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20일 07: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신약개발 업계의 원로 취재원과 통화를 하다가 불호령을 들었다. 질문의 요지는 이랬다. SK바이오팜이 자체 임상개발을 통해 FDA 3상을 통과하고, NDA(품목허가승인)까지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대기업 집단에 속해 있어서 아닌가. 시쳇말로 ‘비빌 언덕(SK)'이 있어서 가능한 일 아니었냐는 얘기다."200명에 불과한 조직을 무슨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나요?. 자금력만으로는 절대 안 되는 게 신약개발입니다. SK바이오팜은 1993년 이후 한결같이 중추신경계(CMS) 신약을 파온 기업입니다. 실패 이후에도 조직을 정비하고 미국 임상을 국내 임상처럼 관리해 온 뚝심은 높게 평가해야 해요."
그의 말대로 SK바이오팜의 행보를 보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많은 대기업들이 헬스케어를 미래사업으로 설정하고 2000년 대 초중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지만 SK처럼 뚝심으로 밀어부친 사례는 드물다. 현재 신약개발 인맥의 젖줄을 제공한 LG화학 정도를 제외한다면 한화, CJ, 롯데 등이 바이오 역사에 잠시 등장했을 뿐이다.
SK바이오팜은 26년간 5000억원 넘는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면서 희귀질환(CMS) 치료제 개발의지를 꺾지 않았다. 최초의 뇌전증(간질)치료제 후보였던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FDA 품목승인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적응증을 바꿔 아직까지 개발하고 있다. 기면증 치료제 ‘수노시(솔리암페톨)'는 재즈파마슈티컬과 공동개발해 세계무대에 시판되고 있다. 일부 대기업이 파이프라인의 실패로 사업 자체를 접었던 것을 따지면 돈 만의 문제는 아니다.
뚝심의 결정체는 역시 ‘세노바메이트'다. 글로벌 뇌전증 치료 시장에서 주목하는 이 후보신약은 카리스바메이트 실패 이후 SK가 절치부심하며 키워 온 싹이다. 이미 FDA 3상을 돌파하고 NDA를 앞두고 있다. 승인을 받으면 한국 바이오는 2003년 팩티브 이후 두 번째 FDA 허가 신약을 맞는다. 연 8조원 시장으로 평가된다. 이제 그 역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한국 바이오장은 강력한 연동성이 작용하는 모양새였다. 잇따른 임상실패가 시장 전체를 위축시켰다. 역으로 이 연동성은 계기만 있다면 언제든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바이오 업계 전체가 SK바이오팜의 도전을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한 BD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바이오 업계는 임상실패를 개별 회사의 이슈로 여겼지만 SK바이오팜의 사례는 다르다. 그 안에 한국 신약개발의 응전사(史)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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