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도 'ETN' 시장 성장 꺾이나 KEB하나은행, 양매도ETN 불완전판매 '기관경고'…'고난도' 분류 가능성 '엎친데 덮친격'
최필우 기자공개 2019-12-02 08:11:09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9일 13: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EB하나은행이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불완전판매로 기관경고를 받으면서 ETN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될 조짐이다. 은행 주도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졌으나 대표 상품인 양매도 ETN 판매 제동이 걸리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파생결합펀드(DLF) 사후 대책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양매도 ETN 역시 은행권 판매가 금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은행신탁 양매도 ETN 편입, 시장 성장 '기폭제'
ETN 시장 규모는 지표가치총액으로 가늠한다. 지표가치총액은 발행된 ETN의 주식수와 당일의 지표가치를 곱한 값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10월말 기준 ETN 지표가치총액은 7조346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 1376억원(2%) 증가했다. 지표가치총액이 크게 증가한 건 2018년으로 1년새 1조9838억원(38%) 성장했다.
*출처:한국거래소
2018년 급성장을 주도한 건 한국투자증권이 첫선을 보인 양매도 ETN이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도해 프리미엄 수익을 추구한다. 매월 둘째주 목요일인 옵션 만기일 사이에 기초지수가 상품 설계 당시 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일정한 수익을 쌓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이 이 ETN을 자산관리 핵심 상품으로 낙점, 특정금전신탁에 편입해 1조원을 웃도는 판매고를 기록했다.
양매도 ETN이 PB와 투자자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은 주력 상품인 주가연계신탁(ELT)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LS는 예상치 못한 시점에 상환되면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는데 상장돼 거래되는 ETN은 원활한 거래가 가능해 절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 이에 ELT와 ETN 신탁 투자를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영업에 탄력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EB하나은행의 양매도 ETN 신탁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금융감독원이 감사에 착수하면서 ETN 성장 정체가 시작됐다. 불완전판매 논란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PB들이 판매를 꺼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 KB국민은행이 양매도 ETN 신탁 판매를 옵션만기일 전 일주일로 제한하는 대안을 내놓았으나 판매 동력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완전판매를 주장했으나 결국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나면서 시중은행이 ETN 시장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점쳐진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제재심을 열어 KEB하나은행에 대한 기관경고를 심의하고 과태료 부과를 금융위원회에 건의했다. 또 직원 2명에 대해 견책 제재를 내렸다. 이 여파로 은행이 불완전판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양매도 ETN 신탁을 팔아야 하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시장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해준 은행 채널을 잃게 되는 셈이다.
◇불명확한 '고난도' 기준, 양매도 ETN '노심초사'
은행의 판매 의지와 별개로 양매도 ETN 신탁이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분류돼 판매가 불가능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고난도 금융상품은 파생상품 내재로 투자자 이해가 어렵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를 웃도는 상품을 의미한다. 양매도 ETN은 옵션 매도 기법이 사용되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이론적으로 20~30%를 웃도는 손실 발생이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고난도 금융상품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은 사모펀드와 신탁에 공모로 발행되는 파생상품을 편입하는 것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은행의 공모 ELT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상장돼 거래되는 양매도 ETN 신탁 판매 가능 여부는 불분명한 상태다.
금융 당국은 상장지수펀드(ETF)와 ETN 처럼 상장돼 거래되는 상품 판매는 제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은행권은 KEB하나은행이 기관 경고를 받은 여파로 양매도 ETN 신탁 판매가 금지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은행 고객이 양매도 전략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당국의 판단이 확고해진 만큼 제도 보완 과정에서 규제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양매도 ETN은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고 은행이 이 상품 성장에 가장 크게 기여했는데 KEB하나은행에 대한 기관경고로 더 이상 흥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제도 보완 과정에서 양매도 ETN이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확정되면 ETN 시장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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