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피플&오피니언

'보통주' 내세운 한 벤처기업의 자신감

신현석 기자공개 2019-11-01 08:16:17

이 기사는 2019년 10월 31일 08: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한 벤처기업 A는 현재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유치를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투자자와 개별 협의전에 대외적으로 보통주 투자만 받을 계획을 미리 밝혔다는 점에 관심이 갔다. 이 업체 대표는 이를 "사업적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대체로 벤처캐피탈은 보통주보다는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인수하는 식으로 벤처 투자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RCPS는 추후 벤처기업이 IPO 수요예측 시 흥행에 실패해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더라도 전환가액을 낮춰 유동적으로 이익을 보전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리픽싱이다.

달리 보면 이는 결국 벤처기업이 보통주만으로 투자유치에 나서면 투자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벤처기업이 상장하면 벤처캐피탈은 보유 지분을 팔아 차익을 보려고 한다. 그런데 예상과 다르게 벤처의 시장 가치가 낮게 책정될 경우 벤처캐피탈은 빠른 엑시트(자금회수)를 할 수 없다.

이런 생리상 벤처캐피탈이 리픽싱 조건이 달린 RCPS를 선호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수익 실현을 우선하는 재무적투자자(FI) 속성상 이를 힐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벤처캐피탈 스스로 지나치게 효율적인 전략으로만 일관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본질인 사업적 가치보다 단기적이고 즉각적인 득실에 너무 몰입하면 결과적으로 비슷한 효과를 보려는 벤처만 줄을 설 수밖에 없다. 내실이 없는 사업자만 꼬이는 벤처캐피탈의 미래도 그리 밝지는 않다.

실제로 벤처캐피탈 업계 내에서도 성과는 좋지만 너무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심사역에 대한 아쉬운 소리가 없지 않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성과도 잘 내지만 실상은 사채업자 같은 심사역도 있다"며 "피투자기업 상황이 안 좋아지면 즉각 회수에 나서니 사업을 진득히 끌고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도 좋을리 없다"고 전했다.

물론 벤처기업 A가 보통주 투자유치를 고집하는 데에는 상장에 앞서 부채를 줄이기 위한 이유도 포함됐을 수 있다. 상장 기업이 적용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선 RCPS가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다만 보통주 투자유치를 고집한 대가로 벤처캐피탈로부터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부작용도 감수해야 했다.

결론적으로 벤처기업 A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보통주 투자유치 추진이 지나친 ‘단기 득실'만 따지는 투자자를 거를 수 있는 전략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국내 산업생태계와 금융시장 전반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