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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조현아 반기에 선긋기' 보도자료 재해석'나홀로 분쟁 시도' 입장, 초기에 전면 반박…"적법 절차 아니다" 무대응 시사

고설봉 기자공개 2019-12-26 07:05:05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4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에 대해 한진그룹은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처했다. 조 전 부사장이 입장문을 발표한 당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권 분쟁에 연연하지 않고 조원태 체제 출범 이후 시작된 경영 정상화에 매진할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 KCGI가 촉발한 경영권 분쟁 때와 같이 ‘무대응 전략’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23일 오전 10시 한진그룹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입장을 배포했다. ‘조원태 경영 체제’를 비판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자신을 포함한 오너일가 공동경영 체제 확립’의 뜻이 담겨 있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은 비상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오전부터 시작된 회의는 오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오후 3시12분경 한진그룹은 공식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한진그룹은 보도자료에서 “한진그룹과 관련해 논란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 국민과 고객 및 주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동안 오너일가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을 고려해 초기 여론 악화 및 대한항공 등 계열사로 부정적 이미지가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과부터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초기 대응은 그동안 한진그룹 내에서 오너일가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와는 양상이 다르다. 실제 2014년 ‘땅콩 회항’, 2018년 ‘물컵 갑질’ 등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한진그룹은 수일이 지난 뒤에야 입장문을 냈다. 내용도 사과보다는 상황을 설명하는 쪽에 무게를 뒀었다. 이후 부정적 여론이 거세진 뒤에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는 오너일가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그룹 경영진들이 사과문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한진그룹 내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식 사과문을 낸다는 것은 ‘오너일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춰졌고, 그간 오너일가의 행보는 이런 ‘인정’을 수용하지 않았었다. 사건의 당사자가 지배권과 경영권을 동시에 행사하는 상황에서 전문경영인들이 나서 사과문을 낼수 없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이번 이슈에 대해 한진그룹은 발빠르게 대처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 경영진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지배구조 개선 등을 공표한 상황이다. 더 이상 오너일가 관련 이슈에 소극적으로 대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에서 “조양호 회장 작고 이후 한진그룹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 및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그룹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보도자료 배포 및 발빠른 사과는 ‘현재 오너일가 중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3명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고, 조 전 부사장이 단독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한다. 조 전 부사장만이 현재 공동경영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나홀로 반기를 든 만큼 초기에 한진그룹 명의의 반박 보도자료가 배포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보도자료에서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내용들은 조 전 부사장이 현재 처한 상황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조 전 부사장이 주장한 ‘조원태 회장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어기고 있다’는 내용에 대해선 “(고객 신뢰 회복, 기업가치 제고 등) 이것이 곧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고 믿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이어 회사 운영에 있어 ‘조원태 회장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한진그룹은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와 주주총회, 이사회 등 절차에 의거하여 행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이 대목은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 발표가 경영 간섭이고,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뚜렷하게 밝힌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회사 운영이 정식 절차를 밟은 경영진들에 의해 되고 있고, 정식 절차를 밟지 못한 조 전 부사장은 회사 운영에 대해 관여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주지한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조 전 부사장에 대해 경고의 의미를 담은 부분도 있다. 보도자료에는 “최근 그룹이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의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금번 논란으로 회사 경영의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서술돼 있다.

마지막으로 한진그룹은 조 전 부사장이 촉발한 경영권 분쟁에 대해 ‘무대응 전략’을 펼칠 것을 시사했다.

한진그룹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며, 국민과 주주 및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보도자료를 마무리했다.

재계 관계자는 “조원태 체제가 공고하고,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조 전 부사장이 나홀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보도자료”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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