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 인천공항 탑승동 '철수카드' 꺼내나 인천공항 입찰방식에 반기?…매출 축소 감내시 수익 상승
김선호 기자공개 2020-01-23 11:41:41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3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이하 인천공항)의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자 선정입찰 방식에 반기를 들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탑승동 면세점 철수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공항은 2023년 8월 이후의 탑승동 면세점 운영사업자를 3년 앞당긴 올해 선정하겠다는 입찰공고를 17일 게시했다. 탑승동 면세점은 기대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 점포로 매번 운영사업자 선정 입찰시마다 유찰 가능성이 높아 인천공항의 '골칫거리'로 여겨졌다. 인천공항은 흥행이 예상되는 올해 면세점 입찰에 탑승동 면세점 사업권을 끼워넣어 전체 임대 수익을 높이는 전략을 세운 셈이다.
탑승동 면세점 현 운영사업자인 신세계면세점은 이와 같은 인천공항의 전략에 뿔이 날 수밖에 없다. 현 사업자와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고 탑승동 면세점 구역을 쪼개 제1여객터미널 제4기 면세사업권에 통합시켜 놨기 때문이다. 탑승동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로 인해 수익성이 저하된 신세계면세점으로서는 당장 '철수카드'를 빼들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적자 매장 떠안을 '명분' 사라졌다
2018년 신세계면세점은 제1여객터미널 향수·화장품 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탑승동 면세점까지 운영해야만 했다. 당시 인천공항이 향수·화장품 면세사업권에 탑승동 면세점 사업권까지 끼워팔았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은 2018년에 추가된 향수·화장품과 탑승동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 탓에 수익성이 저하됐다. 특히 탑승동 면세점은 매출이 크지 않은 탓에 수익성을 갉아먹는 '악성 매장'으로 손꼽혔다.
이 와중에 인천공항이 갑자기 탑승동 면세점의 2023년 사업권 입찰을 3년이나 앞당겨 올해 진행한다고 발표, 신세계면세점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적자에도 불구 탑승동 면세점을 지속적으로 운영해 향후 사업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명분이 한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사실상 적자 매장을 끌어 안고 있어야 할 당위성이 사라진 셈이다.
만약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입찰에서 탑승동 면세점을 수성하지 못할 시 2023년 8월까지 적자를 감내하고 매장을 운영하다가 이후 경쟁사에게 점포를 넘겨줘야 한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탑승동 면세점 운영기간 동안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한 신세계면세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셈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출혈을 감내하며 탑승동 면세점을 운영했던 신세계면세점으로서는 당장에 입찰 전략을 대폭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세계면세점 내부에서 탑승동 면세점 수성을 위해 무리를 하기보다 적자 매장을 빠르게 철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 vs 인천공항, '철수카드' 득실은
탑승동 면세점 '철수카드'는 신세계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출은 다소 줄어들 수 있으나 오히려 높은 임대료 부담이 사라지는 만큼 영업이익률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신세계면세점은 탑승동 면세점 운영 이전 5~7%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다 탑승동 면세점 운영을 시작하자 2018년 3분기 영업이익률은 마이너스(-) 1%로 하락했다. 타 점포(명동점 등) 운영을 통해 탑승동 면세점의 출혈을 만회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1~2%에 머물러 있다.
이를 볼 때 탑승동 면세점 철수를 통해 신세계면세점은 이전과 같은 영업이익률 달성을 노려볼 수 있다.
반면 인천공항은 임대료 수익에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크다. 인천공항의 매출 중 비항공수익은 70%에 달한다. 비항공 수익 중 대부분은 면세점 임대료에서 나오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탑승동 면세점을 철수시킬 시 인천공항은 후속 사업자 선정에 돌입해야만 한다. 최근 인천공항이 2023년 8월 이후 탑승동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입찰을 공고한 만큼 탑승동 면세점 후속사업자는 신세계면세점 철수 시점부터 2023년 8월까지 점포를 운영할 수 있다.
탑승동 면세점은 기대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는 사업장이고, 운영기간도 제한적이라 이를 원하는 면세사업자는 극히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면세점이 탑승동 면세점에서 철수할 경우 매장은 빈공간으로 남아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인천공항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큰 셈이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입찰에 대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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