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인더스트리

[지배구조분석]에프에스티, 황금낙하산으로 적대적 M&A '봉쇄'피인수 뒤 임원 강제 퇴직시 거액 보상 조항 신설

김은 기자공개 2020-03-10 08:19:28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9일 13: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반도체장비업체 에프에스티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는 '황금낙하산' 규정을 신설한다. 적대적 M&A 시도가 있기 이전에 이를 어렵게 하는 조항을 정관에 명시함으로써 사전 예방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에프에스티의 최대주주인 장명식 대표를 비롯한 특수관계자 지분율 합계는 약 30%에 달한다. 지분율만 놓고보면 사실상 적대적 M&A 리스크는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선제적으로 관련 제도를 도입하면서 향후 발생할 적대적 M&A 가능성을 완전히 봉쇄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에프에스티는 오는 24일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을 추진한다. 적대적 M&A 따른 퇴직보상금 지급 규정을 신설하기 위해서다. 이는 이른바 업계에서 '황금낙하산' 전략으로 불린다. 황금낙하산은 적대적 M&A로 경영진이 해임될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의 현금이나 주식매입선택권 등을 규정 이상으로 지급하는 등의 조항을 회사 정관에 못박아 놓는 것을 의미한다.

에프에스티는 이번에 정관 변경을 통해 대표이사나 이사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권 위협세력에 의하여 해임되는 경우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에게 각 50억원 이상을, 등기이사에게 각 30억원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적대적 M&A를 추진하는 측의 재무적 부담을 높여 경영권을 보장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다.

현재 전사 총괄을 맡고있는 장명식 대표와 영업총괄을 맡고 있는 유장동 공동대표를 비롯해 사외이사 1명, 감사 1명이 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해당 규정을 적용하면 향후 에프에스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할 시 최소 160억원이 추가로 필요한 셈이다.

황금낙하산 규정을 배제하더라도 에프에스티가 적대적 M&A 대상으로 노출되기는 어려운 구조다. 18.76% 지분을 확보한 에프에스티의 최대주주 장명식 대표를 비롯한 시엠테크놀로지, 유장동 대표 등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28.99%로 약 30%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적대적 M&A에 노출되는 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우호세력 포함)은 20%를 크게 밑돈다.

대주주 지분율이 30%에 달해 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정관 변경을 통해 황금낙하산 조항을 신설하는 것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향후 기업가치 급등 등에 대해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에프에스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소재인 '펠리클'을 생산하고 있는 장비기업이다. 펠리클은 반도체 회로를 빛으로 그리는 노광공정에서 반도체설계회로도(포토마스크)를 이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얇은 막 형태의 소재를 말한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펠리클이 사용되며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로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펠리클 제조의 경우 대규모 설비투나는 물론 제조인력, 노하우 등 반도체 소재 중에서도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현재 에프에스티의 내수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

다만 지난해 고객사 투자가 줄거나 지연되면서 장비 업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어려워 실적이 다소 부진했다. 에프에스티는 지난해 매출 1257억원, 영업이익 190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각각 23.8%, 4.5%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190억원으로 전년대비 11.8% 증가했다.

올해 반도체 업계 투자 확대를 비롯한 반도체 업황 기대감으로 인해 에프에스티의 실적 개선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에프에스티는 삼성전자의 EUV 초미세 5나노 공정에 납품을 목표로 연구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펠리클 시설 투자를 완료하고 이를 통해 관련 매출 증대 및 시장 경쟁력 강화를 노리고 있다. 에프에스티는 2018년부터 올해 1월까지 총 184억원 가량을 투자해 경기도 오산에 신규 설비투자를 완료했다.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신규 사업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투자를 통해 매출신장과 이익확대로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하겠다는 포부다.

이에 힘입어 에프에스티의 주가도 최근들어 빠르게 오르고 있다. 2019년 1월 3235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빠르게 회복하기 시작해 올해 2월 9770원까지 올랐다. 현재는 7790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570억원 수준이다.

M&A 업계관계자는 "적대적 M&A가 활발한 미국에서 주로 쓰이는 방법으로 실제 정관에 퇴직보상금 규정을 두면 어느정도 경영권 방어 효과가 나타난다"며 "에프에스티의 경우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