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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을 위해 정치를 공부해야 하는 시대 [WM라운지]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대표공개 2019-11-13 09:41:14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1일 12: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1992년 아버지 부시를 이긴 클린턴 캠프의 선거 캐치프레이즈다. 미국은 1992년 이후 부터 2000년 IT버블이 터질 때 까지 소위 '신경제'라는 이름으로 장기 호황을 누렸다. 실제 클린턴의 경제정책이 미국경제를 호황으로 이끄는 데 기여한 바가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보면 사실 물을표다. 미 국방부 네트워크에서 시작된 인터넷 네트워크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시작된 정보통신혁명이 1990년대 중·후반 미국 경제 호황을 이끌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 수익모델이 희미했던 수많은 닷컴 기업들에까지 시장의 기대가 확산되고 소멸되면서 큰 사이클이 끝났었다. 여기서 포인트는 혁신기술과 자유시장 원리가 경제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흐름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의 진보를 활용하는 거대기업이 미국의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IT업종과 미국을 벗어난 상황은 많이 다르다. 그 흐름의 큰 물줄기가 바뀐 계기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로 판단된다.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미국의 제조업 부흥정책과 셰일 에너지 개발정책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가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보호무역주의. 즉, 미국과 미국 이외의 지역을 점점 멀어지게 하는 정책의 토대가 됐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이 미국 이외의 지역에 의존했던 많은 것들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을 떠나 세계로 눈을 돌려 보면 주식시장에 미치는 정치의 영향이 더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식시장이 신고가를 경신하는 것은 미래기술인 4차 산업혁명을 리딩하는 기업들이 주로 미국기업이기 때문이라고 이해될 수 있지만 브라질이나 인도 주식시장의 신고가를 설명하는 논리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낙관론에 기인한다고 본다. 정부정책의 기업친화성과 기대감이라는 생각이다. 한편, 아르헨티나의 주식시장은 이와는 반대의 우려 즉, 기업정책에 대한 정치적 비관론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느 일간지에서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10종목과 한국 주식시장의 상위 10종목을 비교하면서 다이나믹하게 변해가는 미국시장과 큰 변동없이 순위 바뀜만 있는 한국시장의 현실을 지목한 적이 있다. 물론 미국의 역동성을 지향하고 싶지만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대부분 한국과 유사하게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의 명단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 더 일반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주식시장 성과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은 그 나라 정치가 기업의 역동성을 촉진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지 혹은 반대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시장참여자의 기대가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언뜻 피고용인을 위한 정책 같지만 길게 보면 그 반대작용을 하는 경우는 너무 흔하다. 회사에 한번 취업하면 본인이 그만두지 않는 이상 자리가 보장되는 이탈리아의 청년 실업률은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쪽에 속한다. 해고가 어려우면 고용에 더 신중해 질 수밖에 없다.

정책 입안의 선의와 다르게 현실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기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 룰을 정하는 정치의 역할이다. 2020년 미국의 무역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인가? 프랑스의 노동법 개혁은 지속될 것인가? 인도 모디 총리의 시장 친화정책은 어떻게 진화할 것인가? 연금개혁의 가능성을 보여준 브라질의 다음 스텝은?

한국경제를 예측할 때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에 대한 전망을 제외한다면 아마도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기업정책에 대한 정치적 낙관론을 가져갈 것인가 또는 비관론을 가져갈 것이냐가 주식시장의 수준을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다. 바야흐로 경제를 예상하는데 정치의 역할을 잘 연구하고 이해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조성식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
미래에셋·서울증권 자산운용본부 자산운용역
미래에셋증권 국내 및 AI, 해외펀드 마케팅팀장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
미래에셋생명보험 변액보험운용실장
미래에셋생명보험 증권운용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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