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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서 시작한 연구가 벤처에서 꽃 피워 [신약개발 맨파워 분석]③삼성·SK·한화·CJ 등 주요 대기업 연구원 출신이 한 축 이뤄

서은내 기자공개 2019-03-15 08:12:13

[편집자주]

제약바이오 산업에 가장 중요한 자원은 '사람'이다. 신약이나 신기술 개발에 10여년이 넘게 걸리는 산업 특성상 안목과 실력을 갖춘 연구 인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 바이오 산업에 포진해 있는 키맨들을 통해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4일 12: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 경제는 대기업의 영향력을 빼고 말하기 힘들다. 제약 바이오 산업에서도 대기업 출신 연구원들의 인맥은 막강하다.

대기업에 소속돼 신약을 개발하거나 순수 연구를 하던 이들이 창업 이후 빠른 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대기업 오너들이 후원을 계속할 경우 대기업에서 마무리가 되겠지만 포기한 연구 과제가 외부에서 빛을 발하기도 한다. 안전한 울타리는 사라졌지만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설립한지 3년도 안돼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등 가능성을 확인하며 업계를 리드하고 있다.

수천억대 기술수출 계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나드는 ABL바이오 이상훈 대표(사진)가 그 사례다. 한화케미칼에서 바이오사업부 총괄을 맡았던 이 대표는 2016년 초 수석연구원 출신 유원규 상무, 이재천 바이오사업부 부사장과 함께 ABL바이오를 창업했다.

한화에서 중단한 항암제 연구 파이프라인이 ABL바이오에서 되살아났다. 이 대표는 사업개발(Business Developement)자로 역량을 살려 2년 반 만에 5건의 조기 기술수출을 성사시켰다.

SK케미칼에서 스핀오프한 티움바이오도 ABL바이오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김 대표를 비롯 SK케미칼 연구소 출신 7명이 티움바이오에 조인했다.연초 국내외 제약사에 자궁내막증, 폐질환치료 신약물질을 잇따라 라이선스아웃 했으며 하반기 IPO가 목표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사진)는 선경인더스트리 생명과학연구원, SK케미칼 혁신R&D센터장을 거쳤으며 사내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몇몇 과제를 들고 2017년 티움바이오를 창업했다.

김 대표는 SK케미칼에서 개발을 지휘한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앱스틸라)가 수출되는 결실을 보았고, 국내 최초 합성신약으로 개발 출시된 항암제 선플라 역시 김 대표의 역할이 주효했다. 한 바이오벤처 CFO는 "초기 바이오벤처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시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대기업에서 성공의 경험을 맛본 창업가들에 대해선 투자업계에서도 그 가능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SK는 그룹 내 크게 SK케미칼과 SK바이오팜(그룹)의 두 그룹으로 나뉘어 신약사업을 추진해왔다. SK의 1세대 신약개발자로 최용문 전 SK 부사장(사진)도 일찍이 벤처에 자리했다. 최 대표는 최종현 회장을 설득해 SK가 바이오사업을 시작하게 했으며 초기 신약개발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꼽힌다. 1993년 유공연구소 부소장으로 그룹에 합류했으며 미국 R&D센터 임원, 라이프사이언스사업부 부사장 등을 거쳤다.

최 대표는 2008년 SK에서 나와 바이오파마솔루션즈를 창업하고 CNS(중추신경계 질환) 쪽 신약 개발을 이어가는 중이다. 설립 때부터 김항덕 전 유공(SK) 회장(현 JB주식회사 회장)의 지원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김 회장은 바이오팜솔루션즈의 사내이사로 있다. JB주식회사(중부도시가스)는 바이오팜솔루션즈 지분의 약 43%를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팜솔루션즈는 소아연축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으며 미국 FDA에서 희귀약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압타머사이언스의 창업자 한동일 대표(사진)도 SK의 초기 개발자 출신이다. 한 대표는 2003년까지 SK바이오팜에서 전임상 과제들을 이끌며 CNS 신약 물질들을 임상단계로 끌어올렸다.

대기업 출신 바이오벤처
왼쪽부터 이상훈 ABL바이오 대표,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 최용문 바이오팜솔루션즈 대표, 한동일 압타머사이언스 대표.


