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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장관은 왜 코스닥협회장을 불렀나 [thebell desk]

박창현 벤처중기2부 차장공개 2020-01-21 07:02:02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07:29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해가 되면 벤처 생태계 일원들이 모여 신년 인사회를 갖는다. 올해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참석했다. 단순히 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중기부의 신년 벤처 투자 브리핑도 함께 진행했다. 예산 증액과 유니콘 성장 지원, 벤처투자 재원 확대 등 생태계 활성화 방안이 나올 때 마다 장내에서 박수 소리가 커졌다.

막힘 없이 브리핑을 이어가던 박 장관은 코스닥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속도를 늦췄다. 자신이 기자였던 2000년대 초 벤처 붐과 함께 코스닥 투자 열기가 참 대단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거품도 꼈지만 혁신 기업들이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유니콘 등 기술 선도 기업들이 코스닥을 바라 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갑자기 코스닥 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정재송 코스닥협회장을 찾았다. 나눌 이야기가 많다며 즉석에서 추후 면담을 요청했다. 정 회장 역시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벤처·중기·중견기업 정책을 기획하는 수장과 코스닥 기업 대표자의 만남은 업계에 희소식이다. 다만 장관의 이번 면담 요청은 코스닥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중기부는 제2의 벤처붐 조성을 기치로 내걸고 벤처 생태계 조성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기본적으로 정부-민간 재원을 밑천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이후 자금 회수를 통해 부가가치를 시장 참여자들이 함께 향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스닥은 이 생태계 고리 가운데 회수 시장의 중심 역할을 해줘야 한다.

1차 벤처 붐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코스닥이 확실한 회수 창구로 기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거품이 끼고 시장이 혼탁해지는 등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자정 작용을 통해 옥석이 가려졌고, 결과적으로 혁신 기업들이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 네이버와 NC소프트, 카카오, 셀트리온 등 벤처 기업으로 시작해 각 분야 대장주로 성장한 많은 기업들이 코스닥에서 출발했다.

아쉽게도 현재의 코스닥은 과거의 위상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첨단 기술 기업과 유망 벤처기업의 등용문이라는 의미가 점점 퇴색되면서 마이너리그가 됐다. '2부 리그' 이미지가 굳어진 탓에 이제 우량 기업들은 으레 코스닥이 아닌 코스피 직행을 노린다. 어차피 이전 상장에 나설 거 미리 자리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기업들이 몰리다 보니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기관과 외국인들도 외면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코스닥 대표 기업들 조차 코스피 이전 상장을 당연한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

2차 벤처 붐의 주역으로 떠오른 국내 유니콘들 역시 코스닥을 외면한지 오래다. 코스닥 영광의 시대를 경험한 박 장관이 그 현실을 깨닫고 급히 코스닥협회장을 찾은 것은 아닐까. 약속이 지켜진다면 박 장관과 정 회장은 면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코스닥 위상 제고를 위해 무엇을 말하고, 요구해야 할까. 정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장관의 뼈있는 면담 요청을 가볍게 여기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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