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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업계, 일본 두렵지 않다 [thebell note]

최은진 기자공개 2019-08-09 08:39:26

이 기사는 2019년 08월 08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990년대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파나소닉 워크맨과 하이테크펜 등 일본산 제품은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가격은 비쌌지만 신기한 기술과 높은 퀄리티로 일본산 제품에 대한 선망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높은 대일 의존도가 낳은 산물이다.

이러한 우리경제를 일본은 '가마우지 경제'라고 불렀다. 일본에서 수입한 소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타국에 수출하는 구조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득도 못 챙기면서 낚시질만 열심히 한다는 뜻이다. 한참 가난했던 1970년대를 지나 어느정도 의식주가 해결된 후에도 우리 경제는 자립하지 못했다. 기술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원재료나 소재 등을 높은 가격에 수입했다. 1990년대 전기·전자, 석유화학, 철강·금속 등 자본재와 중간재의 대일 수입 의존도는 80~90%에 달했다.

약 30년이 흐른 현재, 일본은 여전히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에 차 있다. 우리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에 필요한 소재는 물론 석유화학 소재나 철강·금속 등의 수출 규제도 고민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불과 일주일만에 10%나 하락한 것을 보면 위기감 조성은 어느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하지만 반도체 소재업계를 제외한 그 이외의 업계를 살펴보면 크게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특히 모든 산업의 근간인 기초소재 대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해 쓰던 석유화학업계는 이제 일본이 두렵지 않다고도 말한다. 이미 독자적인 기술력을 갖추며 상당부분 탈(脫) 일본화 한 만큼 대응 여력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기초원료부터 합성수지·합성원료·합성고무 등 다양한 제품군의 포트폴리오도 갖췄다. 글로벌 석유화학사 중 일본이 차지하는 입지는 5~6위 정도, 우리나라는 그 뒤를 바로 뒤쫓는 7~8위에 이름을 올린다.

일본이 돈 안되는 범용제품을 버리고 고부가 제품으로 눈을 돌릴 때 우리는 범용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며 그 빈자리를 채웠던 결과다. 국내 대기업들이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에 매진한 덕에 내수시장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아, 이제는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라는 기초체력을 탄탄히 다지며 이미 수입선을 다변화 시킨 것은 물론 대체 가능한 기술 및 제품도 확보해 놓고 있다.

물론 일본은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수입의존도가 높고, 단 한번도 우리가 무역흑자를 낸 적 없을 정도로 막강한 상대다. 그러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 측면에서 석유화학업계의 그간의 분전은 분명 박수를 보낼만 하다. 무역분쟁에 더해 공급과잉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대체효과를 노리며 다시한번 반전을 노리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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