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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후순위CB, 무늬만 메자닌…실질은 채권 전환권 특성, 스텝업 조건 상 5년물 특성…회계상 자본인정 효과 겨냥

피혜림 기자공개 2019-09-19 14:38:41

이 기사는 2019년 09월 17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풀무원이 사실상 일반채권과 다름 없는 조건의 후순위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CB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해 상품성을 높인 메자닌채권의 일종이다. 하지만 풀무원은 이번 CB의 전환가를 현재 주가의 3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끌어올려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낮췄다. 5년 후 매년 2.5%씩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Step-up) 조항 역시 더해져 사실상 5년물 일반 채권과 차이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풀무원은 높은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후순위CB 형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기업이 후순위CB를 발행할 경우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기 전까지 발행 금액이 모두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된다. 전환권 메리트가 없는 전환사채 발행이지만 펀드 성격에 따라 일부 메자닌 투자자의 투심 역시 사로잡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환권 행사 가능성 사실상 없어…스텝업 조항, 5년뒤 상환 최선

오는 25일부터 26일 이틀간 풀무원은 700억원 규모의 공모 후순위 전환사채 발행을 위한 일반공모 청약에 나선다. 발행일은 오는 30일이다. 만기는 30년이지만 풀무원은 5년후 채권을 중도상환 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을 부여받았다.

풀무원은 전환가를 2만 7000원으로 확정했다. 17일 풀무원의 주가가 9280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는 전환권 행사를 위해 현재 주가보다 190%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주가 최고점을 찍은 2015년 7월 가격 역시 2만 6900원이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전환가 이상으로 주가가 뛰어오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다. 전환 청구 기간은 내달 30일부터 만기일까지다.

전환권 가치를 낮춘 대신 풀무원은 금리 메리트를 높였다. 이번 채권의 발행금리는 4.8%다. 최근 A급 기업이 1~2%대 금리로 5년물 조달을 이어갔던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번 채권은 후순위성 등을 반영해 풀무원 신용도(A-)보다 1노치(notch) 낮은 BBB+등급을 부여받았다.

스텝업 조항으로 풀무원은 5년후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란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해당 채권은 발행 5년 후인 2024년 10월 1일부터 매년 이자율이 2.5%씩 상승한다. 관련 업계에서 해당 채권의 만기를 사실상 5년으로 인식하는 이유다.

◇부채비율 급증, 재무지표 개선 주력

A급 기업의 저금리 조달 환경 속에서도 풀무원이 후순위 CB 발행에 나선 건 재무지표 개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176.2% 수준이었던 풀무원의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269%까지 상승했다. 운용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그동안 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던 운용리스 2242억원이 부채(차입금)로 분류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일반기업의 후순위채는 발행금액이 모두 회계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잔존만기 5년 이내부터 매년 자본인정비율이 차감되는 금융회사와 대조적이다. 풀무원 역시 5년후 콜옵션 행사 시점에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700억원 규모의 차입금 전액이 자본으로 분류돼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조달자금 700억원 전액을 채권 차환과 은행 차입금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라는 점에서 부채 역시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기업의 경우 부채비율이 너무 높으면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져 시장성 조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조달 악순환에 빠지기 전 자발적으로 낮추기 위한 노력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환권이 부여돼 있다는 점에서 타깃 투자자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노릴 수도 있다. 고금리 메리트를 겨냥한 채권 투자자는 펀드 특성에 따라 일부 메자닌 투자자의 편입 역시 염두에 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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