 때다. 코스닥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기업 구조조정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기였다. UTC인베스트먼트도 CRC 투자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소수 지분을 취득하는 일반적인 벤처투자보다 리스크가 크고 선이 굵은 '바이아웃' 투자를 선도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콘크리트 제조·판매업체인 아이에스동서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04년 CRC 조합 등을 이용해 아이에스동서에 1200억원을 투자했다. 2008년에 최종 엑시트한 결과 누적 회수금액 2343억원을 기록하며 1000억원 이상의 초과 수익을 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도 바이아웃 경험을 쌓으며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갖춰 나갔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성공할 수는 없었다. UTC인베스트먼트를 수년간 괴롭힌 김종학프로덕션 투자가 뼈 아픈 사례였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07년 CRC 펀드인 '유티씨기업구조조정7호조합'으로 김종학프로덕션에 투자했다. 나중엔 아예 김종학프로덕션의 보유 지분을 떼내 인적분할 방식으로 유티씨앤컴퍼니(UTC&컴퍼니)라는 별도 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물론 유티씨앤컴퍼니는 실질적으로 UTC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업체였다.

유티씨앤컴퍼니(UTC&컴퍼니)는 2009년엔 김종학프로덕션의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수백억원의 투자금이 들어간 김종학프로덕션을 살리기 위해 추가 자금을 투자하기도 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작업을 벌였다. 투자금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 끝에 투자 7년만에 엑시트에 돌입할 수 있었다.

바이아웃 투자로 승승장구하던 UTC인베스트먼트는 김종학프로덕션 투자로 잠시 주춤하게 됐다. 특히 수년간 김종학프로덕션에 인적 자원을 소모한 것도 타격이었다. 당시에 정책금융공사로부터 출자 받은 펀드의 투자 속도가 느리자 자진해서 GP 자격을 반납하기도 했다. 무리한 운용으로 출자자(LP)에게 손실을 끼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결단이였다.

◇ 벤처캐피탈 정체성 강화…펀드수익률 '1위 하우스' 결실

UTC인베스트먼트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운용 전략을 수정한다. 바이아웃 투자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일반 벤처투자를 확대했다. 벤처캐피탈로서의 정체성 강화에 나선 셈이다. 어수선했던 조직을 재정비한 뒤 2015년부터 펀드 결성에 집중, 현재는 매년 꾸준한 펀드레이징 실적을 거두고 있다.

UTC인베스트먼트는 2017년까지 16개 벤처투자조합을 해산해 내부수익률(IRR) 15.59%를 기록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 기록은 국내 전체 벤처캐피탈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국내 유수의 대형 벤처캐피탈을 제치고 펀드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러한 펀드 성과는 경영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UTC인베스트먼트는 조합 청산 효과에 힘입어 2017년 100억원대 이익을 기록했다. 한동안 부진했던 영업실적이 완전히 반등세로 돌아섰다. 펀드레이징 성과가 서서히 중첩되고 있어 수익 구조도 안정화되고 있다.

장기집권 체제에서 남다른 실적을 낸 김 대표는 2016년 임 회장의 부름을 받아 대상홀딩스로 자리를 옮겼다. 한동안 UTC인베스트먼트의 대표를 겸직하다 지난해 초부터는 고문을 맡으며 UTC인베스트먼트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났다.

김 대표의 새 둥지인 대상홀딩스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다. 그룹 외부에 있던 김 대표가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라는 중책을 맡게됐다. UTC인베스트먼트에서 남다른 실적을 기록한 김 대표가 지주회사에서 투자 전문가로 활약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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