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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본 삼성전자 50년]발길끊은 채권시장…찍으면 국채금리 이하⑤하만 인수하며 1조 회사채 떠안아…IMF 당시 발행물 잔액 '520억' 눈길

김슬기 기자공개 2019-11-04 08:27:26

[편집자주]

삼성전자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1968년 전자산업 진출로 탄생한지 이제 '50돌'을 맞이했다. 일본산 전자 부품을 단순 조립해 국내에 팔던 일개 회사에서 독자기술로 세계 시장을 누비는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했다. 엄청난 진보를 이룬 만큼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확연히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 변화들을 갖고 있다. 각종 지표들을 토대로 삼성전자의 지난 50년간 변화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1월 01일 1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는 주식시장에서 '블루칩(대형 우량주)'으로 꼽히지만 회사채 시장에선 존재감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시절 30년 만기 달러표시 채권을 찍으며 이목을 끌었던 삼성전자는 이제 회사채 시장에서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다. 국내에선 2001년을 끝으로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미국 현지법인이 2012년 1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 또한 만기상환했다.

회사채 시장에 발길을 끊은 건 물론 안정적인 재무구조 덕분이다. 다른 기업은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9월 말 기준 현금 보유고만 10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의 핵심인 반도체 사업 법인이 1970년대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50년만에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셈이다.

◇ 2001년 끝으로 국내 회사채 발행 중단

올 상반기 말 기준 삼성전자의 회사채 잔액은 9898억원이다. 현재 삼성전자에 남아있는 회사채는 3개로 모두 해외채권이다. 이 중 2개는 2016년말 인수한 하만 인터내셔널(Harman International Industries)의 회사채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전 각각 10년 만기 4억달러(4627억원), 7년만기로 3억5000만유로(4603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삼성전자 회사채

회사채 잔액 중 삼성전자 스스로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발행은 사실상 1건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국제통화기구(IMF) 외환위기였던 1997년 10월 2일 4억6000만달러 규모의 달러표시 채권을 발행했다. 1억달러는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나머지는 5년 상환 조건을 달았다. 금리 수준은 7.7%로 당시 시장 상황에 비해 높지 않았지만 삼성전자가 이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초장기물을 찍었다는 점 때문에 이목을 끌었다. 그만큼 어려운 사정을 보여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1997년 27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감이 컸다. 회사의 존속이 달린 상황에서 30년 만기의 회사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여전히 해당 채권 잔액이 남아 있지만 이제 눈에 띌 정도 규모는 아니다. 만기는 2027년 10월이며 원금 4500만달러(520억원) 정도가 남아있다. 투자자들은 고금리를 포기할 이유가 없어 조기상환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남겨진 몫이다.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시작한 1998년 현황을 보면 삼성전자의 회사채 발행규모는 7조1400억원(국내외 합산)이었다. 그 해 말 5338억원 가량 상환했다. 이후 회사채 상환에 속도를 더했다. 상환 잔액이 급격히 떨어졌다. 1999년 2조 900억원, 2000년 3조1653억원, 2001년 3조4277억원, 2002년 3조5636억원, 2003년 8609억원을 갚았다. 미상환잔액은 1999년 4조21억원, 2000년 2조7574억원, 2001년 2조2518억원, 2002년 2조494억원, 2003년 1조1699억원까지 낮아졌다.

삼성전자 회사채2

당시 회사채 발행 금리는 11%~25%에 달할 정도로 컸지만 고금리는 삼성전자에게 문제가 아니었다. 매출액이 2000년 32조원, 2001년 44조원, 2002년 46조원, 2003년 59조원 등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조원대에서 9조원대까지 커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3조원에서 7조원까지 성장했다. 그만큼 수익이 나다 보니 회사채 차환보다는 상환 쪽에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회사채를 찍은 시기는 2001년이다. 그 해 8월과 10월 삼성전자는 168회 일반사채, 169회 일반사채를 각각 5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다. 당시 신용등급은 한국기업평가 기준으로 AAA였다. 3년 만기에 연 5% 이자율을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2004년에 삼성전자가 1조원의 회사채를 모두 만기상환하면서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회사채가 자취를 감추게 됐다.

◇ 정부보다 낮은 금리에…해외서 불티나게 팔린 달러채권

무차입 경영을 이어오던 삼성전자가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2012년이다. 무대는 국내가 아닌 미국이었다. 발행주체는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SEA·Samsung Electronics America Inc.)으로 본사가 지급보증을 하는 형태였다. 당시 미국법인은 반도체 생산기지인 SAS(Samsung Austin Semiconductor LLC)의 시설투자가 필요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과 보스턴, 시카고, LA 등에서 넌딜로드쇼(NDR·Non-Deal Roadshow)를 개최했고 반응은 뜨거웠다. 5년 만기 10억달러 규모로 발행됐다. 투자자들의 호응이 좋아 모집금액의 5배 이상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자연히 발행금리도 낮아졌다. 발행금리는 '미국 국채수익률(T)+80bp'로 결정됐다. 발행금리는 1.75%, 만기수익률은 1.827%였다.

1997년 이후 처음으로 국제 자본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했으나 당시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보다도 낮은 금리수준에 자금조달을 했다. 당시 외평채 가산금리는 'T+110bp' 수준이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와 무디스는 삼성전자 미국법인 채권에 각각 A와 A1등급을 부여했다. 삼성전자 본사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매겼는데 이는 그만큼 상환능력을 우수하게 본다는 것이었다. 2017년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10억달러 전액을 만기상환했다.

삼성전자는 외부 자금조달은 하고 있지 않지만 주기적으로 S&P와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평가를 받고 있다. 무디스 평가등급은 Aa3(안정적), S&P는 AA-(안정적)을 부여했다. 국내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안정적인 현금 보유를 바탕으로 무차입 경영을 오랜시간 지속해왔다"며 "회사채 시장에서 삼성전자라는 기업을 보지 않은지 꽤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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