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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PBS를 위한 변명 [thebell desk]

이승우 자산관리부 부장공개 2020-02-13 13:06:0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2일 07: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롱숏(LongShort), 레버리지(Leverage), 토털리턴스왑(TRS) 등 헤지펀드와 PBS(Prime Broker Service) 이야기만 나오면 머리가 아프다. 최근 벌어진 사태의 중심에 서 있어 그렇기도 하지만 어려운 파생시장 용어들이어서 더 그렇다. 그래서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거래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런데 잘 들여다 보면 헤지펀드와 PBS의 거래는 아파트를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주는 은행 대출 비즈니스와 비슷하다. 생소한 용어가 접근을 어렵게 만들 뿐 정상적이고 적법한 금융 거래다. TRS로부터 비롯된 PBS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생소함의 오해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PBS도 억울한 면이 있다는 뜻이다.

비난의 시발점은 유동성 회수. 헤지펀드들이 잘 나갈 때 PBS는 자기자금마저 태우며 유동성을 마구 뿌려댔다. 그러다 조금 어려워지자 곧바로 회수에 나섰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다. 비올 때 우산을 뺏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헤지펀드의 손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담보 이상의 레버리지는 PBS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넋 놓고 있을 수 없다. 그동안의 관계를 감안해 선의를 베풀다 손실이 발생하면 담당 직원은 배임 이슈에 엮인다.

판매사와 운용사, 그리고 PBS간 3자 협의체 무산도 그래서 당연하다. 3자 협의체는 사실 정부의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기업 부도시 워크아웃을 이끄는 채권단 협의체와 비슷한 역할을 맡기려 하다 실패했다. 담보대출을 해 준 PBS까지 엮어서 손실 분담을 해볼까 하는 꼼수였다. 판매사 입장에서라면 모르겠지만 PBS로서 증권사가 여기에 낄 이유가 전혀 없다. 역시 배임 이슈다.

반대로 PBS를 원망하는 헤지펀드 운용사들은 그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 레버리지가 꺼질 것을 대비하지 않은 책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야 했다. PBS인 동시에 판매사들의 압력이 있었다며 모든 화살을 PBS에게 돌리는 건 책임 떠넘기기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PBS들의 행보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헤지펀드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 일으킨 데는 증권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차이니즈월이라는 벽 뒤에 숨어 있었으나, 증권사는 PBS라는 을(乙)인 동시에 판매사라는 슈퍼갑(甲)의 위치에 있었다. 급하니 차이니즈 월까지 넘나들었다. 을을 연기해오다 결국 갑의 발톱을 드러낸 셈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PBS 비즈니스는 헤지펀드에 대한 관리 서비스까지 총망라된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상황을 감안하면 PBS의 역할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인큐베이팅에서부터 전산시스템을 포함한 리스크관리까지 국내 증권사들은 PBS 비즈니스의 폭과 깊이에 대한 이해도 혹은 책임이 너무 가벼웠다. PBS 비즈니스를 헤지펀드라는 금융상품 창구로만 활용한 건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손실 가능성을 넘어선 공격적인 유동성 회수도 논란의 대상이다. 비상장 주식을 포함한 대체투자 자산은 적절한 만기가 도래해야 제값을 받는다. 하지만 이를 무시한 채 무작정 유동성을 회수하겠다고 한 건 너무 일방적이었다. 시기가 적절하지 않았고 헤지펀드 운용사와의 커뮤니케이션도 충분치 못했다.

10년 정도의 역사를 걸어 온 한국형 헤지펀드는 과연 실패작인가. 그렇다면 이는 증권사 PBS 비즈니스의 실패로 봐도 무방하다. PBS 비즈니스를 접을 게 아니라면 헤지펀드와의 공생은 여전히 유효한 과제다.

길게 보면 한국형 헤지펀드는 예견된 길을 걷고 있다. 메이저 금융회사들도 지금의 대마(大馬)로 올라서기까지 걸어왔던 길이다. 그래서 옥석가리기는 필수다. 더불어 대마를 키워낼 수 있는 좀 더 성숙한 PBS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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