◇CJ 출신들 교류회 추진…범 CJ 타임와이즈 출신 투자계 인사와 협력 꾀해

삼성 종합기술원, CJ 제약사업부(CJ헬스케어) 출신들도 또 하나의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CJ의 제약사업부는 2003년 경 합성신약과 바이오의약품 R&D에 대한 한차례 구조조정을 거쳤으며 이는 몇몇 연구진들에게 창업 계기로 작용했다. 제약사업은 제네릭 위주로 집중하면서 영업력을 키우는 쪽으로 전략적인 방향 전환을 감행했다. 회사의 기조가 바뀌다보니 구조조정 이전부터 신약개발에 대한 평가, 보상이나 지원이 박해졌다.

이같은 구조조정을 전후해 연구소 출신들이 나와 벤처를 차렸다. 일찍 창업한 곳들 중에선 상장사도 꽤 된다. 합성신약 개발업체로 유원일 대표가 창업한 아이진, 진단 분야로 최영호 대표의 엑세스바이오나 김수옥 대표의 진매트릭스는 2000년에 설립된 곳이며 코스닥에 안착했다. 백신 등 바이오 부문으로 백영옥 대표가 2005년 설립한 유바이오로직스도 마찬가지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바이오큐어팜이나 진단시약 등 원료의약품사업체 한국비엠아이는 2005년 설립됐으며 비상장이다. 각각 이상목, 우구 대표가 창업했다.

최근 CJ헬스케어가 한국콜마에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일부 연구진들이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벤처인은 아니지만 CJ헬스케어 전략기획 전략팀장 출신 최기원 큐리언트 부사장(CFO)도 이 시기에 벤처업계로 나왔다.

이들은 최근 적극적으로 모이기에 힘쓰는 분위기다. 그동안 동년배 위주로 소모임이 이어지다 지난 1월에는 서른 명 가량이 모여 친목을 도모했다. CJ는 특별히 그룹 내 CVC인 타임와이즈인베스트(옛 CJ 창업투자)를 두고 있는만큼 범 CJ 그룹 모임으로 OB뿐 아니라 YB들이 함께하는 이벤트를 추진하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와 바이오벤처 간 협력을 꾀하고 사업적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오는 4월 한차례 더 교류회가 있을 예정이다.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혹은 CJ 연구소 출신이면서 벤처캐피털에서 제약바이오부문 투자가로 자리한 이들도 꽤 눈에 띈다. 김정현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대표나 황호성 쿼드인베스트먼트 대표, 곽상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상무는 CJ헬스케어 출신으로 투자계로 진출했으며 안세헌 한화인베스트먼트 이사, 김재완 파트너스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일한 KB인베스트먼트 이사는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출신이다.

삼성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에피스가 만들어지기 전 삼성종합기술원에서 c-Met항체 관련 항암제 연구 등 신약개발이 진행됐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 쪽에 사업의 무게를 두면서 힘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호영 전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소장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거쳐 최근 중국에서 창업한 CURON바이오파마슈티컬 CTO로 변신했다. 항체신약 개발사 메디맵바이오를 창업한 강유회, 조홍석 대표도 삼성 종기원 출신이다. 바이오에 IT를 접목해 AI기반 신약개발기술을 연구하는 스탠다임도 창업자들이 이곳 출신이다. 김진한 CEO, 송상옥 COO, 윤소정 CRO 다. 이노테라피를 창업한 이문수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 CTO전략팀, CJ제일제당 제약사업부 부장을 거쳤으며 올해 2월 이노테라피가 코스닥에 상장했다. 면역항암제 개발업체 이뮨온시아의 송윤정 대표도 이곳에 몸담았다.

그룹으로 묶어보면 삼성증권 출신 바이오벤처인도 있다. 삼성증권 IB 출신 신상철 대표가 유전체 서비스 전문업체 EDGC 설립에 참여했으며 리서치 애널리스트 출신 박상우 에이티젠 대표도 해당된다. 신약개발쪽은 아니지만 임플란트업체 오스테오닉은 삼성증권 출신 이동원 대표가 창업했다.
삼성 CJ 바이오 인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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