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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거주 자녀를 위한 부모의 마음, 신탁으로 풀다 [WM라운지]

배정식 KEB하나은행 신탁부 리빙트러스트센터장공개 2019-02-18 07:49:38

이 기사는 2019년 02월 14일 09:5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 해외교민들의 걱정

LA총영사관에서는 교민들을 위한 무료 한국법 상담서비스를 제공해오고 있다. 2018년 한해 이뤄진 상담 중 가장 문의가 많았던 분야는 한국 내 재산, 그 중에서도 부동산과 관련한 것이었다.

2019년 1월 16일자 현지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8년 이뤄진 총 상담 건수는 129건으로 이 중 한국 내 부동산 문제가 27건이었고 이밖에 상속 26건, 재산 관련 민사소송 10건 등으로 집계됐다. 기소중지나 형사사건도 있지만 결국 재산 관련 문의가 절반에 가까웠다. 최근엔 한인들의 시민권 취득이 늘어나면서 시민권 취득시 한국 내 보유 부동산에 대한 적절한 조치나 상속으로 인한 한국 소재 부동산에 대한 취득 문의가 많았다 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캐나다 가족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이 방영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를 배경으로 하는 한국 이민자 가족 이야기인데, 현지에서의 큰 인기 덕분에 2019년 시즌3가 진행될 예정이다. 2017년 외교부 재외동포현황에 의하면 약 740만명의 해외동포 중 미국은 250만명, 캐나다는 약 24만명을 상회하고 있다. 서류 미비 상태의 체류자까지 포함하면 20만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미국은 2014년 223만에서 2017년 250만으로 26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해외동포들의 국내 소재 부동산에 대한 문제를 한국 사회의 관점에서 보면 고민의 양상은 달라진다. 부모들 대부분은 해외로 떠난 자녀들로 인해 걱정을 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외로 떠난 자녀들은 그 곳에서 자리잡고 생활한 탓에 한국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경우가 많을 것이다.

# 한국거주 부모들의 걱정

80대 중반의 홍길순씨는 세 명의 자녀 중 막내딸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홍씨는 한국에 있는 자녀들이 자신을 가까이서 돌보느라 애쓰는걸 안다. 그래서 아들의 사업자금도 보태줬고 큰 딸에게 아파트도 사줬다. 멀리 있는 딸에게도 별도로 남겨주고자 한다. 이제 홍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요양병원과 딸 집을 오가며 생활하기에 이르렀다. 아파트를 매도한 현금이 자신의 병원비와 간병비로 쓰일 수 있도록 조치하고 남은 돈은 미국에 있는 막내딸에게 전부 주고자 한다.

필자는 이 분께 신탁계약을 권유해 드렸다. 생활비와 긴급한 의료비용을 제외한 자금은 유언대용신탁계약을 하며 사후 수익자를 막내딸로 정해 놓았다. 다른 자녀들도 엄마의 뜻을 잘 알고 있었고 딸과 함께 와서 계약을 했다. 그리고 1년 뒤 그가 세상을 떠났다. 막내딸은 은행을 방문해 신분증을 제시했고, 우리는 지정된 해외계좌로 돈을 송금했다. 신탁계약의 상속집행까지 마무리 된 것이다.

만약 신탁계약이 없었더라면 다른 형제들의 동의 서류가 은행에 제출돼야 할 것이다. 물론 이 가정은 문제가 없었지만, 국내 상황을 잘 모르는 막내딸 입장에서는 오빠, 언니와 협의를 할 것이고 사업자금이 계속 필요한 오빠 상황을 감안할 때 엄마의 뜻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다른 가정도 있다. 오랜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국내에 돌아온 홍길동씨 이야기다. 홍씨는 미국에서 후원하던 아들같은 미국인이 있었다. 힘든 시절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 백인 신사가 있었고 자신도 그 뜻을 실천했다. 그리고 한국에 있는 작지만 남은 재산을 미국의 아들에게도 일부 남겨두고 싶다.

그는 미국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리빙 트러스트(Living Trust)'인 유언대용신탁을 통해 한국 자녀 4명과 미국의 아들을 위해 사후 재산분할이 이뤄지도록 조치했다. 그리고 2년 뒤 사망한 시점에서 한국을 방문한 미국의 아들에게도 자신의 뜻대로 재산을 이전했다.

# 내가 원하는 대로 재산을 남길 수 있는 방법

필자는 2010년 4월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Living Trust'라는 이름의 유언대용신탁을 출시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상속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회가 변하면서 10여년 전에 비하면 유언장, 죽음, 준비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은 많이 사라졌다. 상속에 대한 고민이 돈 많은 사람들만의 걱정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일테다.

재산에 대해 뜻을 가장 잘 남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신탁을 꼭 권유하고 싶다. 사전증여와 유언제도가 복잡한 가정의 실타래를 다 풀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의 노후를 스스로 지키고, 상속인들이 어디에 있던지 그 뜻을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신탁이다.

물론 이런 준비를 미리 하는 문화가 당장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사회 역시 아무런 대비없이 사망하는 노령인구들이 늘어나자 남은 자들의 갈등을 줄이기 위해 유언장 문화도 확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리빨리 살아가는 우리의 역동성을 생각한다면 이웃나라들의 사회변화를 보고 배워 잘 대비할 필요가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수료, 서울대 금융법무과정(신탁법)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금융투자 전공10기) 졸업
[저서]'신탁 상속'(재산 분쟁 없는 희망 상속 플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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