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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운용 사태의 진실]증권사와 TRS 계약, 적법한 거래 vs 파킹거래①TRS 자체는 적법한 거래..자산가치 기준가, 적합한 반영여부가 '쟁점'

최필우 기자공개 2019-10-14 10:30:0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1일 13:1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잇따른 환매 요청에 몸살을 앓고 있는 라임자산운용이 결국 펀드 환매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펀드 수익률을 조작하기 위해 메자닌을 증권사에 맡겼다는 '파킹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태의 단초를 제공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 계약이었을 뿐 파킹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TRS로 투자한 자산 가치를 기준가에 반영했는지 여부가 논쟁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금융권도 낯설었던 'TRS' 계약, 파킹거래 논란 '점화'

파킹거래는 채권을 매수한 기관이 매수 기록을 남기지 않고 금융기관에 맡긴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나고 결제하는 방식이다. 채권 투자 주체가 많지 않았던 시절 보유 한도 기준을 맞춰 운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자주 사용됐다. 한 회사 내에서 펀드별 수익률을 맞추면서 고수익 채권을 옮기는 자전거래도 비슷한 목적을 가진다. 이에 감독 당국이 엄격한 제재를 가하면서 흔하게 보기 어려운 거래 방식이 됐다.

파킹거래 논란이 재점화된 건 라임자산운용이 증권사 델타원 데스크와 TRS 계약을 맺은 게 알려지면서다.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가 라임자산운용 대신 메자닌을 매입하는 방식이 수익률 조작에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전환사채(CB)를 투자한 기업에 대해 공시 의무가 없고, 메자닌 가격을 정확히 산출할 근거가 없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었다.

업계에서는 공모펀드 운용사 채권형펀드 매니저, 준법감시인, 그리고 중개 기관인 증권사 리스크관리팀 중심으로 의혹이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파킹거래가 횡행했던 '삼투신'(한국투자신탁·현대투자신탁·대한투신) 시절과 감독 당국의 강한 제재를 기억하며 지금도 파킹거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헤지펀드 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메자닌 TRS 거래가 늘자 이를 '신종 파킹거래'로 해석하는 시각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라임자산운용이 자산 은닉이 아닌 레버리지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파킹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TRS 계약을 맺으면 증거금을 부담하고 메자닌을 증권사가 대신 매입하게 할 수 있다. 통상 증거금이 매입 자산 가격의 3분의 1 수준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200% 레버리지 효과가 가능하다. 레버리지를 일으켜 고수익을 추구하는 게 헤지펀드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만큼 TRS 계약을 맺을 명분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메자닌 TRS 거래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거 강한 트라우마를 남긴 파킹거래 논란이 일자 의혹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감사에 착수하자 투자자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고 펀드 편입자산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환매 요구가 쇄도했다. 위법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환매 사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증권사, '공시·자산평가' 병행…자산 은닉, 사실상 불가능

업계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이 증권과와 TRS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자산 가치가 펀드 기준가에 잘 반영됐는지가 파킹거래 여부를 판단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파킹거래의 핵심은 채권 매입 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추후 원할 때 기준가에 반영하는 데 있다. TRS 거래가 이같이 기준가를 왜곡하는 데 사용됐는지가 쟁점이 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과 증권사는 운용사가 메자닌을 스스로 매입하는 것보다 TRS로 매입하는 게 더 투명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증권사가 메자닌 매입과 함께 공시 의무를 대신 지키고 있어 운용사가 투자 자산을 숨길 수 없다는 것이다. 또 TRS 계약을 제공하는 증권사가 대부분 대형사이기 때문에 영세한 운용사보다 준법감시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설명이다.

메자닌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도 이뤄지고 있다. TRS를 제공하는 증권사 델타원 데스크는 자산평가사와 계약을 맺고 메자닌 가치를 평가해 자산운용업자, 수탁업자, 신탁업자에게 발송한다. 이 데이터는 매영업일 기준가에 반영된다. 이에 운용사가 자의적으로 수익률을 조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감독 당국은 라임자산운용과 증권사의 TRS 계약을 전수 조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메자닌 가격 산출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와 이 가격이 기준가에 그대로 반영됐는지를 살핀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치 평가와 기준가 반영 체계가 갖춰져 있다는 점에서 파킹거래 해석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개별 계약 건에서 위법이 있었는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산운용사 준법감시인은 "헤지펀드 시장이 성장하면서 TRS 계약에 익숙치 않은 이들이 많았고 이에 논란이 퍼지는 속도도 빨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독 당국이 개별 계약을 살펴보고 판단하겠지만 가치 평가와 기준가 반영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TRS를 파킹거래로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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