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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관순 부회장, 최연소 연구소장 지낸 35년 '한미맨'③대표 당시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주도…계약 해지로 시련 겪었지만 글로벌 전략 총괄로 복귀

강인효 기자공개 2019-10-24 08:03:39

[편집자주]

한미약품은 설립 50여년 만에 한국 신약 개발을 대표하는 제약회사로 우뚝 섰다. 제약 역사 100년 중 한미약품의 역사는 짧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꾸준히 강화하면서 매출 1조원의 외형과 30여개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기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한미약품을 이끌어가고 있는 핵심 멤버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7일 07: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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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이관순 부회장
한미약품의 성장 신화를 이야기할 때 창업자인 임성기 회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이관순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으로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했다. 특히 그는 한미약품 신약후보물질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주도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수 많은 최초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에 입사한 석사 1호 연구원이기도 하고 최연소 연구 소장 타이틀도 지녔다 한미약품이 연구 개발로 국내 최초 타이틀을 딸 때 R&D 현장을 진두지휘했던 게 이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35년 '한미맨'으로 한미약품의 오늘을 만들었다. 물론 시련도 있었다. 이 부회장은 대표로 재직 중이던 2016년 한미약품이 체결했던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되면서 공시 지연 문제 등 논란이 불거지자 이에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당시 수많은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기도 했지만 그는 의리를 지켰다. 상근고문으로 역할을 하다 한미약품이 위기 상황에 빠지자 부회장 지위로 다시 경영 일선에 복귀해 책임 경영을 이어갔다. 경영 일선에서 고문으로 물러난 CEO가 다시 컴백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한미약품에서 부회장 직책이 부활한 것은 2012년 민경윤 부회장이 그만둔 뒤 7년만의 일이었다.

이 부회장은 한미약품의 글로벌 경영을 도맡아 관리하고 있다.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비춰보면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 셈이다.

◇한미약품 석사 1호 연구원…국내 최연소 연구소장 타이틀 거머줘

1960년 충남 서산 출생인 이관순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 화학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엔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으나, 대학을 다니면서 연구에 흥미를 느껴 카이스트에 진학하게 됐다. 한미약품에는 1984년 병역특례로 입사했는데, 당시 석사 1호 연구원이었다.

이 부회장은 입사 13년 만인 1997년 37세의 나이로 한미약품 연구소장(이사)에 오른다. 당시에도 굉장히 파격적인 인사였다. 국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이었다.

이 부회장은 2005년 연구개발센터장(전무)으로 승진했고, 2010년에는 연구개발본부장(사장)에 올랐다. 한미약품은 같은해 7월 인적분할해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당시 한미홀딩스)와 한미약품으로 쪼개졌다.

이 부회장은 그해 11월 인적분할로 신설된 한미약품에서 임성기 회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하지만 임성기 회장이 2014년 상반기 임기 2년여를 남겨두고 등기임원에서 물러나면서 이관순 대표가 단독 대표에 올랐다. 연구원에서 대표 자리까지 오른 '연구원 신화'다.

이 부회장이 대표로 선임된 2010년은 한미약품이 사상 첫 적자를 냈던 해였다. 하지만 대표로 선임된 지 5년 만에 8조원 규모의 6건의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미약품이 사상 첫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최고경영자(CEO)로서 한미약품을 국내 혁신 신약 개발 대표 기업으로 육성시켰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산업 물줄기 바꾼 인물…'한국형 R&D' 새로 개척했다는 평가

이 부회장은 한미약품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를 통틀어 보더라도 큰 위상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이 되고선 나중에 한미약품 대표이사 자리까지 올랐다. 당시 국내 제약사는 대부분 영업통이 대표를 맡아왔는데, 이 부회장이 대표를 맡으면서 많은 제약사들이 R&D 출신에게 경영을 맡기기 시작했다.

또 이 부회장은 연구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제네릭(복제약)에서 개량·복합 신약, 혁신 신약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신약 개발 모델인 '한국형 연구개발(R&D)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같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2015년에는 한미약품이 6건의 신약 기술수출 대박을 터뜨리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국내 제약사가 신약 개발 경쟁에서 글로벌 제약사를 쫓아가기 위해선 플랫폼 기술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로 기술수출한 '오라스커버리'와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이다. 오라스커버리는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기술을, 랩스커버리는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반감기를 늘려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감소시켜 약의 효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말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 제약산업 R&D 역사에서 중요한 지점마다 이관순 부회장이 있었다"며 "이 부회장은 한미약품의 R&D 모델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2015년 기술수출 이후에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물줄기를 바꾸고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처음으로 도입해 확장시킨 한국 신약 R&D 산업을 새로 개척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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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순 한미약품 대표가 2016년 10월 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본사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이와 관련한 지연 공시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로 한미 전성기 이끌었지만 시련 겪기도

이 부회장의 성공 가도에 장애물도 있었다. 한미약품이 2015년 7월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기술수출한 폐암 치료제 '올무티닙'의 임상 개발이 중단된 일이 대표적이다. 베링거인겔하임은 2016년 9월 올무티닙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중단하고 한미약품과 맺은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올무티닙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신약 파이프라인 중 상업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약물 중 하나였다. 게다가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 해지와 관련한 공시가 뒤늦게 되는 바람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이관순 사장은 올무티닙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보(기술수출 계약 해지) 유출이 없었는지 수사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고, 한미약품을 압수수색했다. 한미약품이 압수수색을 당한 날 이관순 대표는 사내 게시판에 '위기를 극복하고 신약 강국으로 나아갑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리는 이미 신약 불모지인 대한민국에 글로벌 신약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 회사"라며 "이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전진해야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가 만들어진다는 각오로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이관순 사장은 올무티닙 사태와 그 여파로 인해 2017년 3월 임기 만료 2년을 남긴 상태에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한미약품에 상근고문으로 남게 됐다. 하지만 그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글로벌 전략 부문 상근고문으로 일하면서 기술수출 파트너사와의 협업, 소통을 통한 해외 임상 등을 포함한 한미약품의 글로벌 전략을 막후에서 지휘했다.

2년여 만인 2019년 이관순 상근고문은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다시 한미약품 경영에 복귀했다. 한미약품은 이관순 대표가 물러나면서 공동 대표에 오른 우종수 사장이 경영 관리를, 권세창 사장이 신약 개발을 담당하고 있었는데, 이 상근고문이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3각 체제를 이루게 됐다.

이 부회장은 복귀 이후 한미약품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최장 월 1회 투여가 가능한 당뇨병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페글레나타이드 역시 이관순 부회장이 대표로 재직하던 2015년 11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에 5조원 규모로 기술수출한 혁신 신약 중 하나다. 특히 지난 6월말 한미약품이 사노피와 맺었던 에페글레나타이드 기술수출 계약에서 공동 R&D 비용 부담 상한액(1억5000만유로→1억유로)을 줄이도록 수정한 것도 이 부회장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은 한미약품이 꿈꿔온 글로벌 신약이 조만간 세상에 나올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작년말 한미약품 퇴직 임원 송년 모임에서 "회사는 현재 2건의 글로벌 임상 3상과 2~3건의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2~3년 이내에 최소 1개의 글로벌 신약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의를 다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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