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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상품 '도미노 충격', 신상품 출시 '시계제로' [PB센터 풍향계]문턱 높인 판매사, '이중삼중' 방어막…판매보다 관리, 환매요청 대응 분주

최필우 기자공개 2019-10-23 13: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1일 08: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독일 헤리티지 부동산펀드 파생결합증권(DLS), 선진국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호주부동산펀드, 라임자산운용 헤지펀드까지. 수천억원 이상 규모로 판매된 '히트상품'에서 잇따라 손실 또는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자 PB센터들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단일 센터가 고전하는 것 뿐만 아니라 전사적 금융상품 공급과 판매가 사실상 멈추다시피 한 판매사도 허다하다. PB들은 놀란 고객을 달래는 동시에 상품 안정성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증권사 PB→IPS본부→은행 PB' 경로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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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소재 PB센터 내부 전경

국내 주요 PB센터는 본사가 지정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신상품을 발굴하는 '공급기지' 역할을 해왔다. PB가 점찍은 사모펀드를 본사에 소개하면 상품 출시를 관할하는 본사 조직이 판매를 허가하는 식이었다. 전사적으로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아도 상품을 요청한 PB 스스로 완판이 가능하면 본사가 판매와 관리를 일임하고 요식행위 수준으로 상품을 검토해 출시하는 경우도 많았다.

스타 PB들이 등장하면서 이같은 경로의 상품 출시가 가능했다. 수천억원대 자산을 관리하는 PB가 늘다보니 최소가입금액 1억원 이상인 사모펀드 자금을 홀로, 또는 본인이 속한 PB센터에서 모집하는 게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 PB는 금융상품 지식 뿐만 아니라 딜을 소싱하는 IB 역량과 네트워크를 겸하고 있다. 고액자산가와 맞닿아 있어 자산관리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특정 PB가 낙점한 운용사의 사모펀드가 전사적 전략 상품으로 발돋움하곤 했다.

하지만 근래 사모펀드에 대한 위기 의식이 불거지면서 이같은 경로가 막히고 있다. PB들이 본사에 상품 출시를 타진하면 반려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후문이다. 은행과 증권사를 막론하고 손실과 환매 연장 사태 재발을 방치하기 위해 신설된 리스크 관리 조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조직을 내세워 전사적으로 감당해야하는 잠재 리스크를 줄이는 추세다. PB가 이직하면 이미 판매된 상품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A 증권사 PB는 "고객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게 신상품 출시 중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도 "기존에 없던 조직이 생기는 등 리스크관리 체계가 이중삼중으로 강화되면서 딜을 소싱하거나 본사에 새로운 상품을 제안하는 것조차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권사가 상품을 공급하면 이를 은행 고객에게 판매하는 '협업 체계'도 예전같지 않다. 주요 금융그룹은 지주 차원의 상품 전략을 총괄하는 IPS본부를 두고 증권사 상품을 은행 고객에게 공급하고 있다. 또 은행 PB가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복합점포에 속한 증권사 PB와 함께 상품을 판매하곤 한다. 하지만 은행이 증권사가 공급한 상품에 대한 검증 문턱을 높이면서 상품 출시가 무산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B 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합을 맞춰본 PB나 상품개발자의 후속 상품은 협업을 위해 웬만하면 론칭할 때가 많았지만 사모펀드 손실과 환매 중단 사태 이후 기조가 바뀌었다"며 "증권사 문턱을 넘었더라도 리스크관리가 더 엄격해진 은행에서는 판매되지 못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PB센터, 기존상품 지키기 '급급'…'보릿고개' 넘는 운용사

PB들은 신상품 출시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고객 이탈을 막는 데 여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손실과 환매 중단이 잇따라 발생한 여파로 고객들의 심리가 요동치고 있어서다. 새로운 투자를 마다하는 것은 물론 앞서 투자한 상품을 예·적금으로 전환하려는 수요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수가 제한된 사모펀드가 공모펀드보다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가졌던 자산가들이 최근 일련의 사태로 받은 충격이 크다는 것이다.

C 증권사 PB는 "평소 연락이 뜸하던 고객도 센터를 방문해 보유하고 있는 금융상품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한 뒤 상품 설명을 다시 듣고 돌아가는 빈도가 늘고 있다"며 "별 문제가 없는 금융상품을 환매하려는 고객도 종종 있어 진땀을 빼곤 한다"고 말했다. 이 PB는 "권하고 싶은 상품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고객들이 패닉 상태에 빠져 있어 현 상태를 보존하기만 해도 선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PB센터에 회사와 상품을 소개하러 다니는 헤지펀드 운용사들도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신상품 수요가 현저히 줄어든 탓에 어렵사리 PT 기회를 잡아도 상품 출시로 이어지기가 쉽지 않다.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식 투자 운용사들의 PT는 드물어진 지 오래다. 메자닌이나 비상장투자로 인기를 끌었던 곳들도 편입 자산이 정해지지 않은 블라인드펀드를 가져가면 판매를 자처하는 PB센터가 드문 실정이다.

D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종목이 확정되지 않은 블라인드펀드를 가져가면 투자 예정 기업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PB센터가 대부분"이라며 "운용사는 투자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딜소싱 노하우와 투자 정보를 공유하기 쉽지 않은데 이를 감수한다고 해도 판매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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