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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감 느낀 제주항공, 상장 이래 첫 '무배당' 이사회·주총 안건서 제외, IR자료에 '제로성장' 가능성 명시

유수진 기자공개 2020-02-13 09:03:41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2일 14: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2015년 상장 이래 처음으로 현금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과잉과 보이콧 재팬 등의 영향으로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빠지며 지난해 적자를 면치 못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지난 4년간 주주환원을 강조하며 20% 이상의 배당성향을 유지해왔다.

제주항공은 11일 지난해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1조3761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348억원, 38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제주항공이 연간 기준 적자를 낸 건 2011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이후 9년만이다. 그동안은 매년 수백억원대의 순이익을 올리며 차곡차곡 곳간을 채워왔다.

그래서인지 이번엔 이례적으로 배당 관련 공시가 빠졌다. 제주항공은 매년 실적발표 당일이나 그 직전에 별도로 배당 계획을 안내해왔다. 재무제표와 주주환원정책 모두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이사회에선 아예 배당 관련 내용을 논의하지 않았고 다음달 25일 예정인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리지도 않았다. 사실상 배당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주총까지 40여일이 남은 만큼 이사회를 추가로 열고 배당을 결의할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해당 연도에 당기순이익을 내면 배당을 실시한다. 기업 활동을 통해 거둬들인 수익을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과 함께 공유하는 차원에서다. 물론 순손실을 내고도 배당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있긴 있다. 대부분 사전에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금을 책정하겠다고 약속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무릅쓰고 지갑을 여는 케이스다.


그동안 제주항공은 충실히 주주들에게 수익을 분배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상장 첫해인 2015년 주당 400원의 배당을 실시한 이래 4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50~100원씩 배당금을 늘려왔다. 항공시장 확대로 매년 성장을 거듭하며 472억원~77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한 성과가 그대로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이 기간 배당총액도 2015년 104억원에서 2018년 171억원까지 확대됐다.

특히 제주항공은 배당성향이 20%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LCC 중 유일한 상장사였던 2016년엔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무배당정책에도 꿋꿋하게 배당을 고집해 주목받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기회가 될 때마다 주주친화정책을 펴겠다고 강조해왔다. 적극적인 배당은 자사주 매입 등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자 충성주주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다소 무리하더라도 배당을 실시할 거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연도의 당기순이익이 배당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배당 재원 자체는 이익잉여금이기 때문이다. 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순손익이 매년 누적돼 형성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028억원으로 1년 전보다 36.55% 줄었으나 배당이 절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황과 시장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배당 실시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항공업계의 위기가 단순히 지난해에 그치지 않고 올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올 초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로 확산되며 중국은 물론 동남아 등을 잇는 하늘길이 사실상 모두 끊긴 상태다. 현재 국내 항공사들은 앞 다퉈 희망휴직 등을 받으며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 IR자료에 담긴 2019년과 2020년 영업계획 발췌.

제주항공 역시 올해 경영 목표를 예년 대비 상당히 보수적으로 잡았다. 실적 발표 직후 내놓은 IR자료에서 이같은 경영 기조가 엿보인다. 제주항공은 올해 영업계획에 대해 △공급 0~5% 확대 △탑승여객 0~5% 확대 △탑승률 0~3% 증가라고 밝혔다. 제로(0)성장 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명시한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올해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제주항공이 느끼는 현재의 위기는 지난해 영업계획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년 전 IR자료에는 △공급 15~20% 확대 △탑승여객 15~20% 확대 △신규 노선 15개 추가라는 영업계획이 담겼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보이콧 재팬 등 우발적 요소에도 공급 16%, 여객 12% 증가를 이뤄냈다. 하지만 지난해 올해는 기재도 1대 순증에 그치는 등 속도조절에 들어가기로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요즘 항공업계가 워낙 어렵다는 사실은 주주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미래 준비에 나서야 하는 제주항공이 굳이 기존 곳간을 파헤쳐서까지 배당을 하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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