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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동국제강, '철강업 불황'에도 홀로 성장한 비결은경쟁사 영업이익 큰 폭 감소와 대조…'고정비 절감·고부가' 상품 승부

구태우 기자공개 2020-02-14 09:20:5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13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조업은 여타 산업보다 원가 싸움이 치열한 산업이다. 제조업 중에서도 철강업은 원가와 '전쟁'을 벌이는 산업으로 꼽힌다.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은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원재료를 가공해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 제품을 만든다. 철근과 형강 등 건축자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간재다.

철강업이 과거와 달리 '기근'인 이유도 이 구조에 있다. 원가는 치솟는데 고객사는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중대형 철강사의 고객사는 대기업과 건설업자들이 대부분이다.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고객사와 비싸게 팔려는 철강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가격 협상 때 벌어진다.

동국제강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부산 공장 전경

지금과 같이 철광석 값이 치솟고, 전방산업이 부진해지면 철강사의 고민은 깊어진다.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이 한 예다. 현대제철은 과거 견고한 수익성을 자랑했지만, 원가 인상분을 제품가에 반영하지 못해 영업이익이 1%대로 떨어졌다. 이렇듯 철강시장에 '보릿고개'가 찾아오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수익성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손익 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철강시장의 불황에도 선방했다. 동국제강이 지난 6일 발표한 연간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별도 기준 매출은 5조6854억원, 영업이익은 1645억원을 기록했다. 불황에도 전년(1449억원)보다 영업이익이 195억원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보다 0.5% 포인트 오른 2.9%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개선된 건 맞지만 여전히 3%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냈다.

무엇보다 현대제철과 세아베스틸·세아제강 등 경쟁사는 매출은 늘고, 영업이익은 줄었는데 동국제강은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보였다. 판매는 줄었는데, 수익성은 개선된 것이다. 매출은 5%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3.5% 증가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동국제강이 '불황 극복' 전략으로 수익성 개선활동을 나섰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주력은 매출의 41.3%를 차지하는 봉형강이다. △컬러강판(14.2%) △도금강판(11.7%) △후판(11.4%) △냉연강판(0.2%) 순이다.

3분기부터 판매단가를 끌어올리면서 가격 방어에 나선 게 영업이익을 끌어올린 요인이었다. 판재류의 경우 지난해 1분기 톤당 95만4000원이었는데, 3분기 96만1000원까지 가격이 인상됐다. 봉형강의 경우 1분기와 2분기 제품가격이 전년보다 비교적 높게 형성됐다. 판재류와 봉형강 모두 고부가 제품 위주로 영업활동을 펼쳤다.

원재료인 철스크랩의 단가가 하락한 점도 수익성 회복에 영향을 미쳤다. 철스크랩은 지난해 3분기 톤당 37만7000원에 단가가 맞춰졌는데, 3분기 톤당 33만8000원까지 하락했다. 일본산 철스크랩은 이보다 하락폭이 컸다.

철광석을 사용하는 고로 철강사는 원산지인 브라질과 호주의 천재지변으로 가격이 폭등했는데, 철스크랩을 사용하는 철강사는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동국제강은 3기의 전기로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치면서 판매비 및 관리비 절감 효과도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까지 약 20억원의 판관비를 절감했다. 인건비와 수출비용 인상분을 용역비를 줄여 메울 수 있었다.

동국제강은 철강시장의 불황에 대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영업했다. 고정비를 최소화하면서 고부가 제품 위주로 판매하면서 영업이익을 끌어오릴 수 있었다.

동국제강 수익방어의 최전선에 있는 CFO는 이한균 재경실장(상무, 사진)이다. 이 상무는 2018년 SK네트웍스를 떠나 동국제강으로 옮겼다. 그는 2016년까지 SK네트웍스 회계실장을 역임했고, 이듬해 중국사업개선 TF장에 발령받았다.


동국제강이 외부 출신 CFO를 임명한 건 체질개선이 시급하다는 위기 의식이 깔렸기 때문이다. 철강업과 전방산업이 부진해진 영향이다. 합작 제철소인 브라질 CSP제철소는 생산체계는 안정됐는데, 추가 자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동국제강의 CFO는 체질 개선이 제일 큰 과제였다. 생산원가는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내는 게 그의 역할이다. 부채비율은 100%를 조금 웃도는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만큼 재무구조 개선보다 실적 방어가 우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CSP제철소의 손상차손으로 회계상 순이익이 나오기 쉽지 않은 구조"라며 "영업활동을 통한 손실은 줄이고,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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