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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조선사 합병 '시기상조' 추가 자금 지원 고려시 채권단 부담…개별 매각 집중

안경주 기자공개 2019-03-18 13:54:00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5일 11: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계기로 중소조선사를 대상으로 한 통폐합이 이뤄질까. 통폐합 방안으로 STX조선해양·대선조선 등을 묶어 공동지주사를 설립하거나 하나의 회사로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통폐합 과정에서 추가 자금 부담이 크고, 외형만 확대하면 향후 매각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판단이다. 다만 매각 작업 중인 중소조선사의 새로운 주인이 나온다면 통폐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채권단은 개별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체결로 대형 조선사 빅2 체제 재편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중소조선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통폐합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을 막고, 중소조선사를 관리하는 채권단 입장에서도 리스크를 없앨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통폐합 대상으로 논의되는 중소조선사는 대선조선, 대한조선, STX조선, 성동조선해양 등이다. 최근 한진중공업도 거론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중소조선사간 통폐합은 원가 부담을 줄이고 영업조직 통합 등을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들 회사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선종이 조금씩 달라 포트폴리오 다변화란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조선사의 최대주주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라는 점도 영향을 줬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이며, 수출입은행은 대선조선과 성동조선의 최대주주다. 한진중공업도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조만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예정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중소조선소 통폐합 가능성에 대해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A은행 관계자는 "취약한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단순히 외형을 합친다고 해도 합병 시너지를 내기 어렵다"며 "공동지주사 설립이든 합병이든 중소조선소 통폐합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해당 부서에서 스터디 차원의 검토 수준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B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성동조선과 STX조선 합병이 검토됐지만 여러 여건상 현실화 되지 못했다"며 "중소조선사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맞지만 아직은 막연한 바람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채권단의 이 같은 반응은 통폐합 추진시 추가 자금 부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수주가 뒷받침되지 않은 가운데 섣불리 통폐합이 추진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이들 중소조선사의 재무구조가 더 악화될 우려가 크다.

문제는 대부분 채권은행들이 조선업종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폐합 후 추가 자금 지원에 나설 경우 은행의 여신정책과 반대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B은행 관계자는 "기존 조선업 익스포저도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자금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할 경우 내부 승인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소조선사별 매각이 실패하는 상황에서 외형을 키우는 것도 부담이다. 향후 매각 작업을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동조선은 매각이 두차례 불발됐다. 대선조선 역시 지난해 매각을 시도했지만 가격 조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했다. STX조선은 회생계획안을 이행 중이다.

A은행 관계자는 "채권은행들은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데 현재 개별 매각도 쉽지 않다"며 "중소조선소 통폐합을 통해 외형을 키우면 인수 후보가 나타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매각 작업 중인 중소조선사 가운데 한 곳이라도 새로운 주인이 나오면 고려해 볼 수 있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B은행 다른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 체결이 가능했던 것은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넘길 수 있는 곳(현대중공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중소조선소 통폐합도 확실한 인수 주체가 있어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로 다양한 규모의 도크를 확보한 만큼 삼성중공업도 도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중소조선사 인수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탓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당분간 중소조선사 개별 매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A은행 관계자는 "성동조선, 대선조선 등 중소조선사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인수후보들은 아직 있다"며 "개별 매각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은 이르면 4월께 3차 공개 매각을 진행하고, 대선조선은 올해 상반기 내 매각이 추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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