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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기대주 빅3, 모두 고배…실패과정 뭐가 달랐나 헬릭스미스, 위약군서 약물 혼용 가능성 제기…에이치엘비·신라젠, 유효성 충족 못해

강인효 기자공개 2019-09-24 16:39:37

이 기사는 2019년 09월 24일 15: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연이은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허가 취소를 시작으로 올해 큰 기대를 모았던 에이치엘비와 신라젠에 이어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까지 글로벌 임상 3상에 실패했다. 국내 바이오 벤처가 상업화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문턱에서 잇따라 좌절하면서 'K-바이오'의 연구개발(R&D) 디스카운트로 번질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에선 주요 실패 사례들의 원인이 제각각인만큼 바이오산업 전반으로 확대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특히 헬릭스미스의 경우 임상 통제의 실패에 따른 문제인 만큼 임상 프로토콜을 재개할 여지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헬릭스미스, 美 임상 3상서 위약과 치료약물 혼용 발견

헬릭스미스는 '엔젠시스(개발명 VM202-DPN)'의 미국 임상 3상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던 중 임상에 참여한 일부 환자에게서 위약(가짜약)과 치료약물이 혼용됐을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엔젠시스는 헬릭스미스가 자체 개발 중인 당뇨병성 신경병증(DPN) 치료 신약후보물질로, 임상 3상 성공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헬릭스미스는 이번 주 중으로 엔젠시스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임상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혼용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탑라인 결과 발표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헬릭스미스는 다시 임상 3상을 해야 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헬릭스미스는 국내 1호 기술특례 상장사다.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였던 김선영 대표가 지난 1996년 창업한 국내 최초의 학내 벤처기업 1호이기도 하다.

VM202는 헬릭스미스 고유의 DNA 치료제 기반 기술인 pCK에 HGF(hepatocyte growth factor) 치료 유전자를 결합한 유전자 치료제다. VM202를 근육 주사를 통해 체내에 전달하면 2종류의 HGF 단백질이 생성된다. 이 단백질이 혈관을 새롭게 만들거나 신경세포를 성장시키고 건강하게 하는 등의 생물학적 기능을 해 질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게 된다.

VM202는 이러한 생물학적 효능에 근거해 심혈관계 질환과 신경계 질환 등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엔젠시스 외 VM202의 주요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으로는 당뇨병성 허혈성 족부궤양(PAD) 치료제,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치료제(ALS), 허혈성 심장질환(CAD) 치료제 등이 있다.

헬릭스미스는 미국 내 25개 병원에서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엔젠시스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첫 번째 임상 3상에서 총 433명 환자에 대한 9개월 추적 관찰을 완료했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6~18일 미국 시카고에서 외부 및 내부 전문가로 팀을 구성해 엔젠시스 임상 3상 데이터를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위약과 치료약물 간의 혼용 가능성을 발견했다. 회사 측은 "현재의 데이터만으로는 혼용 피험자에 대한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해 별도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11월에 제출할 최종보고서와 12월로 예상되는 임상 3상 종료 미팅에서 이를 상세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 데이터에서 진짜약(치료약물)이 검출되면 안 되는데 어이없는 실수가 벌어진 것 같다"면서 "임상 설계(디자인)에서부터 문제가 있는 건지, 임상 진행 과정에서 임상수탁기관(CRO)의 투약 실수가 있었는지 제대로 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치엘비·신라젠 임상 목표치 도달 실패…1차 유효성 평가지표 미충족

앞서 에이치엘비는 지난 6월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발표를 통해 위암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인 항암 신약(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성분명)'의 미국 임상 3상이 당초 목표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은 기존에 허가받은 약물과 유사한 수준에 그쳤다.

위암 3차 치료제로 이미 허가된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의 5.26개월, 론서프(성분명 TAS-102)의 5.7개월과 유사한 결과를 얻었다는 게 핵심이었다. 다만 2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은 통계학적으로 상당히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에이치엘비는 2017년 표준치료법으로 2차 치료제 이상에서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또는 전이성 환자 460명을 대상으로 하는 리보세라닙 글로벌 임상 3상을 실시했다. 임상은 미국과 유럽을 비롯해 한국, 일본, 대만 등 12개 국가에서 진행됐다.

에이치엘비 측은 "임상 3상 결과 리보세라닙 투여군의 OS가 위약 대조군보다 높게 나왔지만, 위약 대조군 대비 통계학적 유의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PFS는 통계학적으로 대단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나타났고, 부작용도 경미한 수준으로 기존 연구 사례와 다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신라젠도 지난 8월 '펙사벡' 무용성 평가에서 당초 기대했던 결과를 도출하지 못하면서 결국 임상 3상을 접었다. 펙사벡은 항암 바이러스로, 신라젠은 2015년부터 미국과 유럽 등 21개 국가에서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DMC)는 8월 1일(현지 시각)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무용성 평가 회의 결과, 신라젠에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신라젠은 같은달 4일 DMC의 권고대로 펙사벡의 임상 3상을 조기에 종료했다.

임상 3상 결과 펙사벡과 간암 1차 치료제인 '넥사바' 병용 투여(실험군)가 넥사바 단독 투여(대조군) 대비 전체생존기간(OS)이 늘어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임상 결과 펙사벡의 유효성 입증에 실패한 것이다.

신라젠 측은 무용성 평가 결과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중단을 권고받은 이유에 대해 임상 참여자들 중 35%가 임상약물(펙사벡) 외에도 다른 약물을 투여받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2017년 이후 FDA로부터 간암 치료제로 승인을 받은 신약 5종(옵디보, 사이람자, 렌비마, 스티바가, 카보메틱스)을 '구제요법'으로 투여받은 임상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는 의미다. 구제요법은 임상 과정에서 임상 약물로 1차 치료 반응이 없을 때 담당 의사가 조합적으로 판단해 적합한 다른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신라젠 관계자는 "임상 3상 1차 중간 분석 결과 임상 참여자들 중 상당수에서 추가 약물이 투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특히 대조군(넥사바 투여군)이 실험군(펙사벡과 넥사바 병용 투여군)보다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 3상 조기 종료는 펙사벡의 문제가 아닌 항암 바이러스와 표적항암제 병용요법에 대한 치료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며 유방암과 소화기암 등 다른 적응증을 대상으로 하는 펙사벡의 추가 임상과 라이선스 아웃에 집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연이어 임상 3상 실패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나 각 케이스별로 원인은 다르다"며 "임상 통제 실패나 신약 제조 과정의 실패 등은 바이오 산업의 성장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장통으로 이해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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