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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의 Money-Flix]카마겟돈의 시대에 던져진 '포드 V 페라리'라는 우화위기 맞은 포드의 페라리 인수 추진 과정과 그 결과가 주는 시사점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공개 2019-12-09 13:39:24

[편집자주]

많은 영화와 TV 드라마들이 금융과 투자를 소재로 다룬다. 하지만 그 배경과 함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는 참인 명제다. 머니플릭스(Money-Flix)는 전략 컨설팅 업계를 거쳐 현재 사모투자업계에서 맹활약 중인 필자가 작품 뒤에 가려진 뒷이야기들을 찾아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12월 09일 10: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그야말로 '카마겟돈'(Car+Armageddon)의 시대다. 환경 규제 강화, 자동차 판매량 감소, IT 기업의 시장 진입이라는 세계적인 트렌드가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트럼프 행정부가 첫 번째 원인을 조금 지연시켜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머지 두 원인들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다.

우선, 밀레니얼 세대라는 미래의 소비자 집단이 승차 공유를 중심으로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에 따라 그들의 차량소유에 대한 관심이 낮을 것이라는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전기차의 급속한 확산에 따른 테슬라나 BYD와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 또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러나 증기기관 시대부터 시작하면 200년이 훨씬 넘은 자동차 산업에는 항상 크고 작은 위기가 있어왔다. 10여 년전 '리먼브라더스 사태'의 후폭풍으로 전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왔을 때,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거의 고사단계까지 갔었던 상황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한 과거의 위기들은 지금과 달리 국지적이고 단기적이며 제한적인 범위로 찾아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리 아이아코카와 엔조 페라리의 인수 협상 결렬에서 시작하는 영화 '포드 V 페라리'

얼마전 개봉돼 호평을 받고 있는 영화 <포드 V 페라리>는 이런 '국지적이고 단기적이며 제한적인' 위기 중 하나였던 1960년대 초반 포드 자동차 상황을 다루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상대적으로 여유롭고 안정적인 기반 하에 성장한 젊은세대가, 부모 세대와는 다른 기준으로 자동차를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당시 포드가 처해 있던 위기의 본질이었다.

1958년 출시한 에드셀(Edsel)의 대실패는 당시 포드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포드와 머큐리 브랜드의 중간급으로 출시됐던 에드셀이 출시 3년 만에 '자동차 업계의 타이타닉'이라는 별명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개발 및 마케팅 비용에도 불구하고, 호사스럽지만 못생긴 디자인과 고르지 못한 품질, 높은 가격은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에드셀로 드러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로, 포드는 전세계 젊은이들의 로망이었던 스포츠카 브랜드 페라리의 인수를 추진한다. 르망24시를 연달아 우승하고 있던 페라리를 인수함으로써, 포드를 젊은 세대들이 선망하는 브랜드로 재설정하려 한 것이다. 영화도 당시 포드의 임원이었던 리 아이아코카가 오너인 헨리 포드 2세를 설득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다룬 것처럼 포드의 페라리 인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영화는 애초 포드에게는 매각할 의사가 없던 페라리 측이 피아트에게 더 좋은 조건을 받아내기 위해 포드를 들러리 세운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페라리 인수 실패의 실제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당시 페라리의 오너였던 엔조 페라리는 포드에게 매각할 분명한 의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간 협상은 1963년 4월말부터 22일 동안 피 말리게 진행됐다. 협상 말미에 이른바 '딜 브레이커'라 불리는 결정적인 이슈로 돌출된 것은, 포드가 제시한 레이싱팀의 예산과 관련된 승인 항목이었다. 1963년 당시 예산이었던 약 26만 달러를 넘어서는 예산을 책정하고자 하는 경우, 포드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해당 항목의 내용이었다.

엔조는 "레이싱 팀을 관장하는 사람으로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는 문구"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협상을 끝냈다. 피아트에게서 더 좋은 조건을 받아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일부러 포드측을 욕보이고 협상을 중단했다는 영화 속 설정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피아트가 페라리의 지분 50%를 인수한 것은 포드와의 협상이 끝나고 6년이 지난 1969년 초였다.

중요한 것은 페라리의 인수에 실패한 포드가 와신상담 후 놀라운 성공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영화에서 다룬 것처럼 실패를 거듭한 후에 GT40을 만들어1966년부터 르망24시에서 연달아 우승했고, 1964년에는 머스탱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기도 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작금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우리 자동차 업체들에게 이 영화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해 보인다. 결국엔 위기의 본질에 집중하고 극복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전세계적이고 장기적이며 광범위한'위기라는 측면에서, 그 결과를 예측하기란 더더욱 불가능에 가깝게 되긴 했지만 말이다.

<포드 V 페라리>예고편:https://www.youtube.com/watch?v=sn7wcMigC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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