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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이합집산]반복되는 선사 통합론…현대상선·SM상선 합칠까②대형화 흐름 동참 필요, 소극적인 해수부…선사들은 반발

임경섭 기자공개 2019-03-21 10:01:26

[편집자주]

장기화되는 해운 불황 속에 해운사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글로벌 선사들에 대응한 국내 선사들 사이의 뒤늦은 통합 논의다.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해운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해운업종의 뚜렷한 바닥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벨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현황과 해운사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0: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 재건을 위해서 국적 선사들의 대형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밝은 청사진과는 대조되게 국적 원양선사들의 불안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해외 거대 선사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이 힘을 합쳐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통합설이 힘을 받고있다.

한진해운이 공중분해되고 SM상선이 출범한 이후 현대상선과의 통합설은 반복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서도 두 선사가 결국에는 통합의 길로 가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를 위해 해양수산부도 두 선사의 통합 논의를 물밑에서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말 뿐인 해수부…공허한 통합논의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에 대한 필요성은 해수부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대형화 경쟁이 심화되는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현대상선과 SM상선이 각자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형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현대상선과 SM상선을 하나로 합쳐 1국 1원양선사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은 해운 3사(NYK, MOL, K라인)의 컨테이너 부문을 하나로 합쳐 지난해 4월 ONE(Ocean Network Express)를 설립했다.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해마다 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당장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는 자본잠식을 걱정해야 한다.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의 인도가 시작되는 2020년 2분기까지는 영업 개선을 장담할 수 없다. SM상선도 선복량이 12만TEU에 불과하고 영업망이 부족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에는 아직 어려움이 많다.

꾸준히 통합 바람을 불어넣으면서도 해수부는 논의 전면에 나서기를 꺼리고 있다. 민간 선사들 사이의 통합을 정부가 주도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를 부담스러워 한다. 현대상선과 SM상선의 통합설에 대해서도 해수부는 공식적으로 "선사 사이의 통합 여부는 해당 선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해수부가 현대상선과 SM상선 사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의 부정적인 반응도 해수부의 정책 방향에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대주주로 있는 산은의 전담 지원을 받고 있다. 양사간 합병에는 현대상선이 SM상선을 떠안는 구조가 거론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해수부가 산은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산은으로서도 부담이다. 상장회사인 현대상선의 통합을 위해서는 주주들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선사들은 통합설에 반발…실익 불확실

현대상선, SM상선 지분구조

내심 통합을 바라는 해수부의 입장과는 달리 선사들은 통합을 꺼리는 분위기다. 통합이 가져올 실익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일단 합치고 보자는 식의 통합논의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상선은 SM상선 매입을 부담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이 SM상선을 매입하는데 수백억원의 필요하지만 실상 얻을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SM상선이 보유한 한진해운의 영업망 관리 시스템인 ALPS는 필요하지만, 유형자산에 비해 무형자산의 비중이 크고 매입금액이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산은으로부터 SM상선 매입 자금을 추가로 지원받는 것도 부담스럽다.

때문에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SM상선과의 통합 건에 대해서는 한사코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장은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산은에서 임명한 인사임에도 SM상선과의 통합에 대해서는 정부측 입장에 반대 의사를 고수해왔다.

SM상선도 통합에 반발하기는 마찬가지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을 저렴하게 인수했다. 보유한 선박 중 사선 비중이 높아 용선료 부담이 덜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7년 3월 출범 이후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현대상선과의 통합설이 힘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미주 노선의 운임 상승에 힘입어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독자 생존을 위해 힘쓰는 상황이다.

김칠봉 SM그룹 해운부문 부회장도 임직원들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현대상선과의 통합 또는 합병계획은 없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SM상선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올해 초 박기훈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한 상황에 현대상선과의 통합설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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