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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 경쟁력 점검]M&A 등 활용법 다각화…양적 팽창, '옥석' 구분 필요①부실 리츠 등장 우려, '2011년 사태' 경계

전경진 기자공개 2020-02-20 14: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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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츠(REITs) 시장이 양적 팽창기에 들어섰다. 백화점, 아울렛, 호텔, 아파트까지 다양한 부동산 물건이 기초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업 재무구조 개선, 사업구조 개편 등 경영상 필요에 따라 리츠 설립에 잇달아 나서고 있다. 문제는 우후죽순 리츠들이 생겨나면서 비우량 자산까지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실 리츠 설립과 투자자 손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서서히 나오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리츠=안전 투자처'라는 등식은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한다. 주식, 채권 등 다른 투자 상품처럼 '옥석' 가리기가 뒤따라야한다는 설명이다. 국내 리츠 시장의 현황과 후발주자들의 경쟁력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8일 10: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리츠(REITs) 활용법이 진화하고 있다. 국내 공모 리츠는 기업들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 선택하는 자산 '유동화' 수법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M&A(인수합병), 투자용 자금 펀딩 수단으로까지 용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다양한 목적에서 리츠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최근 주유소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리츠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영업용 자산을 리츠에 '통매각'하는 형식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탄탄한 시장 투자(청약) 수요는 기업들로 하여금 양질의 공모 리츠 설립을 자신있게 추진케 한다. 문제는 시장이 양적 팽창기에 들어서면서 '부실' 리츠 역시 인기에 편승해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자칫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1년 공모 리츠 시장을 소멸 직전으로 몰고간 '자기관리 리츠 부실' 사태와 같은 일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단위 시장 수요 확인, 앞다퉈 리츠 설립 추진

SK네트웍스는 2019년 직영 주유소 197개를 코람코자산신탁이 설립한 '공모 리츠'에 매각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영업용 자산을 처분하면서 사실상 주유소 사업을 접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다. 공모 리츠가 사업 재편 등 M&A 수법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리츠는 운용사들의 투자금 '펀딩 수단'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서울 용산 소재 오피스 빌딩인 '트윈시티 남산'를 매입하기 위해 공모 리츠를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트윈시티 남산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당시 매입가로 2357억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현재 건물 매입자금을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위탁관리리츠를 설립해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공모하려는 작업에 돌입했다. 단일 기업이 혼자 힘으로는 사기 힘든 빌딩을 리츠 공모를 통해 매입한다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올해 최소 5개 이상의 중대형 리츠가 공모주 청약을 거쳐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기업들이 잇달아 리츠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리츠 설립 열기는 기업들이 지난해말 풍부한 시장 투자 수요를 확인한 후 불 붙기 시작했다. 투자자 모집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2019년말 NH프라임리츠의 IPO는 기업의 리츠 설립 자신감을 크게 북돋는 딜로 꼽힌다. 일반 투자자 청약 주문 금액이 무려 14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조단위' 투자 수요가 국내 리츠 시장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일대 사건'으로 꼽힌다.

특히 현금 7조원이 실제 납입된 점이 부각됐다. IPO 때 일반 청약에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주문 금액의 절반(50%)을 청약 증거금으로 납입해야 한다. 리츠에 대한 실투자수요가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시장 관계자는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는 롯데리츠가 증시에 안착한 데 이어 NH프라임리츠의 공모주 청약에 7조원이 넘는 돈이 실제 납입되자 리츠의 시장 위상이 달라졌다"며 "다양한 목적으로 리츠 설립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비우량 매물 등장 경계, '2011년 사태' 재발 막는다

시장전문가들은 리츠 시장 팽창기에 자칫 부실 리츠까지 무작위로 설립돼 투자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자칫 2011년 '자기관리 리츠 부실 사태'와 같은 일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 리츠가 급증하면서 양질의 리츠 공모마저 차질을 빚는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

자기관리 리츠는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자금을 모아 부동산 실물 등에 직접 투자한 후 그 수익을 배분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앞서 2000년 대 후반 정부의 정책 지원 속에서 자기관리 리츠가 잇달아 시장에 등장했었다.

당시 문제는 관리감독이 지나치게 느슨해지면서 자본금이 취약하고 내부 통제기능이 없는 부실 리츠들까지 잇달아 설립됐다는 점이다. 당연히 국내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경쟁력이 없는 부실 리츠들의 파산과 상장폐지가 속출했다. 다산리츠 상장폐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투자자들의 피해는 막대했다. 무엇보다 투자처로서 리츠는 신뢰를 잃기 시작했다. 2001년 리츠 제도 도입 후 처음을 꽃핀 공모 열기가 일순간에 증발해버린 배경이다.

시장 관계자는 "최근 금융투자업계 'DLF(파생결합펀드) 파문', '라임자산운용 사태' 등 해외 대체 투자 영역에서 부실이 터지면서 펀드 투자 열기가 급속히 냉각됐듯이 리츠 투자열기도 부실 문제가 발생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방 꺼질 수 있다"며 "리츠 성숙기를 맞아 옥석가리기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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