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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업계 이합집산]공정위 조사로 촉발된 위기…힘 받는 통합론위협받는 선사간 운임협의체, 현대상선 아주사업부-장금·흥아 통합 시나리오

임경섭 기자공개 2019-09-09 10:43:38

[편집자주]

장기화되는 해운 불황 속에 해운사 이합집산의 움직임이 다시 감지되고 있다. 합종연횡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온 글로벌 선사들에 대응한 국내 선사들 사이의 뒤늦은 통합 논의다. 국내 대표선사인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사태를 겪으며 한국 해운업계는 큰 지각변동을 치렀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운업 경쟁력은 뒷걸음질하고 있다. 깊어지는 불황 속에 해운업종의 뚜렷한 바닥탈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더벨이 최근 다시 불거지고 있는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현황과 해운사의 현재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9월 06일 14: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운업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운임담합 혐의에 대한 조사로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사가 확대되면서 선사들 간 운임협의체를 정조준했고 운임 방어를 위한 협력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감지된다. 글로벌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는 선사들이 국내에서도 경쟁이 심화되는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 통합 논의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운임협의체 정조준…공정위 조사에 위태로운 협력

지난해 8월 말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는 동남아 항로에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선사들이 부과하는 운임회복비용에 대해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했다. 이후 시작된 선사들간 해운운임 담합에 대한 조사는 동남아 항로에서 시작해 한중·한일 항로까지 전방위로 확산됐다. 공정위의 조사가 상설기구인 운임협의체를 겨냥하면서 선사들 사이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됐다.

동남아 항로에서 많은 손실을 내는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은 공정위가 한일·한중 항로까지 들여다 보기 시작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점차 짙어지는 위기감에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고, 지난달 29일 선주협회와 한국목재합판유통협회가 상생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면서 갈등은 해소되는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최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과의 협력관계에 균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공정위의 조사를 받았던 현대상선은 지난 6월 동남아정기선사협의회와 한국근해선사협의회 등 운임협의체에서 이탈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점차 강화되는 공정위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현대상선 지역별 매출비중

하지만 현대상선의 운임협의체 이탈은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상선은 미주항로와 구주항로에서 손실이 누적되면서 아시아 역내 항로 비중을 늘려왔다. 현대상선의 아주항로 매출 비중은 2011년 9.79%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27.63%까지 상승했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과 항로가 중복되는 동아시아 지역의 매출 비중은 10%에 달한다. 현대상선으로서는 수익 노선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는 것이지만,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은 사업기반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여기에 현대상선 관계자는 "동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을 지금 수준으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점차 강화되는 공정거래 기준을 준수하고 새로 가입하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와의 협력을 위해 지난 6월 운임협의체에 탈퇴를 의사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아주사업부와 통합설…머스크처럼

공정위의 조사를 받으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한동안 잠잠했던 통합에 대한 필요성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의 아시아 역내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적 선사들 간 협력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운임협의체가 조사 대상이 되면서 선사들의 운임 방어를 위한 공동행동은 사실상 어려워진 상황이다. 인트라아시아 선사들은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을 벌이는 한편 국내 선사들과도 이중으로 경쟁해야 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들간 통합은 공정거래 이슈를 단번에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며 "글로벌 선사들처럼 통합한다면 공정위 이슈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적으로는 현대상선의 아주사업부와 인트라아시아 선사의 통합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선 합병으로 시작된 국적 선사간 협력이 최대 국적 선사인 현대상선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대상선과 장금상선·흥아해운은 2017년 미니 해운동맹인 'HMM+K2'를 출범하고 선복교환 등 협력을 이어왔다.

이들 선사가 모두 집중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점도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는 배경이다. 현대상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로 참여하면서 수 조원의 국고 지원을 받았다. 마찬가지로 장금상선과 흥아해운도 정부 주도의 해운재건 계획에 동참하면서 해양진흥공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 상황이다. 해운업계의 M&A 흐름이 국내에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는 선사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사한 사례로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 라인이 조명받는다. 머스크 라인은 지난해 9월 그룹에서 아시아역내 항로를 담당하는 MCC 트랜스포트 등 3개 선사를 통합해 씨랜드를 출범했다. 원양선사인 머스크가 역내 선사인 씨랜드를 자회사로 두는 방식이다. 때문에 아시아역내 항로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현대상선이 근해선사를 자회사로 편입해 시너지를 내는 시나리오도 존재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적 선사가 무너지면 외국 선사에 항권을 내주는 상황이 된다"며 "해수부도 현대상선 아주사업부와 장금상선·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사업 통합을 내심 바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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