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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행동주의 펀드의 듀폰 공격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09-09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2일 10: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듀폰(DuPont de Nemours)은 2015년 현재 행동주의의 목표물이 되었던 회사들 중 가장 큰 회사였다. 더구나 듀폰은 전반적으로 경영실적이 우수한 회사여서 행동주의 펀드의 듀폰 공격은 월스트리트를 놀라게 했다.

듀폰은 1802년에 프랑스 자금과 프랑스에서 수입한 화약제조 기계로 설립되었다. 창업자 듀폰은 프랑스 혁명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이다. 화약제조 회사로 급성장해서 남북전쟁 때는 북군이 소모한 화약과 폭발물의 절반을 공급했다. 재료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연구개발로 성장을 계속했다.

듀폰을 공격한 넬슨 펠츠(Nelson Peltz)는 트라이언(Trian Fund Management)의 창업자다. 뉴욕의 브루클린 출신이고 와튼스쿨에 들어갔으나 중퇴했다. 스키 강사를 하다가 조부가 창업한 식품운송회사에 들어가 트럭을 몰았고 나중에 형과 함께 회사를 대형 식품회사로 성장시켰다. 트라이언은 2005년에 만든 것이다.

펠츠는 펀드 창립 후 바로 행동주의에 나서서 2006년에 식품회사 하인즈(Heinz)에 5인의 사외이사를 진출시키려 했다. 본인 포함 2인을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지속적으로 행동주의 펀드로서의 명성을 높였다.

2015년 5월 펠츠는 듀폰의 12인 이사회에 4인의 사외이사를 진출시키려고 시도한다. 트라이언이 듀폰 지분의 2.7%를 취득해 5대 주주가 된 다음 자신들이 듀폰의 경영에 관여할 경우 회사가 약 4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라이언은 이사회에 4석을 확보한 후에 회사를 셋으로 분할 해 주주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듀폰의 경영진은 트라이언과의 정면대결을 감행했다. CEO 엘렌 컬맨(Ellen Kullman)은 골드막 삭스에게 방어전략을 맡겼고 기관투자자 전문 펌도 고용했다. 본인도 주요 주주들과 직접 연락하면서 의견을 청취했다. 화학사업을 분할 하겠다는 계획과 50억 달러 자사주 취득 계획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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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트라이언은 원래의 계획으로 공격을 계속했다. 더해서, 듀폰이 소유하고 있던 18홀 골프코스, 테니스코트 25면, 호텔과 영화관 모두 처분할 것도 요구했다. 이 자산들은 유능한 경영진을 유치하기 위해 취득한 것이지만 세상이 바뀌어서 더 이상 사업상의 용도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회사를 셋으로 나누는 안에 더하여 지주회사체제를 해소할 것도 요구했다. 기존의 기업지배구조는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흐리게 하고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하며 이른바 주가의 ‘기업집단 디스카운트'를 발생시킨다는 것이었다.

주주총회에서의 위임장 대결에는 필연적으로 현 경영진과 이사진의 개인적 능력이나 배경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양측 다 가급적이면 대결을 피하는 타협안에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트라이언과 듀폰은 결국 대결을 선택했다.

트라이언과 회사 양측은 이 대결에서 막대한 출혈을 감수했다. 회사는 트라이언을 방어하는 데 1500만 달러의 비용을 썼고 트라이언도 800만 달러를 지출했다. 듀폰에서는 특이하게도 약 1/3의 주주들이 소액주주들이었는데 약 60만 명에 달했다. 이들을 상대로 위임장 권유를 하는 작업에 큰 비용이 들어갔다. 트라이언과 회사 양측이 거의 대등한 비율로 기관들의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관건이 되어버렸다. 위임장권유 대행회사들은 보통 50명의 팀으로 일하는 데 이 사례에서는 거의 200명이 투입되었다. 언론매체를 통한 홍보전이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주주총회에서는 회사가 52%의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다. 컬맨은 대기업 경영자들의 영웅이 되었다. 펠츠와 같은 부담스러운 행동주의자도 타협없이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의 과반수의 주주들이 주주총회 결과에 실망했고 주가는 바로 7% 하락했다. 그로부터 5개월 후 컬맨은 결국 사퇴했다. 주가가 27%나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컬맨은 지금은 골드만삭스 사외이사로 있다. 트라이언도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났다.

듀폰은 2017년에 다우 케미칼(Dow Chemical)과 합병해서 다우듀폰(DowDuPont)이 되었다. 1300억 달러 딜이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1위의 화학회사가 탄생했다. 합병 후 다우듀폰은 농산업(Corteva Agriscience), 재료과학(Dow), 특수화학제품(DuPont) 등 세 개 분야 독립회사로 분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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