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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영구채 인기폭발…'안전 불감증' 우려도 'BBB+' 등급 회사채 수요 흡수…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전액 상각

이경주 기자공개 2019-08-14 13:44:36

이 기사는 2019년 08월 12일 1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발행하는 영구채(신종자본증권)들이 BBB+급 회사채 수요를 흡수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BBB+회사채와 금리는 비슷한데 기업 신용도는 금융지주들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더 안전한 곳에 투자하는 곳이 낫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반면 전문가들은 '상각형' 조건이 달린 영구채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회사채는 기업이 부도가 나도 일부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 반면 금융지주 상각형 영구채는 부도가 나지 않더라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원금 회수가 100% 불가능하다.

◇같은 수익률이면 BBB+보다 'AA-'…저금리 발행 비결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들은 상각형 영구채를 3%대 저금리로 발행에 성공하고 있다. 우리금융지주(AA-)는 지난달 상각형 영구채 5000억원을 3.49% 금리로, 신한금융지주(AA-)도 같은 달 5879억원을 3.34% 금리로 발행했다. 5월엔 KB금융지주가 3500억원을 3.23%로 찍었다. 지난해까지 만해도 상각형 영구채 금리가 4~5% 수준이었지만 올 들어 낮아졌다.

국내은행 영구채 발행

BBB+ 회사채에 투자했던 기관과 리테일 수요가 금융지주 영구채로 이동해 인기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BBB+는 회사채 저금리 추세 심화로 금리 매력도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탓에 한진(BBB+)과 대한항공(BBB+)은 지난달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올해 처음으로 미매각 사례를 냈다. 발행금리는 3년물 기준 한진이 3.452%, 대한항공이 3.233%였다.

금융지주들 영구채는 사실상 5년물 회사채에 가깝다. 대다수 5년 뒤부터 발행사가 중도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콜옵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AA-급 5년물인 금융지주 영구채와 BBB+ 3년물 회사채와 금리가 비슷해졌다. 비슷한 수익률이라면 AA-급이 낫다고 판단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부실금융기관 지정 시 전액 상각 위험

다만 전문가들은 금융지주 상각형 영구채를 실제 AA-급으로 여겨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신용등급은 기업이 부도가 나 원금회수를 하지 못할 확률을 등급별로 나눠 놓은 것이다. 그런데 상각형 영구채는 부도와 상관없이 원금회수를 하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발행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경우 전액 상각된다는 조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발행사 상환 의무가 100% 사라진다는 의미다. 상환을 하지 않아도 채무불이행이나 부도 사유로 간주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나 예금보험위원회가 부실금융기관을 지정한다. 경영상태를 조사해 거액의 금융사고나 부실채권 발생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거나 정상경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는 금융기관이 대상이다.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은 유지돼야 지정을 피할 수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일반 회사채는 기업이 부도가 나도 통합도산법과 회생절차 등을 통해 투자자가 일부 회수가 가능하다"며 "반면 금융지주 영구채는 부도가 아닌 부실금융기관 지정만되도 원금을 100% 회수하지 못한다는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지주들이 실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각형 영구채를 100% 안전자산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은행들이 갖고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가계의 부동산 담보대출"이라며 "담보가치 하락으로 가계가 무너지면 실제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슈가 발생할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부가 가계를 지탱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과 상각형 영구채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가능성은 낫지만 이론적으론 상각형 영구채는 상당히 위험한 투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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