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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산역사' 남기문 대표, '디자인하우스' 투자 사령탑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를 움직이는 사람들]①벤치마킹 성장 화수분, 미래 10년 고유 '스마일 철학' 가동

이광호 기자공개 2020-01-28 06:37:01

[편집자주]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운용자산(AUM) 1조원을 바라보는 대형 벤처캐피탈(VC)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영화와 게임 등 고수익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며 '콘텐츠 강자'로 이름을 알렸다. 최근 투자 영역을 확장하며 '톱티어 VC'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오늘날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있게 한 핵심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1월 22일 14: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400개 기업에 투자를 완료한 '톱티어 벤처캐피탈(VC)'이다. 다양한 분야를 균형있게 투자한다는 기조 아래 유망기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어느덧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투자 영토를 넓히면서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은 MVP창업투자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설립된 MVP창투를 2011년 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가 사들여 이름을 바꾼 회사다. 현재 대주주는 지분 91.59%를 쥔 스마일게이트홀딩스다. 앞서 스마일게이트는 MVP창투를 통해 투자를 받았다.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가 중국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피투자기업인 스마일게이트가 투자회사의 대주주가 됐다.

남기문 대표(사진)는 2007년 8월 대표이사로 취임해 13년째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서울대학교 계산통계학 학사를 거쳐 호주 뉴 사우스 웨일즈 대학(The University of New South Wales) 컴퓨터공학 석사를 졸업했다. 이후 삼성전자에서 이커머스(E-Commerce)팀, 정보전략팀 등을 거쳤다. 2000년부터 MVP창투 창립멤버로 합류한 뒤 줄곧 창업투자업에 몸을 담고 있다.

남 대표는 삼성전자 시절부터 벤처투자에 뜻을 품었다. 시작은 이커머스팀이었다. 남 대표는 삼성전자 홈페이지를 만드는 등 인터넷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았다.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엔지니어로서 홈페이지와 함께 중앙일보 전자신문을 만드는 가운데 인터넷이 대중화의 물결을 탔다. 이후 2000년 'IT 버블'을 목격한 뒤 회사를 나왔다.

◇삼성전자 엔지니어 거쳐 MVP창투 설립…스마일 품 안긴 뒤 13년째 '사령탑'

남 대표는 벤처 투자의 미래를 밝게 봤다. 일단 금융계, 외국계 컨설팅 업체 출신 등 6명의 동료들과 함께 벤처 컨설팅회사인 MVP파트너스를 차렸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VC 업무를 했다. 그러나 컨설팅의 한계를 느끼며 창업투자회사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기존 멤버 중 일부를 비롯해 7명으로 MVP창투를 설립했다. 영화펀드를 통해 영화에 집중하면서 남은 돈을 벤처기업에 납입하는 식으로 투자를 이어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첫 트랙레코드는 영화 '엽기적인 그녀'였다. 영화뿐만 아니라 바이오업체 메디포스트와 이동통신장비업체 이노와이어리스 등에서도 대박이 터졌다. 이로 인해 1호 펀드의 평균 내부수익률(IRR)은 30%를 넘길 수 있었다. 신생 창투사임에도 1호부터 높은 IRR을 기록하면서 2, 3호 펀드 결성도 큰 차질 없이 진행했다. 이 펀드들 역시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큰 수익을 가져다줬다.

다음 스텝은 게임이었다. 크로스파이어, 스페셜포스, 서든어택 등 프로젝트성 투자로 20% 이상의 IRR을 기록하면서 성공을 이어갔다. 이 같은 성적을 토대로 6대 기관출자자(LP) 중 하나인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수혈 받아 펀드를 결성하기에 이른다. 이때부터 MVP창투는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어 스마일게이트 품에 안기면서 스마일게이트인베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개인주주부터 시작해 기업으로 최대주주가 두 차례 변경됐다. 이러한 대주주 변경이 있었지만 스마일게이트인베를 이끈 대표이사는 단 2명에 불과하다. 공동창업멤버인 윤두건 전 대표와 남 대표다. 남 대표는 2007년부터 스마일게이트인베 사령탑으로 벤처투자를 이끌고 있다. 피투자회사의 성장 단계를 고려해 벤처조합과 사모투자펀드(PEF)를 균형 있게 운용하고 있다.

◇영화와 게임, 이제는 '4차산업'…VC·PEF 두날개로 '비상' 채비

남 대표는 차별화된 운용전략을 구축했다. 사세 확장의 원동력이었던 문화콘텐츠 분야는 프로젝트보다는 업사이트포텐셜(성장잠재력)이 큰 지분투자로 선회하고 있다. 창업초기(스타트업) 전용펀드부터 시작해 팔로우온, 그로스펀드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단계별 맞춤 투자를 지향하고 있다. 'VoS(VC on Site)' 프로그램은 여전히 업계에서 회자된다. 심사역이 특정 투자기업에 3~6개월간 출근해 밸류업을 함께 고민하는 제도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는 그동안 '벤치마킹'에 주력했다. 메이저 VC의 인력을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동시에 그들의 성장 노하우를 습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통해 실력과 덩치를 키웠다. 현재 스마일게이트인베의 투자금 규모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다. 이미 벤처업계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를 톱티어 VC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한 단계 더 성장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려면 새로운 비전이 필요하다"며 "우리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10년은 벤치마킹이 아니라 우리만의 철학인 '대체투자 디자인하우스'로 전진할 것"이라며 "투자기업이 원하는 것을 잘 듣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하는 투자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외투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는 "바이오헬스케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로봇,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분야는 크게 4차산업, 디지털이라는 이름으로 융합이 된다"며 "앞으로 이들 분야는 엄청난 밸류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 투자는 한계가 있다"며 "올해부터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남 대표는 벤처캐피탈리스트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때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난 뒤에도 투자기업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때라고 했다. 단기간의 성과에 급급한 투자가 아니라 보다 멀리 보는 투자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심사역들의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심사역들이 직접 주제를 정하고 상시적으로 공부를 하는 조직을 만들 계획이다. 매년 진행하는 산업분석을 더욱 체계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 대표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만의 브랜드와 문화를 만들고자 한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직원들의 이직률이 다른 VC에 비해 월등히 낮은 점을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찾고 있다. 회사 로고 역시 이 같은 균형감을 표현하기 위해 모래시계를 형상화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며 공정한 평가를 받아 회사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직원들이 늘어날수록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의 힘이 강해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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