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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그룹의 변신]'타이어'에 머문 고민폭, 후퇴하는 재계 순위②변화 시도 불구 위상 정체, '신사업' 전망 불투명…돌파구 고심

고설봉 기자공개 2019-03-21 09:53:52

[편집자주]

오너 3세 승계, 전문 경영인 세대 교체, 사명 변경. 한국타이어그룹이 변신을 시도한다. 국내 1등 타이어 기업으로 성장한지 20여년 만에 모든 것을 바꾼다.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내부로부터 요구도 있었지만, 외부 요인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타이어 산업에서의 성장세 둔화에 따른 새 먹거리 창출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더벨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타이어그룹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3월 20일 11: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타이어그룹이 변신은 타이어산업의 성장둔화로 인한 위기감이 반영된 의사결정이다. 오너 3세로의 경영권 세습이 시작되는 등 전환기를 맞으면서 미래 먹거리 발굴이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최고 경영진에서부터 시작된 고민의 결과는 '사명 변경'이란 이벤트를 통해 외부에 공개됐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여전히 한계는 명확하다. 단순히 '타이어'를 떼고, '테크놀로지'를 붙이는 차원의 '변신'에서 고민의 결과가 멈춰 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우려도 사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은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구상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시 떨어진 순위, 고민 시작한 '타이어그룹'

조양래 회장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사진)이 효성그룹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으로부터 한국타이어를 물려받은 1981년부터 한국타이어는 지속 성장했다. 1990년대 들어서며 국내 타이어업체 원조였던 금호타이어를 누르고 국내 최고의 타이어업체로 도약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1991년 이후 국내 타이어 시장에서 계속 선두를 유지해 왔다.

이 시기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2선 후퇴해 있었다. 1981년 회장에 오른 직후부터 조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상태로 운영되던 한국타이어는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성장가도를 달렸다.

하지만 전성기는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2010년대 들어서며 한국타이어는 성장 정체기를 맞는다. 국내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가속화하며 60%에 육박하던 한국타이어의 시장 점유율은 40%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타이어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40% 아래로 한 단계 더 낮아졌다.

2012년 한국타이어가 기업분할을 하면서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와 한국타이어로 쪼개지는 과정에서 조 회장은 약 24년만에 경영 복귀한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인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의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전문 경영인을 총괄하며 그룹을 이끌었다.

한국타이어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한국타이어그룹의 재계 위상도 동반 침체됐다. 한국타이어그룹은 2010년대 들어서며 자산총액 최초 5조원을 돌파했지만, 재계 순위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후 2013년부터 2016년까지 M&A 등을 통해 덩치를 키우며 '반짝' 재계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사업 다각화 실패와 주력 산업의 부진으로 2017년 재계 순위 32위에서 지난해 35위로 순위가 내려앉는 아픔을 겪었다.

◇이름 바꾸며 '변신' 시도…'변화' 밑그림은 아직

지난한 성장과 조금 빠른 쇠태의 과정을 겪으며 한국타이어그룹은 내부에서부터 변화에 대한 요구에 직면한다. 하지만 변화의 동력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타이어그룹은 우선 지주회사 및 주요 계열사의 '사명'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이 '첨단화·전장화' 하는 만큼 자동차부품사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최근의 업계 트렌드를 따르려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사명 변경 이후 '변신'에서 '변화'로 나아갈 만큼 진지하고, 구체적인 미래 구상은 아직 외부로 드러낼 만큼 진척되지 않은 모양새다. 한국타이어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변경을 통해 '고무제품 렌탈 임대업'과 '방문판매, 통신판매 및 이에 부대되는 서비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타이어 점검과 관리 등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사업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사명까지 변경하며 전환점을 만들어 가려는 고민과 시도의 결과물 치고는 너무 뻔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러한 한국타이어의 한계는 타이어산업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따른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래차는 엔진을 대체할 모터와 화석연료를 대체할 배터리 등 동력 계통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이루고 있다. 또다른 한 축은 자율주행이다. 일반 부품사들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고부가가치 신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타이어 업체가 비집고 들어갈 영역은 크지 않다. 타이어는 고무와 부속자재들을 성형해 생산한다. 다른 자동차 부품처럼 전장화하거나, 생산 체계 자체를 혁신할 수 있는 신기술 도입에 있어 한계가 뚜렷한 영역이다.

한국타이어그룹은 타이어그룹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한 채 성장통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같은 문제로 시름하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도전이 거세지면서 한국타이어의 위상도 점차 낮아지는 이중고에 처한 상태다. 글로벌 타이어 메이커들의 기술력 차이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만큼 국내외 시장에서 후발주자들과의 격차도 매년 줄어들고 있다.

한국타이어 기업집단

한국타이어그룹 차원에서도 미래에 대한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타이어 생산 및 판매에만 국한된 그룹사 전체의 사업모델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최근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은 M&A 등을 통해 ADAS 등 전장부품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국타이어그룹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자동차산업 이외의 영역에서 새로운 실험에 나서고 있다. 차량 공유 및 IT 기업들을 인수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 중이다.

기업집단 운영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타이어그룹은 변화에 직면해 있다. 최근 국내 그룹사들은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하며 변화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한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그룹은 아직 준비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서 발표한 지난해 ESG 통합 등급에서 한국타이어는 B+등급을 받았다. 'B+'는 S, A+, A에 이은 4번째 등급으로 사실상 최하위 등급이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명 변경 이후 신사업 발굴, M&A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등은 아직 외부로 공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변화하고 있는 산업 및 기업 경영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사명 변경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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