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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걸린 기업은행 BOX, 언박싱 해보니 ①'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끈끈한 스킨십…중기 지원 플랫폼 '디지털화' 도전

이은솔 기자공개 2019-10-24 10:36:0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1일 10: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런 걸 어떻게 만듭니까?"

2013년, IBK기업은행 미래사업팀은 새로운 서비스 기획을 위해 SI(System integration) 업체와 미팅을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기획서를 들고 간 서비스를 구현할 기술이 없다고 했다. 스마트폰이 막 상용화되고 카카오톡이 등장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기업은행이 개발하려고 했던 서비스는 비즈니스 오퍼레이팅 솔루션. 기업 경영에 필요한 기능을 한 데 모아 중소기업의 디지털화를 돕는 플랫폼이었다. 2년 후인 2015년 다시 한 번 개발을 논의했는데 이번에는 구현은 가능했만 비용이 예산의 두세배를 훌쩍 넘었다.

아쉬움을 남긴 채 서랍에 넣어뒀던 프로젝트는 2017년이 되어서야 빛을 봤다. 시장의 기술 수준보다도 앞서갔던 아이디어는 그렇게 8년만에 상용화에 성공했다. 7전8기의 주인공은 기업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박스(BOX·Business Operating eXpert)다.

◇사장님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기업은행 강점은 끈끈한 스킨십

8년 전 기업은행은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대규모 컨설팅을 진행했다. 당시 기업은행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 건 '스킨십'이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리테일을 중점에 뒀다. 유일하게 기업은행만 중소기업금융에 방점을 찍었다.

중기대출, 정책자금 등은 기업은행이 가장 잘 아는 분야였다. 중소기업 사장님들도 다른 은행보다 기업은행이 자신들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느꼈다. 공단 지역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었다. 기업은행 심사역은 담당 사장님 댁의 '숟가락 개수'까지 알 정도로 긴밀하게 소통했고 기업의 현재 상황이나 필요한 점을 바로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문제는 금융이 점차 디지털화 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모바일 뱅킹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물리적인 접촉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기업은행의 강점인 끈끈한 관계가 디지털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긴 어렵다는 게 기업은행의 '리스크'로 꼽혔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중소기업의 내밀한 사정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기업은행이 미래에도 생존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박스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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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의 정보수집 한계 주목…"당장 돈 안 돼도 괜찮아"

박스의 타깃은 50인 이하 중소 사업장이다. 사장님과 직원들이 박스에 들어와 회사 업무 내내 활용하는 게 목표다. 아침에 출근해서 근태를 체크하는 일부터 매출 확인, 재무 관리, 정책자금, 대출까지 기업 경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업무를 플랫폼 안에서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런 업무들이 디지털화되면 비효율적인 서류작업에 쓰는 시간이 줄어든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매출을 늘리고 회사를 성장시키는 핵심 업무, 즉 경영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정재가 모델로 나오는 박스 TV 광고는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정책자금 마감 전날, 정신없이 서류를 검토하는 중소기업 사장. 그의 사무실 문 아래로 이정재가 달려와 아무말 없이 서류 봉투 하나를 밀어두고 간다. 공장 부지를 몇달 째 둘러보는 사장님에게도 상자 하나를 건네고 사라진다. 키다리 아저씨 같은 이정재가 건넨 건 '꼭 맞는 정책자금 10선', '검색해도 안 나오는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수집에 한계가 있는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자료들이다. 기업은행이 이렇게 중소기업인들을 돕는 이유는 박스에서 사장님들이 남기는 '데이터'가 기존의 끈끈한 스킨십의 역할을 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홍보, 정책자금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거의 모든 활동은 필연적으로 금융과 연결된다. 누군가 기업부동산BOX를 통해 공장용 필지를 알아보고 있다면 곧 부동산 대출이 필요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정책자금을 수령하려 해도 은행 계좌가 있어야 하고, 또 지원받은 자금을 집행하는 데에도 결제와 이체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고객의 행동을 알고 있으면 그들의 니즈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고, 꼭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상품을 추천하는 '맞춤형 영업'이 가능해진다. 이전에는 끈끈한 관계를 통해 정보를 얻었다면 이제는 데이터가 그 역할을 대체하는 셈이다.

박스를 기획한 박진현 기업은행 미래사업팀장은 "이전에는 은행 고객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면서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 알아차렸다면 앞으로는 박스를 통해서 사장님들의 필요를 바로바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 중소상공인들의 경영 활동을 돕고, 동시에 기업은행의 미래 먹거리도 창출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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