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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르노삼성]노사 임단협 '공회전'…'제2 한국GM' 현실화 가능성③무의미한 노사 분쟁, 결국 열쇠는 르노 손에…군산공장 전철 밟나

이광호 기자공개 2019-03-21 10:00:55

[편집자주]

르노삼성자동차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3년간 무분규 임금협상 타결을 하며 자동차업계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 노사관계를 자랑했지만 판매 부진을 겪으면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체제가 닛산에 힘이 실리는 방향으로 재편되면서 부산공장 지속가능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동안 닛산 일감에 의존해온 르노삼성의 공장 가동률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GM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르노삼성을 둘러싼 위기 상황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9일 16: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르노그룹이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던 지난 8일 제20차 임금단체협상 이후 대화의 문이 닫힌 상태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총 44차례(누적 168시간) 파업을 벌였다. 여전히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추가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부산공장 인건비 산정이 늦어지고 있다.

르노그룹이 내년도 글로벌 생산물량 배정 평가에서 르노삼성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부산공장의 낮은 원가 경쟁력에 있다. 이미 부산공장 시간당 임금 수준은 르노 얼라이언스 46개 공장 가운데 3위까지 오른 상태다. 때문에 오는 9월 만료되는 '닛산 로그' 이후 물량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르노삼성은 로그 외 별도 수출용 물량을 배정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앞서 르노그룹은 르노삼성 노사 분규 장기화를 경고했다.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닛산 로그 후속 물량 배정에서 경쟁력을 상실한다며 빠른 협상을 당부했지만 르노삼성은 끝내 데드라인을 넘겨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현재 르노삼성 노사는 '기본급 인상'과 '작업환경 개선'을 두고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 협의를 진행했지만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노사 '인건비-근무여건' 두고 이견, 데드라인 이후 갈등 장기화

노조는 기본급을 10만667원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인상이 아닌 기본급 성과격려금 300만원, 기본급 유지 보상금 100만원 등 총 1400만원 규모의 일시금을 제안했다. 그러나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사측은 일시금을 1500만원으로 늘리고 근무강도 개선을 위한 인력 충원 및 설비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 역시 거부했다. 이에 사측은 1720만원 규모의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결국 불발됐다.

노사 쟁점

이후에도 협상이 이어졌지만 작업환경 개선 문제가 새 이슈로 부상했다. 노조는 기존 임금 협상안에 더해 현대·기아차 등에서 시행 중인 작업전환배치 시 노조의 합의권한 인정을 요구했다. 더불어 노동 강도를 낮추기 위한 추가 인력 200명 채용 등을 회사에 추가로 요구했다. 사측은 르노-닛산 글로벌 생산공장 가운데 작업현장에 대한 인사권을 노조에 준 사례가 없다면서 난색을 표했다. 200명 신규인력 채용 요구에 대해서는 판매 부진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르노삼성이 르노그룹에 종속돼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브랜드 특성상 본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품개발부터 생산·출시까지 대부분 글로벌 본사가 결정하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차량을 배정받기 위해 본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르노삼성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 해외공장 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르노삼성은 부산공장 생산량의 48%를 르노 본사의 위탁 생산 주문에 의존하고 있다. 본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노사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경우 오는 9월 계약이 만료되는 '닛산 로그' 이후 새로운 모델을 배정받지 못한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부산공장 가동률 하락이 불가피해진다. 부산공장은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돼 잉여시설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 사태, 한국GM 군산공장 '오버랩'…결국 모회사가 좌지우지

업계에서는 르노삼성의 최근 위기가 '제2 한국GM 사태'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외국계 브랜드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르노삼성의 최대주주는 지분 79.9%를 보유한 프랑스 르노그룹이다. 2대주주는 19.9%를 갖고 있는 삼성카드다. 한국GM의 최대주주는 지분 83%를 쥐고 있는 미국 제네럴모터스(GM)다. 나머지 17%의 지분은 산업은행이 갖고 있다. 모회사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철수 시나리오

한국GM의 누적 적자가 심각해진 시기는 2014~2016년이다. 이 시기 군산공장 노조원들의 기본급은 3.3%, 4.2%, 3.9% 등으로 매년 올랐다. GM이 대우자동차를 인수했던 2002년 대비 임금이 2.5배 높아졌다. 적자는 쌓여갔지만 해마다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도 받았다. 이후 2017년 7월 노조는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불과 반년 만에 군산공장은 폐쇄됐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노조원들의 임금도 매년 2~3%씩 올랐다. 2017년 기준 평균 7800만원 수준이다. 닛산 로그 물량을 처음 배정받았던 2014년 대비 20%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르노그룹의 호세 비센트 드 로스 모조스 부회장은 지난달 직접 부산공장을 찾아 "노사 협상을 마무리 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부산공장 생산비용을 줄이라는 경고였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 노조의 태도가 지나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나름대로 합당한 성과 배분을 요구하고 있지만 '닛산 로그' 이후 후속 물량 배정이 시급하기 때문에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 군산공장을 떠올리면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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