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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 이마트 통합 '강승협號' 첫 IR에 담긴 고민'ROI'로 사업·투자 철저한 검증 공표…'과감한 구조개편' 언급 눈길

최은진 기자공개 2020-02-26 09:06:29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5일 09: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통 기업이 불황에 빠지면 구조조정을 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긴축정책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마트는 특이하게도 과감한 투자와 구조조정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점포에 발길을 끊은 고객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혁신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기본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재무건전성 제고방안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

재무부서가 기존 관리부서와 통합된 후 개최한 첫 IR행사에서도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고민이 여실히 드러났다. 투자자본수익률(ROI) 관점에서 모든 사업과 투자를 검증하겠다는 전략을 공표한 것도 이의 일환이다. '과감한' 구조개편, '철저한' 검증이라는 말을 통해 구조조정 및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피력했다.

지난해 이마트는 신세계로부터 분할된 2011년 이후 최고의 매출을 올렸지만 최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0.8%로 역대 최저치다. 덩치를 키울수록 원가가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대표적인 사업이 유통이지만 소비 패러다임의 변화로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마진이 축소되고 고정비 부담이 증가한 결과다.


불황을 넘어서는 이마트의 전략은 혁신투자다. 기존과 마찬가지로 혁신 아이디어를 통한 다양한 투자로 흥행몰이를 해보겠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약 8500억원에 달하는 투자가 예정돼 있다. 식품 중심으로 점포를 리뉴얼 하는 데 이어 국내외 투자처도 물색 중이다.

하지만 실적이 급감한 상황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는 재무구조를 악화시킨다. 추가 투자까지 예고되면서 이마트 재무구조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까지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이마트도 시장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재무부서를 통합 및 개편한 배경에도 이러한 고민이 녹아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연말 정기인사를 통해 '관리담당' 부서를 '재무담당' 부서로 통합시키고, 강승협 상무를 총괄 책임자로 앉혔다. 관리와 재무라는 두 영역을 '재무'라는 이름으로 통합하며 무엇보다도 재무에 방점을 두고 경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통합조직의 첫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전권을 휘두르게 된 강 상무는 투자금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면 그다지 어려운 과제도 아니겠지만 현재 유통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보릿고개를 맞고 있다. 실적부진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강 상무의 고민은 IR 관련 자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재무조직이 통합 및 일원화 된 이후 첫 공식행보였던 2019년 4분기 IR 설명회에는 그동안 단 한번도 없었던 '1년간의 추진전략'이 있었다. 그동안 이마트가 IR자료에 '실적'에 대한 짧막한 코멘트를 내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에 꽤 친절해졌다는 평가다. 각 사업부문의 성장전략과 투자계획은 물론 처음으로 '재무전략'을 포함시켜 눈길을 끌었다. 손익 및 현금흐름 창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겠다는 게 요지다.


우선 IR자료에 '과감한', '철저한'이라는 말을 통해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된다. 특히 과감한 구조개편이란 문구를 통해 사실상 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겠다는 점을 공식화 했다.

이마트는 그동안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을 꺼리며 신중한 분위기를 보였다. 대형마트의 비용축소를 추진한 2018년 2분기에는 구조조정이나 구조개편이 아닌 '구조혁신'이라는 말을 썼다. 모두 유사한 의미를 내포하지만, 각 단어의 이미지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구조조정이나 구조개편은 기존의 틀을 쳐내거나 정리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짙지만 구조혁신에는 혁신적 관점의 포트폴리오 개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가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짙어진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IR자료에 '구조개편'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다만 이는 구조조정의 의미보다는 비용감축에 초점이 맞춰졌다. 셀프계산대 확대, 비효율 재고감축 등이 대상이 됐다.

4분기 IR자료에서 등장한 '구조개편'이란 말은 한층 더 단호해졌다. 전문점 중심으로 '과감한 구조개편'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하면서다. 특히 이는 비용감축보다도 비효율을 쳐내는 구조조정의 의미가 짙다. 오프라인 점포 효율화를 꾀하기 위한 적극적인 폐점 및 통폐합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적자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혁신사업인 일렉트로마트의 추가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투자에 대해서도 더 깐깐해 진 모습이다. 이마트는 올해 8500억원 규모의 투자금 중 오프라인 점포매출을 성장세로 돌리기 위한 작업에 1600억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주목할 것은 '확실한 실적을 낼 수 있는 투자'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이밖에 비식품 포트폴리오 정리, 전문점 축소, 온라인 강화 등 '효율'에 방점을 둔 투자 및 사업계획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점도 실익을 따져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으로 이마트는 앞으로 투자자본수익률(ROI) 관점에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신규투자를 철저하게 검증한다는 전략도 내걸었다. 수익성이나 실적이 담보된 투자에만 나서겠다는 얘기다. 그간 이마트가 보여왔던 '실험적 투자'가 아닌 '성과가 담보된 투자'로 전략을 선회하겠다는 의미로 시장은 이해하고 있다. 이마트의 혁신투자 본능에 대한 불안감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이마트가 재무조직을 통합시키면서 '재무'관점에서의 역량 강화를 추진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기존에는 사업관리 및 투자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 재무조직과 별도로 움직여 사업의 관점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강 상무 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모든 투자와 자금지출 계획이 '재무건전성'에 방점을 두고 추진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ROI' 중심으로 투자 및 사업을 검증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 한 것도 이에 대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기존에는 관리담당과 재무담당이 따로 운영됐지만, 이를 통합하면서 강승협 상무가 사실상 CFO가 됐다"며 "재무구조에 방점을 둔 구조개편과 함께 신규사업 투자도 병행하는 게 기본 전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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