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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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드풋(Fed Put)'의 경제학 [WM라운지]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공개 2019-02-11 08:06:38

이 기사는 2019년 02월 08일 10: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2월 24일 미국 다우지수는 크리스마스 이브가 무색하게도 2.9% 폭락했다. 당시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면서 급락한 주가는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으로 며칠 뒤 반등했다. 파월 의장이 지난 1월 4일 애틀란타에서 개최된 2019년 전미경제학회(AEA) 연례 총회에서 '정책 전환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둘기적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에 대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던 파월 의장의 태도가 주가 급락 이후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 발언으로 4일 다우지수는 3.3% 상승했고, 이후에도 5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 가며 5.8%의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이를 '페드풋(Fed Put)'라고 일컫는다. 페드풋이란 미국 중앙은행이 주는 풋 옵션(put option)이란 뜻이다. 연준은 시장이 위태로울 때면 금융완화 정책 발언이나 금리인하를 통해 주가 급락을 방어한다. 한마디로 연준은 풋 옵션을 주식 투자자들에게 공짜로 주고 투자자들은 대가 없이 연준의 풋 옵션을 보유하는 셈이다. 이로 인해 시장은 주가가 끝 없이 하락하지 않고 어느 선에서는 지켜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된다. 중앙은행이 최후의 대부자(last resort)에서 주식시장 풋 옵션 제공자로 변한 것이다.

페드풋은 그린스펀풋(Greenspan put)에서 비롯됐다. 연준 의장이었던 그린스펀은 취임 직후인 1987년 10월 주가가 급락을 겪자 신속하게 금리 인하로 대응해 위기를 피했다. 그는 아시아 금융위기, 롱텀캐피탈메니지먼트(LTCM) 사태, 인터넷 버블 붕괴 때 이를 실행했다. 뒤를 이은 버냉키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전폭적인 금리인하에 이어 양적완화정책까지 펼친 바 있다. 그 흐름이 지금의 파월 의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가가 5% 하락하면 연준이 기준 금리를 14베이시스포인트(bp) 인하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리고 주가가 오를 때는 기준금리 정책에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하락할 때는 영향을 주는 비대칭적 행태를 보인다고 한다.

연준은 왜 페드풋을 행사하며 페드풋의 경제적 배경과 함의는 무엇일까? 우리는 두 가지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통화정책 관련 공개시장 회의록에서 주식시장에 대한 언급이 본격화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이전인 1987년 10월에 그린스펀이 주가 급락에 금리 인하로 대응할 때 언급한 것은 예외였다. 1994~2016년 공개시장 회의록에서는 주식시장에 관한 언급이 고용에 관한 언급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 언급의 횟수로 볼 때 연준의 관심사는 물가, 고용, 주식시장의 순서인 셈이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 주식시장이 미국 경제 전반에 더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된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둘째, 주식시장이 소비에 영향을 주는 경로에 주목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공개시장 회의록에서 주식시장에 대해 언급한 것 중 60% 가량이 주식시장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다. 자산의 증감이 소비에 영향을 주는 부의 효과(wealth effect)에 대한 언급이다. 미국 경제는 소비가 이끌어가는데, 소비가 소득뿐 아니라 부에 의존하는 부분이 자꾸 커지게 됐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해 사람들이 금융자산을 축적하는데, 이런 자산의 상당 부분이 주식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미국 국민의 노후는 미국 주식과 연동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퇴직연금 자산이 급속하게 축적되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런 경향성은 확대된다.

미국경제는 연금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주식시장에 포로가 된(captive) 격이다. 미국의 퇴직연금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 그리고 개인은퇴계좌(IRA)가 있다. DB는 기업들이 자기 계산으로 근로자의 적립금을 운용하는데 대부분 주식으로 구성된다. 그래서 주가가 급락하면 기업이 어려워진다. 한편 DC와 IRA는 개인들이 각자의 적립금을 운용하며, 역시 대부분 주식으로 운용한다. 이 경우 주가가 하락하면 개인들의 노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각종 연기금 역시 주식보유 비중이 50~70% 정도에 이른다.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사람들의 표도 떨어져 나간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연준의 금리인상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난한 이유도 2020년 대통령 선거 재선에 있다.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이 '페드풋'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주식 시장보다 부동산 시장이 경제 및 정치와 관련성이 더 높다. 표를 얻으려면 주식시장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움직여야 한다. 각종 공약에 부동산 정책은 핵심적인 요소다.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도 인플레이션이나 주식 시장이 아닌 주택시장 안정이 주된 이유였다. 이처럼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는 부동산 시장의 포로가 됐으며, 사회의 시스템도 부동산 중심으로 되어 있다.

주식시장에 포로가 되어 있는 미국은 기업을 우선으로 한다. 기업의 펀더멘털이 튼튼해야 주식 시장도 좋아지고 개인들의 노후와 소비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반면에 부동산 시장에 포로가 된 우리나라는 기업보다는 부동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하락하면 정부가 활성화 정책을 편다. 연준이 주식시장 붕괴를 막는 페드풋이 있다면 우리는 부동산 가격 급락을 막는 '부동산 풋(put)'이 있는 셈이다.

기업에 투자할 때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보고 투자한다. 한 국가의 주식 시장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이 주식과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겠는가 아니면 부동산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국가의 주식에 투자하겠는가.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글로벌로 분산해야 하는 이유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 CIO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미래에셋자산운용 경영관리부문 대표
[저서] 인구구조가 투자지도를 바꾼다 / 1인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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